코로나, 그것조차 강아지의 여행을 막을 순 없다

회사로 놀러온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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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누리(asp835)등록 2020.10.07 14:06
 

회사로 놀러온 강아지 ⓒ 정누리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헥헥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강아지 한마리가 서성이고 있었다. 검은색 시바견이다. 동그란 눈썹 두개가 매우 귀엽다.

 목줄에 인근 공장 이름이 써있는 걸 보니 유기견은 아닌가보다. 치아와 털 상태도 좋았다. 지나가시던 직원 분이 가끔 이 일대를 산책하는 개라 했다. 업무시간에 돌아다닐 수 있다니 굉장한 강아지다.

   

회사로 놀러온 강아지 ⓒ 정누리

 

 역시나 한 두번 산책한 게 아닌듯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귀여움을 마구 어필했다. 민들레마냥 뿜어대는 털에 놀라긴 했지만, 열심히 쓰다듬어줬다. 이뻐해주다가 실수로 발을 밟았다. '깽' 소리와 함께 물러났다. 바로 사과했지만 묘하게 어색함이 감돌았다. 강아지는 이내 갈 길을 갔다.

 

회사로 놀러온 강아지 ⓒ 정누리

 
 또 오면 반드시 사과하리라 맘먹었다. 한 달 쯤 지났을까, 또 나타났다. 예의 있게 사무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염치가 있는 개다. 사과의 뜻으로 비스킷을 줬는데, 안 먹고 뱉었다. 마음이 철렁했는데 지나가시던 직원 분이 저쪽 공장에서 이미 닭고기를 먹고 왔단다. 나보다 잘 먹고 다니는 강아지다.

 예의를 아는 강아지는 회사 내부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다. 밖을 열심히 산책하다, 미팅 온 손님들에게 예쁨을 받고 또 유유히 떠났다. 마스크에 묶인 우리들 대신 앞으로도 자유롭게 여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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