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곽승룡 (비오) 신부

한국에서 호주로... 호주에서 한인학교 열어 한글교육으로 한인 신자 사목

검토 완료

허건(theinterview1112)등록 2020.11.19 13:32
오마이뉴스 구독자 여러분께

저는 방송인 유채하라고 합니다. 팟캐스트에서 5년을 활동했죠. 팟캐스트에서 런칭한 인터뷰 프로그램 <THE INTERVIEW>를 오마이뉴스에서 시민 기자 신분으로 연재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보며, 여러 감명을 얻어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THE INTERVIEW> #1 - 곽승룡 (비오) 신부

 <THE INTERVIEW> 1회에서는 시드니 한인성당의 주임신부를 맡고 계시는 곽승룡 (비오) 신부님을 인터뷰합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부득이하게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유채하 - 신부님 반갑습니다.
 
   - 네 안녕하십니까, 곽승룡 비오 신부입니다. 반갑습니다.

   유채하 - 처음 섭외를 받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 
어, 반가운 소식이었죠. 세상에 복음을 알려야 되는데 복음을 알릴 수 있도록 발을 놔주니까 감사하죠. 

   
유채하 - 저도 한 때 교회와 성당을 다녔었습니다. 지금은 안 다니지만.. 그 때 제가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굉장히 많은 은혜를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가톨릭의 신부님을 이렇게 첫번째 게스트로 섭외를 한 것입니다.

 
- 네, 영광이네요.

곽승룡 비오 신부의 경력은 화려하다. 호주로 오기 전까지 그는 한국 가톨릭에서 가톨릭 교회의 발전과 사목을 위해 많은 일을 하였다.

  - 1989.2.13 서울 가톨릭대학교 졸업 / 사제수품
  - 1989~1990 충남당진, 대전 용전동 성당 보좌신부
  - 1991~1996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 유학, 교의신학 박사 (박사학위 : 후기 도스토녜프스키의 비움과 충반의 그리스도, 1995)
  - 1996~1998 충남 금산성당 주임 신부
  - 1996~2019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도서관장, 학생처장, 대학원장, 신학원장, 요한바오로2세혼인과 가정대학원장
  - 2001~2007 천주교 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 2013~2017 대전가톨릭대학교 8대 총장
  - 2019~ 시드니대교구 한인성당 주임신부
  - 1996~2018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토착화연구 특별위원회 위원 /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기획위원


  유채하 - 이러한 경력을 보실 때, 많은 일을 해오셨다고 생각 많이 드시죠?

   - 
그렇죠, 많은 일이지만... 현장보다는 양성하고 연구하는, 가르치는 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풍요로운 경험은 못했다는 반성도 해봅니다.

  
유채하 - 예전에 신부님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제가 어떻게 되는지... 보면 7년동안 가톨릭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시는데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더라구요. 성악 교육도 받고, 막 매일 아침에 소리 하나 못 내고 아침식사 하고, 공부도 하고 하시는 거 보면서, 종교 성직자분들이 모두 위대하신 분들이지만 신부님들은 특히 더 존경스럽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네.

 
 유채하 - 시드니 한인성당 주임신부님이신데, 시드니 한인성당의 간략한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신자분들을 사목해왔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제가 지난 해 1월 18일에 주교님께서 인사발령 해주셔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시드니 한인성당은 굉장히 큰 규모의 성당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 곳에 손님으로 몇 번 왔었어요. 교육 목적으로도 왔었었죠. 와보니까 굉장히 규모가 큰 성당이라고 생각이 들고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식의 운영은 사실 없거든요. 예를 들어서 서울에 성당 하나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렇기 때문에 아주 독특하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성당하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그런 환경에 있습니다. 그렇게 제가 한 2년 정도 있다보니 이 성당에 대해서 이해를 깊게 하게 됐어요.

시작은 호주의 한인 이민자들이 공동체를 이룬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때가 1976년이에요. 1976년에 한국어로 처음 미사를 올렸어요. 얼마나 감동이었겠어요. (유채하: 그럼요.) 그 때 오셨던 분들은 여러 부류가 있지만 큰 물결을 보면 타국 생활을 했떤 분들이 많이 오셨더라구요. 뭐 독일에서 오셨다거나, 또는 베트남에서 오셨다거나, 이런 식으로 세대가 달라져요. 그래서 한인성당 1세대 신자분들은 이런 분들이죠. 베트남, 독일, 중동 등지에서 해외생활을 경험했던 분들이 오셔서 미사를 드렸구요. 지금은 그 분들 모두 연세가 80대, 90대 되셨어요. 그 이후에도 또 여러 분들이 계셨어요. 호주가 너무 좋아서 오신 분들도 계셨고, 그리고 또 교육이 좋아서 오신 분들도 있었죠.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오셔서 지금까지 성당이 이어져왔습니다. 2016년에 성당 창립 40주년이 됐어요. 내년이 45주년이네요.

 유채하 - 와, 정말 오래됐네요.

 - 네, 그래서 그걸 보면 우리 교우들이 정말 신앙에 갈증을 느끼면서 오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일에 미사를 하면 2000명씩 옵니다. 교적 수는 다 합치면 7000~ 8000명 되죠. 

 유채하 - 그럼 교중미사에 2000명이 오는 겁니까?

 
- 네 그렇죠. 저희 성당은 토요일, 일요일날 합쳐서 총 미사를 8대 올려드립니다. 그 미사에 전부 2000명이 옵니다.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 팬더믹 이전까지 그렇게 오셨어요. 지난 3월 초까지죠.

 
유채하 - 지금은 많이 못 모이죠?

 
- 지금은 못 모이는데... 그 때는 한 주에 2000명씩 모였어요. 그리고 성당 단체 중에 레지오 마리에가 있는데, 레지오 마리에는 성당 내 단체 중 가장 오래 됐고 또 선교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레지오 마리에인데, 보통 레지오 마리에는 본당에 꾸리알 하나 정도인데 저희 본당은 꾸리아 3개가 되고, 400~500명 정도의 여성 봉사자가 활동중이에요. 공동체들도 500~600명이 한 달에 한번씩 모이면서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같이 기도해요. 그런 모습들을 볼 때면 정말 이게 하느님이 바라시는 모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레지오 마리에는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전 세계에 가톨릭 교구에서 활동중이다. 한국 레지오 마리에는 1935년 목포 신정동 본당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현재는 27만명의 단원이 활동중이다.)

 유채하 - 아 그렇군요, 사실 1976년도면은 월남전 직후 아닙니까? 

 
- 그렇죠. 그 때 그 이후로는 그 분들이 많이 오셨죠. 그리고 또, 우리나라에 있는 이산가족들, 북한에서 내려오신 분들도 있는데요. 그래서 북한에서 오신 분들도 있고, 중동, 독일 등지에서 해외생활 하신 이민 1~1.5세대 분들이 그렇게 오셨고 2~3세대는 이 곳의 환경, 교육을 좋아해서 오신 분들이에요. 투자이민으로도 오셨어요.

 유채하 - 그렇군요. 사실 1976년도에 한국어로 처음 미사 올린 그 순간 되게 벅찼을 것 같아요. 그 전까지 거기 계셨던 분들은 미사도 영어로 하셨을 것 아니에요.

 
- 그렇겠죠. 근데 여기가, 다행스러운 것은 뭐나면 제가 여기 본당에서 몇 대 신부인가를 찾아봤는데 11대더라구요. 

 
유채하 - 아 그럼, 얼마 안 됐군요. 그러면 한 신부님이 이 성당에서 오래 계셨다는 얘기네요.

 
- 네, 제가 11대째인데 보통 임기가 4~5년 정도입니다. 그런데 딱 마침, 다 합치면 40~45년 됐죠. 그런데 거기서 이제 한국 신부님이 오시게 된 그 시작은 한 25년 정도 밖에 안 됐어요. 그 이전에는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호주 신부님들이 한인 본당 신부님을 하시면서 한인 공동체를 운영하셨죠. 한인성당은 원래 Ashfield 지역에서 시작을 했어요. 그 곳에서 한국말 할 줄 아시는 호주 신부님이 한국어로 미사를 올렸었어요. 그렇게 운영되다가 1991년에 장 신부님이 부임하셨죠. 4대까지는 호주 선교사 신부님이시고, 5대때부터는 대전교구가 직접 파송한 한국 신부님들이 부임하셨습니다. 

 유채하 - 아, 제가 다른 잡지 같은 곳에서 본 것보다 훨씬 끈끈한 신자공동체가 존재하는 성당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인성당이 어떤 구조로 신자들을 사목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구조를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 기본적으로는 우리 교우분들하고, 그리고 사목 역할을 하시는 신부님들하고 4대 수도자 분들이 계십니다. 총 6분 계시죠. 그리고 사목자들을 도와주는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사목위원' 이라고 불리는 분들이고, 또 지역을 관리하는 구역장님들이 계세요. 저희 한인성당은 지역성당이 아니고 시드니 전체를 아울러서 운영됩니다. 시드니 전체를 12개의 구역을 구분을 해놨어요. 그 12개 구역에 구역장님들이 계시죠. 이게 가장 기본적인 구조죠. 12개의 지역의 구역장님들도 남/녀 구분해서 합해서 총 24분의 구역장님이 계시고, 사목위원이라고 불리는 봉사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예전에는 '분과' 라고 불렀는데 현재는 위원회로 이름만 바꿨습니다. 하는 일은 똑같아요. 또 거기서도 나눠서 본당 일을 하시는 본당운영위원회가 있고, 또 지역별 공동체 12개를 운영하는, 공동체운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사회사목을 담당하는 사회사목위원회, 또 미사와 전례 준비를 위한 전례위원회, 신앙교육을 위한 신앙복음화위원회, 또 교회에 청년들이 많기 때문에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는 청년사목위원회 등이 있습니다. 성당 내에서도 다양한 믿음의 형태를 보여주는 레지오, 혼인, 신심봉사단체 등이 있습니다. 

또 최근 스트리밍으로 사목활동을 하는데 그걸 전담하는 미디어위원회, 특별위원회, 그리고 또 성당에서 특별하게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글학교, 그리고 노인들을 위한 '은빛학교' 라고 불리는 실버학교 등 2개의 학교가 있습니다. 한글학교는 한국어 교육을 위한 교육인데 인기가 많아서 200~250명 정도 학생들이 등록해 나오고 있고, 은빛대학은 코로나 팬더믹 때문에 현재는 못하고 있어요. 한글학교는 5월 말까지 대면수업을 했다가 이후로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이 됐죠. 

 유채하 - 성당 내부에도 뭐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같은 청소년 단체들도 있을 것 같아요.

 
- 그게 전부 청소년위원회 담당이죠.

 
유채하 - 또 다른 얘기는, 사실 이건 조금 극소수의 분들이 하시는 얘기지만, 보통 개신교 교회가 가면 굉장히 재미있는 분위기라고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잖아요. 막 기타도 치고 엄청 재밌게 진행되는데 천주교는 약간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이 떨어지는 좀 지루한 느낌의 종교이다...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무례한 얘기이지만. 천주교에서도 젊은 신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것 같네요.

 
 - 그렇죠, 하고는 있는데... 구조적으로 개신교는 개교회주의입니다. 개교회주의는 그냥 교회에서 활동을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에요. 그런데 가톨릭은 조금 달라요.

 
유채하 - 중앙집권체제라서 그렇군요?

 
 - 그렇죠. 개신교는 한 교회의 목사님이 그냥 정해서 활동을 하면 되는데, 천주교는 공동체, 보편적 교회이기 때문에 서로 연결이 되있거든요. 그래서 활동을 하나하나 보게 되면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도 개신교회처럼 청소년 (유스) 만 모여서 하는 그런 게 있어요. 지난 2000년 초에 호주에서 몇 만명이 모여서 세계청년대회를 열었어요. 그렇게 유스들로 하여금 세계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었죠. 거기서 힘을 얻어서 우리 자체에서도 또 그런 형태의 활동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개신교하고 그렇게 비교하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죠. 개신교는 개교회주의라서 혼자 결정하면 되는 부분이고, 우리는 전체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에서 잘 안 보이니까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유채하 - 그런데 이제 천주교에서, 저도 예전에 신자가 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만, 신자가 되려면 예비신자교리를 받아야 하잖아요. 그게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매주 성당에ㅇㅇㅇㅇ 미사 끝나면 신부님한테 가서 교육을 받고 하는 시간이 굉장히 힘든 기간이었는데, 그래서 세례를 받았을 때 굉장히 많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냉담했지만... 세례라는 의식 자체도 그렇지만 예비신자 교리 받는 게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예비신자 교리라는 게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래요. 이게 천주교가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 최소한 6개월, 한국은 1년씩도 하는데 호주도 1년씩 했더라구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리가 자라서 공부하고 학교를 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안 보이는 신앙은 더욱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되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보이는 현실이 급하기 때문에 신앙은 나중에로 미뤄두게 되는 거죠. 그런 세상의 가치를 따라가는 것에 비해서 신앙을 공부하고 만나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죠. 마치 신부가 되기 위해 7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듯이, 최소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공부해서 6개월~ 1년 정도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고 생각해서 하는 거에요. 아시겠지만 가톨릭 교회가 2000년된 종교에요. 얼마나 배울 게 많겠습니까. 그래서 그걸 다 배울 순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나누는 데요. 지금 성당의 6개월 교리는 제가 담당합니다. 교리하기 전에 미사도 참석하구요. 지금은 코로나-19 팬더믹 때문에 약간 변화가 됐지만 보통 아침에 오셔서 1시간 교리수업 하고, 한 30분 정도 나누기 수업을 하는데 이 때는 봉사자별로 그룹을 나눠서 수업을 하구요. 그 다음에 주일 미사 하는 거죠. 이런 일정으로 6개월을 합니다. 매 주일 아침 8시에 오셔서 1시간 교리, 30분 나눔 하고 미사 1시간 합쳐서 2시간 반을 있는 거에요. 보통 한국에서 1시간 교리로 1년 한다는 게 여기서는 2시간 반을 6개월 하는 거니까 실질적으로 1년 반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유채하 - 1년 반 정도의 분량을 하는 거군요? 6개월 동안.

  
- 양으로 보면 그렇죠. 그렇게 저희 성당은 6개월을 기간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는 친밀감이라고 생각해요. 가르침도 굉장히 소중한 것이긴 하지만 친밀감이라는 게 예비신자 분들로 하여금 더 교회에 대해 알고싶어 하는 의지를 갖게 한다고 생각해요. 그 친밀감의 첫번째가 미사 참례, 예수님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어요? 말씀 듣고, 성체도 영하죠. 또 같이 서로 친교를 나누는 것, 이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많이 부족하죠.

 유채하 - 완벽한 인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제가 예비신자 교리를 끝내고, 세례 받고 첫 영성체를 하는데 그게 진짜 감격스러운 순간이거든요. 지금 종교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그 순간 자체는 굉장히 감격스러웠거든요. 특히 가톨릭에서는 성체를 예수의 몸 그 자체라고 가르치잖아요. 예수님을 내 몸 안에 받아들이는 것, 그게 세례받은 사람들로 하여금 6개월을 견디게 한 힘이죠. 

  
- 그렇죠. 그래서 저는 교리 받으러 오신 분들에게는 그렇게 얘기해요. 교리를 듣는 건 입학식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그래요. 입학식이다. 그러나 간혹 교리반을 졸업식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게 끝인 줄 알고.

  
유채하 - 다음 질문은 신부님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질문을 좀 드려보겠습니다.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교에 갔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로 성소가 이루어졌다고 믿고 있습니다. 

 유채하 -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신 겁니까?

 
- 아 그럼요. 엄마의 기도, 뱃속에서부터 신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 많이 하셨대요. 그리고 기억은 잘 안나지만 이모, 삼촌도 협공을 해서 많이 도왔고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커서 자연스럽게 신학교에 가게 됐던 거죠. 

  
유채하 - 신학교에서의 7년 과정이 초반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굉장히 쉽지 않거든요. 그 7년 과정을 유혹도 많이 생기고 환속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 순간을 어떻게 견디셨나요? 사실 기도 밖에 없었을 것 같기 한데요.

 
- 지금도 기도의 힘으로 버티고 있죠. 가족들의 기도도 큰 힘이 되고, 수 많은 교우들이 사제를 배출해내기 위한 기도가 틀림없이 이루어졌죠. 그런 게 힘이죠. 제 힘이 뭐 있겠습니까? 저는 별 다른 힘이 없고, 말씀드렸다시피 한 명의 사제를 낳기 위한 부모님의 기도, 또 교우들의 기도가 중요했죠. 또 신학교 같이 다니는 동료들의 힘이에요. 같이 신부 됐던 동기들이죠. 이 모든 것이 사제 생활 하는 데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유채하 - 그렇군요. 사제서품식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는 장면이 성가가 나오면서 '성인 호칭 기도' 를 하며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엎드리잖아요. 이 의식의 의미가 가장 비천한 자세로 봉사하겠다는 뜻이잖아요. 

  
- 그렇죠. 세상에서의 나는 죽고, 세상을 위해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하는 거죠.

 
유채하 - 제가 예전에 한번 사제서품식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우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만큼 감동적인 장면이거든요. 

  
- 네. 굉장히 뭉클하죠. 사제들이 그 날 평생 울 거 다 운다고 할 만큼.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서품식 할 때는 그냥 멍했다가 자신의 후배들이 서품받는 걸 보면서 우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여기에 속하는 것 같아요. 사제서품 받을 때는 사실 멍했죠. 신부 됐는 지도 잘 실감이 안 날 정도로. 울 정신도 없었죠.

 
유채하 - 신부님이 사실 성직자로서 신앙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계신데 하느님이랑 예수라는 인물이 인간들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메세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간단히 말씀드리면 상대방 그 자체가 되어주는 삶입니다. 내가 나로써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방이 되어주는 것이 그 분들이 남긴 삶의 가치입니다. 말씀을 떠나서요. 그 분의 행적을 보면, 하느님이 하느님으로써 남아있지 않고 인간이 됐잖아요. 또 예수님이 예수님만으로 남아있지 않고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것처럼 내가 나로써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되어주며 사는 것. 이게 메세지의 핵심인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유채하 - 이걸 영어로 말하면 'Dedication' 이죠. 희생이죠. 

 
- 그렇죠. 또 다른 표현으로는 사랑이라고도 얘기하죠.

 
유채하 - 성당이라는 곳에서 가장 큰 메세지는 아마 마태오 복음서 25장 40절에 나오는 "너희 중 가장 작은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했죠. 전 이게 가톨릭 뿐만 아니라 개신교처럼 기독교(Christianity) 라는 베이스 안에서 가장 중요한 복음서 구절이라고 봐요.

 
- 그런 거죠. 하나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지난 8월 초부터 '가톨릭 책방' 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고 동시에 신학개론 대강좌를 시작했는데요. 이 강의에서 이 구절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원의가 종교의 시작이거든요. 핵심적인 부분이 뭐였나면 하느님을 어디서 만나느냐 였죠. 그리스 사람들은 하늘에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반면 유대인들은 하느님을 이 지상에서 발견했죠. 신악성경 속 사람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났죠. 왜냐하면 예수 그 자체가 하느님이거든요. 아까 마태오 복음서 25장 40절이 심판에 관한 내용인데, 거기에 나오는 "작은 이" 가 바로 예수님이라는 거죠. 이 구절을 통해서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죠.

 
유채하 - 이것과 관련된 또 다른 얘기가 있는데, 대형 기독교가 교회로 진짜 품어야 할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 그럼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되는데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잖아요. 완전히 거꾸로 되어버렸죠. 굉장히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예수는 이미 교회 안에 없는 거죠. 

 
유채하 - 다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과 한인사회, 어느 사회나 그렇겠지만 다른 종교들도 있습니다. 한인사회를 보면 한인교회는 운전하다보면 그냥 보이는 수준으로 많고, 불교도 시드니에는 정법사가 있습니다. 또 한인 위주는 아니지만 이슬람 단체들도 있죠. 이렇게 여러가지 종교들이 있는데 타 종교 혹은 단체와의 공동활동을 성당 차원에서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지금은 없어요. 사실 저도 이 곳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됐기도 하구요. 타 종교와의 활동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예수님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아요. 예수님이 세상에 온 것도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들을 찾으러 왔어요. 그 때 이방인 여인이 와서 "우리도 식탁에 떨어지는 빵을 먹고 싶다" 라고 청했고, 이 시기부터 이방인도 사목의 대상으로 지정을 한 거에요. 그게 이후에도 쭉 이어져서 보편적 교회의 기둥이 됐죠. 선교가 단순히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내 이웃이냐' 는 관점이 중요한 겁니다. 따라서 타 종교, 단체와의 공동활동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생각부터 타 종교를 인정하고, 타 종교를 존중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그리스도의 가장 핵심이 '이웃 사랑' 이거든요. 지금 진행하고 계시는 유채하 씨도 제가 사랑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있잖습니까. 이것이 이웃 사랑입니다. 각 공동체마다 그러한 성장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개신교 목사님들과 영적 나눔이나 학술 활동도 했습니다. 또 제가 전공이 러시아 정교회 신학이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하고도 많은 교류를 했었죠. 그런 교류를 하다가 이 곳에 왔기 때문에 아직 여기서는 못했어요. 저는 저희 한인성당 교우들, 양때들을 돌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한인회에서 행사할 때는 참석해서 정법사 회장님이나 목사님들과 종종 만납니다.

 
유채하 -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과 교류하셨다고 했는데 그럼 합정동에 있는 한국 정교회에도 많이 가셨겠네요.

 
- 거기도 있죠. 지금은 정교회끼리 관계가 많이 복잡해져서 여기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국정교회도 갔죠. 그리고 부제가 되면 타 종교 방문을 합니다. 정교회, 불교, 이슬람 등의 종교 시설에 방문하죠. 

 유채하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지금까지 신부 생활을 하시면서 여러 신자분들을 만나셨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신자분들이 있나요?

 
- 저는 학교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본당 신부로는 여기가 거의 처음이에요. 25년 전 금산성당에서는 너무 짧게 있었죠. 그 후에 제가 로마에서 30대 시절 5년간 유학생활을 했는데, 거기서 이탈리아인 신부님들을 만났어요. 그 분들 중 조바니 신부님이라고 계셨는데 제가 방학 때 가서 사순절 시기에 미사를 같이 하고 성당 일도 도와드렸었죠. 그러다가 한번은 식사를 같이 하는데 식사하는 중간에 밖으로 나가시는 거에요. 저는 혼자 남겨져서 혼자 밥을 먹었죠. 계속 식사 중간에 나가시길래 저는 그 때 저 분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고 오해를 했죠. 그러나 그건 정말 오해였어요. 제가 신부님한테 "신부님, 식사 시간에 왜 자꾸 나가십니까?" 라고 여쭈어봤는데 신부님은 불법체류자들을 만나러 나간다고 말씀하셨죠. 당시 이탈리아에 불법체류자들이 많았거든요. 공산권에도 온 사람들, 일본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요. 조바니 신부님이 중간에 나가시는 이유가 그 불법체류자들은 우리가 식사하는 시간에 만나러 오기 때문에 식사하는 시간을 쪼개서 만나러 나가야 한다는 거에요.

 
유채하 - 어떻게 보면 사목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가지는 짧은 자유인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자유를 포기하신 거네요.

 - 네, 그래서 그걸 보고 정말 사제들이 열심히 사시는 구나. 가톨릭 교회가 2000년 된 교회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내가 정말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사제로서 사는 방법을 배우고 저도 그렇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제가 신학교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제 제자들이 다 신부가 됐잖아요. 미국 애틀란타에 한번 간 적이 있는데 그 분들 중에서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꽃동네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은 길거리에 나앉아있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일하시거든요. 그래서 꽃동네의 신부님, 수사님, 수녀님들은 정말 훌륭하게 일하시는 분들이고 제가 그 분들을 가르쳤다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아이티에도 꽃동네 소속 신부님들이 파견을 가서 지진으로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을 지금까지도 도와주고 있어요. 아직 집을 못 찾으신 분들이죠. 그리고 아이티에만 간 게 아니라 우간다에도 갔고, 아프리카나 파라과이 쪽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고 있죠. 그런 걸 보면 정말 예수님의 삶을 그 분들이 살아간다는 걸 느낍니다. 조바니 신부님이 자기 시간을 쪼개가며 불법체류자들을 만나고, 꽃동네 수사 신부님들도 그런 어려운 이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동을 느꼈어요. 우리 교우들도 돈 벌어서 열심히 그런 곳에 후원합니다.

 유채하 - 사실 제가 신부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이런 말씀 드리면 조금 이상하지만 약간 신자들 위로 군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매일 신자들 수십명~ 수백병 앞에서 서 있고, 또 제가 기도하면 수 많은 사람들이 같이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리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단순히 그 위치에서 안주하지 않고 집을 잃고,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서 도와주는 일이 정말 값진 노동이고, 그 자체로 값진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직 한인성당에 오신지 1년 정도 밖에 안 되셨지만 한인성당 신자들 중에서도 좀 남다른 스토리를 가진 분들이 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본 어떤 신부님은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서 일을 하시는 분이에요. 청소년들을 만나실 기회가 생겼을 때 혹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으신가요?

 
지금 호주 청소년 사목에서 Addiction이 가장 큰 문제에요. 한국어로 하면 중독이죠. 뭐 마약 중독, 게임 과몰입... 사람들은 다 중독이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의 사목은 중독 사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거기에 많이 집중하고 있어요. 저희 성당에서도 그런 중독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모임이 몇 개 있어요. 그런데 이런 중독 문제는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밝히지 않고 그런 일들을 하시는 봉사자들이 있고 저도 그 분들을 존중해서 이런 걸 밝히지 않고 언제든지 그런 대상의 분들을 만나서 위로도 해드리고, 어떤 길로 가야 할 지 안내도 많이 해드립니다.

청년들의 중독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들 중 하나가, 문화적 갈등이 있는데 한국식 문화와 호주식 문화가 거의 모든 면에서 갈등을 일으킵니다. 언어 문제, 가정 문제, 교욱 문제, 이성 문제 등 모든 문제에서 한국식 문화와 유럽(호주)식 문화의 충돌로부터 갈등이 생기는데 이걸 가정에서 원만하게 잘 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고, 찾은 다음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부분들이 저희에게 가장 큰 숙제죠.

 유채하 -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운이 안 맞는 경우도 있어요. 운이 없으면... 호주에 처음 오셔서 실패하고 돌아가시는 분들 대부분은 굉장히 열정을 가지고 왔던 분들이에요. 돈 문제만 해결하면 어느 정도 되겠다는 각오로 오셨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견하고 절망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저도 힘들었던 시절에는 성당에 십자고상으로 매달려있는 예수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물론 저 말고도 십자고상 보고 눈물 흘리시는 분들은 많이 있습니다만 힘든 상황속에서도 성당이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거죠.

 - 그렇죠. 지금은 코로나 팬더믹 시기라서 그런 게 힘들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유튜브를 열심히 합니다. 사실 처음 왔던 시기인 작년 3월부터 시드니 한인성당 공식 유튜브를 시작했고 지금 1,900명의 구독자가 있습니다. 

 유채하 - 1900명이면 저보다 많으신데요?

 - 하하하. 그렇게 첫번째 채널이 1900명 구독자가 생겼고 코로나 팬더믹 이후에 올 4월부터 두 번째 채널이 '가톨릭 책방' 을 시작했는데 여기서는 제가 매일 말씀, 강록론, 신학개론 대강좌, 기도 같은 컨텐츠를 하는데 이 채널에는 817명의 구독자가 있습니다. 

 유채하 - 첫번째 채널을 따라잡기 직전이네요.

- 아마 한 두 달 있으면 1000명 될 것 같아요. (웃음)
 
유채하 - 저도 방송생활을 한 지가 4년 반 정도 됐는데 여러 프로그램을 했지만 잘 안 됐어요. 유감스럽게도..
 
- 사실 이거 할 때 유채하 씨가 Young generation (젋은 세대) 로서 이런 걸 한다는 게 정말 칭찬드리고 싶고, 또 응원해드리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고 또 같은 곳에 사니까 윈윈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유채하 -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방송인으로서 전성기를 맞고 싶습니다.
 
- 아 그럼요, 할 수 있어요. 제가 기도하고, 응원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유채하 - 네, 하하 감사합니다. 이제 질문이 3개 정도 남았는데요. 아까 3번 질문하고 많이 연관된 질문인데, 지금은 팬더믹 때문에 어떨 지 모르겠는데 원래 8월 성모승천대축일, 또 4개월 후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이 시기가 사실 새 신자들이 세례를 받으시는 시즌이에요. 가톨릭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거나 곧 세례받으실 예정이신 분들에게 어떤 각오를 하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으신가요?
 
- 그래요. 일단 2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미사에 꼭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리를 6개월 하는 이유도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채하 - 사실 일요일 미사 지키는 거 쉽지 않거든요. 저도 사실 빠진 적이 꽤 있었어요.

 - 하하하. 사실 주일만 있는 게 아니라 토요일까지 해서 토요일 / 일요일 있고, 2차례 있고 또 스크린으로도 하니까요. 미사는 그 형식 안에 말씀이랑 성체가 있기 때문이에요. 미사 안에서 사랑을 나누면서 이 곳에 꼭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미사에 꼭 나오시라는 말씀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저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지만, 예수님이 사랑을 얘기하셨지만 사실 사랑이라는 게 굉장히 추상적인 거잖아요. 그래서 보잘 것 없는 사람, 작은 한 사람에게 해주는 것도 누가 작은 사람인지 사실 봐야 되기 때문에 이 사랑이라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식별이라는 게 필요한데 식별을 위해 필요한 한 가지가 바로 예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서 "남이 너에게 바라는 대로 해주라" 라고 하셨어요. 사실 이것도 어렵죠. 어떻게 남이 바라는 대로 다 해줄 수 있겠어요. 남이 바라는 것 중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그 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건 남이 싫어하는 건 하지 말자는 거에요. 이게 바로 사랑이에요.

 유채하 -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딱 2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네요. 첫번째는 주일미사에 꼭 나와라, 두번째는 남이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게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에요. 첫번째가 제일 와닿습니다. 제가 사실 성당 자주 다닐 때 주일미사에 잘 안 나왔어요. 제가 사실 3년 전에 호주 신부님에게 영세를 받았는데 1년 반 정도 됐어요. 그 때 신부님이 세례를 주실 때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지금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되게 기억에 남아요. 사실 지금 살아계신지도 잘 모르겠어요. 너무 연세가 드신 신부님이라서...  "가톨릭 신자라는 길을 걸어가는 건 결코 달콤한 길이 아니다.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길이다. 이 힘든 길을 끝내고 나면 너에게 영광의 면류관이 쓰일 것이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 말만은 되게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가톨릭 신자라는 길이 달콤한 길이 아니니까요, 굳이 신부가 아니라 신자로서 사는 것도 힘든 일이잖아요. 8번 질문을 만들 때 그 노 신부님이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렇게 좋은 말씀 듣고도 지금 참 죄송하게도 성당에 안 나가고 있지만요.

 - 하하하.

 유채하 -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가톨릭 교회가 일반 민중들에게 어떠한 종교집단으로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 음, 저는 한국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아시아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하나로 합쳤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가톨릭도 단순히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아시아 가톨릭 교회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발전하고 있거든요. 이게 예수님의 가치를 이룰 수 있는 한국 가톨릭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일반 사람들도 가톨릭 교회에 친숙을 느끼는 거죠. 사실 예수의 가르침과 한국 문화가 매우 비슷해요. 다만 형식이나 체제가 좀 다를 뿐이죠. 유럽의 가장 중요한 기반과 정신은 희사, 그리스 정신이에요. 그리스 정신의 기본은 대화에요. 아고라라고 하죠. 그리고 로마의 법 중심 사회에요. 지금 팬더믹을 보더라도 법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또 나머지 하나는 그리스도교 신앙이죠. 이 3개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인거죠. 이제는 가톨릭 교회가 한국을 중심으로 해서 아시아 내 그리스도교 발전을 통해 아시아의 자비, 가치 등이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유채하 - 곧 이루어질겁니다. 지금 신부님과 인터뷰하면서 느낀 게 신부님이 굉장히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구요. 한국 사회가 가톨릭 교회하면 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교회라는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신부님이 말씀하신 것들도 이뤄진 날이 멀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하하, 감사합니다.

 유채하 - 이제 마무리를 해야 되는데요. 모든 게스트 분들에게 드리는 질문인데, 신부님이 오늘 생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 서로 사랑합시다.

 유채하 -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님 유언도 서로 사랑합시다 였습니다.

 - 이게 예수님의 유언이기도 해요.

 유채하 - 사실 예수님의 진짜 유언은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께 맡끼나이다' 가 진짜 유언이지만 가르침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서로 사랑하여라' 가 맞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이 인터뷰를 해주신 것도 사랑이었죠. 제가 이전까지 수없이 많이 거절을 당했습니다. 50~60번 가까이를 거절을 당했어요. 그 중에는 일반 개신교회도 있었고, 연예 기획사도 있었고, 여기서 활동하는 예술인도 있었죠. 어떤 분들은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막상 전화하니 그런 일 없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신부님은 처음부터 저에게 친절하셨고 오늘 진행도 약간 긴장하긴 하셨지만 그래도 정말 잘해주셨습니다.

 - 하하, 감사합니다.

유채하 - 이제 클로징 멘트를 해야 되는데요. 사실 가톨릭 교회라는 단체가 지금은 사람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사회 약자에게 다가가는 종교라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16세기만 해도 굉장히 타락했었어요. 면죄부나 교황의 권력 등의 문제가 있었고 결국 루터가 박차고 나가 개신교를 만들게 되었죠. 이걸 보면 그 일화가 떠오릅니다. 베드로가 예수가 잡혀간 다음에 자신이 예수를 모른다고 예수를 3번 부인했습니다. 3번째로 부인을 하고 닭이 우는 소리를 들은 뒤 베드로는 많은 눈물을 흘렸죠. 그리고 부활하신 이후에 베드로를 찾아왔을 때 "베드로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라고 3번 물었을 때 예수는 이미 베드로를 용서한 거에요. 어떻게 보면 가톨릭 교회나 여타 다른 종교 집단도 그렇지만, 16세기의 타락이나 현재 나오는 문제들도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했던 것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예수님의 뜻을 실천하겠습니다' 라고 몇 번 말하고 다짐을 하면 아마 종교 단체도 변화되고 이뤄질 수 있는 것 변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베드로도 예수에게 "내 양을 잘 돌보아라" 라는 명을 받고 1대 교황까지 됐잖아요? 가톨릭 교회가 종교집단인만큼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죠. 그럴 때마다 베드로의 일화를 생각하면서 잠깐 돌아섰던 신앙의 동굴에서 다시 들어가겠다고 다짐하며 돌아가는 그런 종교집단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아이고, 훌륭한 말씀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유채하 - 제가 지금 가톨릭을 안 다니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하느님을 믿습니다. 

 - 하느님도 유채하씨 믿어요.

유채하 - 진짜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신부님의 말씀을 통해서 가톨릭이라는 종교에 대해서 신자 시절에 미처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된 것 같구요. 앞으로 시드니 한인성당의 발전을 기원하고 수많은 분들이 한인성당을 방문함으로써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당의 개개인이 가톨릭에서 말하는 사심판이라는 걸 받을 때 "이 세상에서 공덕을 가장 많이 줬던 자는 누구인가?" 라고 개인적으로 질문을 받을 때 그들이 "시드니 한인성당 공동체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 와, 감사합니다.

유채하 - 사실 첫 진행이다보니까 굉장히 떨리고 미숙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드릴 웃길 얘기는, 제가 야외 스튜디오에서 하다보니까 옆에 나무도 있고 풍경이 굉장히 멋있어요. 진행하는 와중에도 중간에 아기들이 뛰어놀고 막 그랬어요. 아마 나중에 팟빵에 올라온 거 보시면 아이들 목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제가 느낀 건 이 소리와 모습까지도, <THE INTERVIEW> 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놀고 하는 모습도 방송의 모습이죠. 이 아이들도 방송 나와서 계 탄거죠.

 - 하하하, 그런 셈이죠.

유채하 - 아무튼 오늘 <THE INTERVIEW> 1회, 곽승룡 비오 신부님과의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다음 2회가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비정규 프로그램이거든요. 오늘 곽승룡 신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취자 분들이 값진 한 가지라도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 저도 하느님께 많이 기도할게요.

 팟빵에서 1회 다시 듣기 - http://www.podbbang.com/ch/1777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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