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생명의 씨앗 나누는 고귀한 행동"

[현장] ‘헌혈하는 사람들과 수혈 받는 사람들의 물보다 진한’ 제11회 헌혈talktalk콘서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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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주(piayoon)등록 2020.11.30 14:56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3차 유행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백신과 치료제 관련 소식이 들려오고 있긴 하지만,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말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만 같다. 백신과 치료제로 팬데믹 상황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우리의 일상은 전과 같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일상은 분명 전과 달라졌다. 하지만 변화는 유독 약한 고리에 잔인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올해는 누구보다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해였을 것이다. 특히 백혈병을 앓는 환자들은 헌혈이 줄어든 까닭에 직접 혈소판을 구하러 나서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정부의 헌혈 독려로 혈액 수급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의 모든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기, 생명의 씨앗을 나누는 사람들과 받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채 유튜브 '백혈병환우회TV'로 생중계되는 방송을 시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만은 모두 함께였을 것이다.
 
 
수혈자가 헌혈자에게 감사하는 마음 담은 열한 번째 콘서트
 
한국백혈병환우회(대표 안기종)에서 개최한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는 11월 17일, 용인 김미화마을 카페 루캘에서 열렸다.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개최된 이번 콘서트는 백혈병ㆍ악성림프종ㆍ골수형성이상증후군 등을 앓는 환자인 수혈자가 헌혈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매년 갖는 자리다.
이은영 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코로나19로 헌혈이 줄어 혈소판을 직접 구해야 하는 환자들의 어려움이 크다. 거리두기 2단계에도 불구하고 헌혈에 동참해 주십사 호소하기 위해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용인 김미화마을 카페 루캘에서 열렸다. 거리두기 2단계 방역수칙을 준수하고자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채 유튜브 ‘백혈병환우회TV’로 생중계됐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이날 콘서트의 문을 연 이는 독일에서 귀국해 챔벌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희 씨였다. 그는 'shape of love'라는 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이 자리가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는 자리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이 곡을 선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음 순서는 백혈병환우회 수혈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최병량 씨의 차례였다. 그는 대상 수상작인 '하얀 벽지 위 빨간 물감'을 직접 낭독해 환우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은 최 씨의 투병을 계기로 헌혈을 시작하게 된 아들 정선민 씨와 함께 참석했다. 최근 해병대를 제대한 정 씨는 두 달에 한 번씩 헌혈을 하는 사연을 소개하고, 직접 피아노를 치며 처진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헌혈자를 대표해 "헌혈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담배도 끊었다"는 안창현 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 11월 16일, 혈소판ㆍ혈장 헌혈 128회를 포함해 300회의 헌혈을 마친 다회 헌혈자로 1회를 제외하고 10년째 헌혈톡톡콘서트에 참여했다. 그는 2013년 KBS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채택되었던 헌혈 개사송 '당신은 헌혈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무대에서 직접 부르기도 했다.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에서 피아노 연주로 축하공연 무대를 선보인 박영희 씨(왼쪽)와 지난 11월 16일, 300회 헌혈을 마친 다회 헌혈자 안창현 씨. ⓒ 한국백혈병환우회

 
이날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는 넌버벌 퍼포먼스 개그팀인 '옹알스'의 공연이었다. 연말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쁜데도 불구하고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진영 씨가 공연 무대를 꾸며주었다. 마술, 비트박스, 저글링 등의 공연을 마치고 난 후 옹알스는 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기도 했다. 이날 조수원 씨는 악성림프종을 투병하면서 겪은 일에 대해 말하면서 "헌혈의 중요성과 감사함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년 전 응급실에 갔을 때 16번이 수혈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헌혈은 생명의 씨앗을 나누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은영 사무처장은 "올해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특히 울컥했다. 혈소판 부족이라는 현실과 그럼에도 꾸준히 헌혈을 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때문이다. 헌혈에 많이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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