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국제화 배경 속 '학화만사성'으로 가는 길 ②

유학생과 한 지붕 아래서 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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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원(gkswldnjs54)등록 2020.12.01 16:17
캠퍼스 국제화 배경 속 '학화만사성'으로 가는 길
유학생과 한 지붕 아래서 잘 사는 법
 
◇ 대학은 웃고, 학생들은 우는 현실
 
현재 국내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이 겪는 언어적 한계를 고려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그 예로 교양 필수 과목에 유학생 전용 분반을 따로 개설하고 교양 글쓰기 강의와 튜터링 시스템, 한국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강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전편 기사에서 밝혔듯, 강제성이 필요한 부분임에도 수강 여부를 유학생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고 있다는 점과 프로그램 자체가 학기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속성과 체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설문조사를 통해 15명의 외국인 유학생 중 40%는 고급에 해당하는 TOPIK 5급과 6급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TOPIK 시험 준비를 통해 배우는 한국어는 대학 수업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결국 TOPIK 시험에서의 자격증 유무, 급수와 수업 이해에 실질적인 도움 유무 사이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부산대학교에 입학한 중국에서 온 S 유학생(21)은 TOPIK 6급을 취득하였고, 일상적인 소통에는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전공 수업 이해도에 대한 질문에 "막상 학교에 입학하여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때 교수자의 설명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결국 수업과 함께 제공된 PPT 자료를 보고 번역기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 유학생들에게는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앞서 지적했듯 일반목적의 한국어와 특수목적의 한국어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한 한국어는 전문 분야의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성격이 다른 '특수목적의 한국어'로 분리된다. 이러한 특수목적 한국어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아 입에 잘 붙지 않고 더욱 어렵고 생소한 것으로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이 전공 이수를 위한 필요한 기초소양을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학사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전공 수업 전 들어야 할 선수 과목을 지정 개설하고 현재 교양필수 교과목과 같이 전공 수업 전 반드시 듣도록 강제성을 둘 필요 또한 있다.
 
 
◇ 유학생이 들어야 할 교양 필수 과목이 '한국 문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용 교과목의 실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한국 문화 관련 과목에 편중되어있으며 실제 한국어 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교과목은 일반교양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 문화 이해에 대한 교육 이전에 시급한 문제인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집중 교육하는 강의의 개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과 동일한 교과과정을 이수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인 '리포트 작성', '발표와 토론', '팀 프로젝트 과제'인 점을 고려하여 <전공기초용어와 관련 배경지식의 이해>, <한국어 읽고 쓰기>, <학문적 한국어를 사용하는 레포트 작성법> 등의 개설을 통해 유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과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 학사체계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시기...
 
외국인 유학생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의 유학생 관리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 또한 캠퍼스 국제화와 재정 충당을 과도하게 고려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유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라는 같은 지붕 아래의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 과정에서 고등학교 내신, 수능 백분위, 생활기록부, 면접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평가받는다. 이에 비해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 조건은 TOPIK 시험 자격증이 주를 이루며 상대적으로 고려사항이 적다.
 
이는 국내 대학의 과열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노력으로 유학생들의 경우 학업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도 입학 허가를 받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학업 준비도는 유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층위의 적응 문제와 더불어 낮은 학업 성취도라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유학생들 스스로가 한국의 대학에서 자신의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잃어버려 학업 중도 포기 사례 또한 급증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입시 시스템과 같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와 같이 단순 한국어 능력 시험의 급수가 입학을 결정짓는 선발 기준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선발 기준의 구체화가 유학생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는 감정적인 판단은 접어두어야 한다. 국내 대학의 건강한 국제화와 졸업 후 유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이와 같은 반향은 불가피하다.
대학은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들과 같이 제대로 된 학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입학 단계부터 전공적합도나 적성 테스트, 전공 선택 동기 등에 대한 심층 면접 등으로 선발 단계를 세분화하는 노력을 보여야한다.
 
 
 
◇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방지하는 건강한 캠퍼스 국제화를 향한 걸음
 
국내 대학의 치열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 상황에서는 오히려 한국인 학생들은 '제노포비아(Xenophobia)와 같은 외국인 공포증을,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적응을 실패하고 학업 중도 포기를 겪는 과정에서 반한감정까지 조성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대학의 행보는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건강한 캠퍼스 국제화를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들이 서로에게 가진 편견 어린 인식의 변화 뿐 아니라 유학생 유치와 지속을 추구하는 대학과 교육청이 유학생 관련 정책 방안 자체를 개선해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국내 한국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시선에서 돈만 주면 졸업장을 주는 '도피 유학'의 성지로 전락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속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확대를 위해 대학이 가져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우선 현재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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