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격 상승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는다. 정부에서 동원 가능한 대부분 정책수단들을 동원하고 있으나 부동산가격 문제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많다. 우리 생존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 한 가지에 문제가 생기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주거는 역시 공간을 전제로 한다. 즉 공간에 대한 각별한 인식이 필요하다. 부동산 문제는 (주거)복지 문제이기도 하고 그 정책은 경제정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정책은 대체로 공간을 고려하지 않는, 몰공간적 혹은 공간중립적인 정책이 일반적이었다. 경제가 요컨대 그 시작인 생산과 그 최종 귀착점인 소비까지 사람이 주체인 점에서 사람을 고려한, 즉 소득분포를 고려한 정책은 있었지만, 그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고려는 별로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의 흐름에, 그리고 세계경제기구들의 정책 권고에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의 중요성에 대한 주목이 그 첫 번째이다. 이 흐름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는 현 정부 들어 크게 수용되어 '포용국가론'으로 정리되었다. 경제에 대한 '사람중심 사고'였다. 그런데 두 번째 변화인 '장소기반 접근(place-based approach)' 혹은 '장소기반 발전정책'에 관해서는 그간 일부 소개는 되었으나 정책으로는 거의 수용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의 모습은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할 수 있다. 특히 도시와 농촌 등 공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발전해온 대량생산체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해서 맞춤형 주문생산이 다시 중요해졌듯이 이런 차이를 반영해서 지역별로 특색 있는 지역혁신체계를 모색하고, 지역복지체계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는 참여정부 이래 경험적으로 정착되어 왔다. 그런데 공간에 대한 고려는 균형발전이란 '특별한 고려'의 관점에서 '추가'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국판 뉴딜도 그랬다. 전반적인 계획이 먼저 입안되고 지역뉴딜은 보완과정을 통해 추가되었다. 균형발전에 관한 이론적, 철학적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공간은 모든 경제정책에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되어야 한다. 이는 연방국가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되어 왔다. 그리고 많은 선진국들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OECD 보고서가 대표적이며 그 후 여러 연구결과들이 제기되었다. 장소기반 사고로 보면 그동안 우리가 당연시했던 지역에 관한 여러 가지 점들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도시경제가 농촌경제에 비해 소득이 더 높을 수는 있지만 소득의 증가율이 반드시 높지는 않다. 조사연구에 의하면 90년대 글로벌화가 한창 진행되었을 때에는 도시경제의 소득증가율이 더 높았지만 밀레니엄(2000년대) 이후에는 반대의 현상이 더 일반적이다. 또 같은 맥락에서 인구 규모가 큰 대도시가 집적의 경제 효과를 통해 (+)의 외부경제효과를 발휘해서 중소도시보다 생산성과 소득의 증가율이 높았으나, 그렇지 않게 되었다. 집적의 효과 못지않게 (-)의 외부효과가 커진 것이다. 그래서 인구 규모에 대해 외부효과는 역U자의 특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신경제지리 이론'의 여러 논자들이 제기했던 것과 반대의 양상, 규모의 불경제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삶의 쾌적함 등을 고려한 후생수준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도권의 출산율이 전체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이론의 연장선에 '메가시티'론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균형발전에 반대논리로 혹은 균형발전을 위해 활용되었다. 인적 물적 자원의 완전한 자유이동을 전제로 한다. 개발도상국은 지역엘리트의 부패와 무능의 문제가 있고 지역혁신역량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메가시티를 통해 혁신에 관한 경험학습도 쌓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2009년 세계은행 보고서는 그런 관점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주민의 의식수준과 역량이 축적된 선진국에서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중소도시가 특색있게 지역혁신체계와 지역복지체계를 갖춤으로써 생산성 및 소득의 성장과 삶의 질 개선이 더 가능하다.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효율성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잠재적 역량이 활용되지 못한 지역의 활용수준을 높임으로써 전반적 효율성도 높여서 전체 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역경제의 여러 과제, 또 부동산가격 문제에 대해 지역 간의 이런 특성, 이동의 흐름을 타는 정책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기가 힘들 듯 훨씬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필자는 한국판 뉴딜과 부동산투기 문제를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위클리 공감』 8월 17일자). 현재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공격적 부동산 투기는 근본적으로 공급이 한정된 공간자원의 공급에 대한 투기적 가수요를 정책의 힘으로 억누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좀 조심스럽지만, 그 공간에서의 투기는 그들만의 리그로 놔둠으로써 다른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특히 청년세대를 위하여)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필요한 곳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일상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다만 각 공간의 특색에 맞는 정책을 강구할 수 있게 이제 부동산가격 대책도 지방정부로 그 권한과 책임을 넘겨야 하겠다. 이제야말로 서울이 집적의 불경제효과가 더 크게 나타남으로써 서울에 거주하지 못하고 수도권에 거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인구가 더 늘어나 있다. 그러는 사이 지역공간에 대한 공공투자는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훨씬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지역 간 집중은 시장의 실패일 뿐만 아니라 정책의 실패일 수 있다. 그에 따른 비효율을 억지로 억누르려 하다 보니 갈수록 사회적 비용이 사회적 수익보다 더 커지고 있다. 이제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차제에 모든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토가 인구 규모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현실을 개선해서, 공간에 대한 고려, '장소기반 접근'으로 상수로 추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입법기구인 국회와 그것을 집행하는 행정체계들도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지역의 교육수준을 높이고 혁신을 격려하는 체계, 거버넌스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지역내 중앙부처들 하부기관 간 칸막이 의한 중복투자,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지역의 연구개발투자에 매칭펀드 비중을 낮추고 지역독자적인 비중을 높여야 한다. 지역과학기술위원회도 활성화해야 한다. 동시에 '열린 혁신체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특색있는 발전이 각 지역별로 성을 쌓음으로써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역 내 보호체계, 지역단위 간 경쟁은 비효율과 중복투자, 인적 물적자원의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를 낳을 수 있다. 이런 비효율에 대한 대책으로 대경권, 동남권, 호남권 등으로 공간 단위를 확장하는 논의가 요즘 부쩍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오히려 더 크게 비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인적, 물적 자원의 최적 배치를 꾀하고, 그 속에서 지역산업을 관련다각화(related diversification)를 통해 더욱 특화(스마트전문화)시켜 감으로써 최적의 발전경로를 그려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예부터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런 인식의 배경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함께 함으로써(요즘 말로 '인싸'가 됨으로써) 최고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래서 각자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국민경제의 규모가 커진 이제 종합적 중심의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먹히고 있다. 그 서울을 분야별로 분산킴으로써 그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행정수도는 세종시에, 사법 수도는 또 어디에, 그리고 금융의 수도는 어디에, 자동차의 생산과 연구는, 조선과 바이오의 생산과 연구는, 해양의 중심은 어디에 등등으로 국토 공간의, 따라서 우리 국민의 최적 배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 노력은 그전부터 있어 왔다. 이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과제가 있다. '장소기반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들에서는 교통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일제가 만주 침략을 위해 종축 중심으로 구성해놓은 교통인프라를 횡축 중심으로 보완해야 한다. 각 지역 간 이동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도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주변지역을 중심지역과 교통인프라 건설로 연결하면 오히려 주변지역을 공동화시키는 빨대효과가 더 크게 될 뿐이라 했다. 우리나라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도로에 관해서는 최근 개선이 진행 중이지만, 편한 이동을 가능케 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횡축의 철도망 부설이 긴요하다. 횡축의 철도망은 지역간 수평적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하는 통로가 되어 지역별 스마트전문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첨부파일 부동산 문제 장소기반 접근(김재훈).hwp #부동산가격 #균형발전 #장소기반접근 #메가시티 #수도권 집중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