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 왔는데 한국인 친구는 없어요." 갈망하는 유학생과 기피하는 한국의 대학생

언어장벽으로 인한 '유학생 게토화'현상과 자금조달에 눈이 먼 한국 대학의 현실

검토 완료

한지원(gkswldnjs54)장희주(anh231000)등록 2020.12.01 14:55
◇ 한국인 학생들 사이 남겨진 유학생 무리 : '유학생 게토(Ghetto)화 현상'
 
대학에 입학하여 다양한 외국인 유학생 친구를 사귀고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는 글로벌한 대학 생활.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로망이지 않을까?
그러나 막상 학교에 입학하여 정신없이 학과 생활을 하다 보면, 유학생 친구를 자연스레 사귀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인 학생들은 한국인 학생들끼리, 유학생은 자국 유학생들끼리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다수의 한국인 학생과 떨어져 뭉치게 되는 '유학생 게토(Ghetto)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개개의 학생들이 국적이 다른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인 학생과 유학생들의 공통분모인 '대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이루겠다는 교육부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15년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하여 국내 고등교육 기관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도록 장려해왔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대학의 국외 한국인/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은 다음과 같다. 
 

국외 한국인/국내 외국인 유학생(대학) 현황 국외 한국인/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대한 그래프 ⓒ 통계청 e-나라지표 '유학생 현황'

 
 위 그래프를 보면, 국외 한국인 유학생은 대체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국내 유학생 증가 추세는 외국인들의 국내 유학 목적의 다양화와 교육청이 대학 평가에 국제화 부문을 추가하였다는 점, 국내 학령인구의 감소로 입학 자금 확보를 위해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대학의 태도 등의 요인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부산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함께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모습 ⓒ 부산대학교 언어교육원

   

언어교육원에서 활동 후 기념사진 부산대학교 언어교육원 학생들과 선생님들 ⓒ 부산대학교 언어교육원

 
   
이처럼 국내로 유입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한국 대학의 '글로벌화'의 진전을 보여주는 마냥 긍정적인 지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학업 중도 포기 사례 또한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강좌 문화 활동 후 기념사진 언어교육원에서 주최하는 문화 활동 후에 찍은 기념사진 ⓒ 부산대학교 언어교육원

 
  
 
 
◇ 언어장벽에서 시작된 유학생들의 대학 부적응 문제
 
한국 대학 생활의 적응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중심 요인은 바로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다. 2015년 교육청이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듬해인 2016년 유학생 입학 최소 기준을 TOPIK 3급에서 2급으로 변경하였다. 2급은 TOPIK Ⅰ에 해당하는 초급 자격증이며 200점 만점에 140점 이상의 점수를 맞아야 한다. 그러나 TOPIK 2급은 가장 '기본적인 언어 구사' 능력 정도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인식한 몇몇 국내 대학들이 입학 기준과 졸업 기준으로 각각 TOPIK 3급과 4급을 제시 한 결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어학당과 같은 학교 부속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평균 1년 이상의 학습 기간을 갖고 대부분 3·4급의 TOPIK 성적을 갖춘 채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TOPIK 3급이나 4급과 같이 중급 정도의 한국어 능력으로는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또한 '유백열의 대학 수학을 위한 TOPIK 수준조사'의 내용에 따르면 실생활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 수준의 수업을 수강하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급에 해당하는 TOPIK 5급 이상의 수준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15명을 대상으로 TOPIK 자격증 유무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과반수가 자격증을 취득하였으나 5급 이상을 취득한 학생은 전체의 40%밖에 되지 않았다.
 
애매한 한국어 능력은 제한된 수준의 일상 회화는 가능할지 모르나, 더욱 복잡한 언어 사용을 요구하는 대학의 전공 공부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 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항목 중 '한국에서 대학 생활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이 "대학 수업 이해의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 TOPIK(한국어능력시험)에서 배운 건 일상 회화, 막상 대학 수업에서 사용되는 한국어는 복잡한 전공 용어?
 
TOPIK 고급 자격증(5급과 6급)을 취득하는 것이 유학생들이 겪는 언어장벽을 허물 수 있는 무조건적인 해결책일까? 그러나 대학 수업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해봤을 때, 유학생들이 짧은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습득한 한국어가 대학 강의 수업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대학 입학 전, TOPIK 시험을 준비하며 배우는 한국어는 일상 회화와 같이 일반 목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전문적인 과업을 수행할 때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즉 전공과목 학습과 같은 학문적 상황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는 언어가 가진 성격 그 자체가 다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학생들에게는 TOPIK과 다른 성격의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특수 목적의 언어 학습을 위한 정식적인 교육 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 "말하고 듣기도 벅찬데" '쓰기'에서 좌절하는 유학생들
 
유학생들의 전공 수업 이해와 관련하여 한국어 능력의 부족은 '쓰기'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한국어 쓰기는 과제나 시험 답안지 작성과 같이 학업 능력 평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높은 단계의 한국어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유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많은 대학에서 쓰기 과정을 다룬 다양한 교양 글쓰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쓰기 관련 교과목이 교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강 여부가 유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달려있다는 점, 쓰기 능력 향상이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학습 분야인 것에 반해 개설된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 등 여전히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 "유학생과의 팀플은 솔직히 좀 꺼려지죠." 회피하는 한국인 학생들
 
유학생들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은 수업을 듣고, 말하고 쓰는 과제 수행뿐 아니라 소위 팀플과 같이 한국인 학생과의 협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취재를 위해 만난 베트남에서 온 P 유학생(21)은 본격적인 팀플 시작 전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매체에서 그려진 외국인 유학생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동영상을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 '한국인 학생들이 유학생과 함께 과제를 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 하는 이유'에 대한 한국인 학생들의 인터뷰를 보고 겁을 먹어서 다가가기가 더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유튜브 영상의 한국인 학생들의 인터뷰가 대변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과제를 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인 학생들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대구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강운선 교수는 "국내 한국인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동료로 인식하기보다는, 부담을 갖고 챙겨주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지가 답답한 것은 외국인 유학생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인 학생들의 도움 아래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히 있지만 언어 능력 부족으로 이러한 의지조차 원만한 소통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앞서 베트남 유학생의 인터뷰 사례와 같이 외국인 유학생들 또한 한국인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가진 편견 어린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장 비참한 사실은 타국 학생들로부터 부정적으로 고정돼버린 자신들의 이미지를 스스로 내면화해버리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과 생활에 점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게 되는 현실이다.
 
 
◇ 대학이라는 한 지붕 아래 동거가 이렇게까지 불편할 일인가요?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관계가 어색함을 넘어 불편함까지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근원적인 원인으로 2015년 교육부의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 이후 다수 대학의 행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내 대학들이 대학 평가 항목에 있는 국제화 부문을 충족시키고 국내 학령인구 감소로 부족해진 입학 자금을 외부로부터 확보하기 위해서, 타당한 수학 능력을 검증하기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최소한의 언어 능력만 갖추면 외국인 유학생을 제한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개설되어있는 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과목들은 대학 수업 이해를 위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강제성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관리의 한계와 실질적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학의 지원체계 부족과 후속 서비스 미흡이 한국인 교수와 외국인 유학생, 한국인 대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외국인 유학생들은 유학 생활 중 겪는 은연 중 소외와 차별, 학업 장애 그리고 학업 중도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캠퍼스 국제화 배경 속 '학화만사성'으로 가는 길
 
◇ TOPIK 고급인데도 수업은 영..
 
올해 부산대학교에 입학한 중국에서 온 S 유학생(21)은 TOPIK 6급을 취득하였고, 일상적인 소통에는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전공 수업 이해도에 대한 질문에 "막상 학교에 입학하여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때 교수자의 설명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결국 수업과 함께 제공된 PPT 자료를 보고 번역기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 유학생들에게는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한 한국어는 전문 분야의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성격이 다른 '특수목적의 한국어'로 분리된다. 이러한 특수목적 한국어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아 입에 잘 붙지 않고 더욱 어렵고 생소한 것으로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이 전공 이수를 위한 필요한 기초소양을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학사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전공 수업 전 들어야 할 선수 과목을 지정 개설하고 현재 교양필수 교과목과 같이 전공 수업 전 반드시 듣도록 강제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 유학생이 들어야 할 교양 필수 과목이 '한국 문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용 교과목의 실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한국 문화 관련 과목에 편중되어있으며 실제 한국어 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교과목은 일반교양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 문화 이해에 대한 교육 이전에 시급한 문제인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집중 교육하는 강의의 개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과 동일한 교과과정을 이수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인 '리포트 작성', '발표와 토론', '팀 프로젝트 과제'인 점을 고려하여 <전공기초용어와 관련 배경지식의 이해>, <한국어 읽고 쓰기>, <학문적 한국어를 사용하는 레포트 작성법> 등의 개설을 통해 유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과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 학사체계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시기...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 과정에서 고등학교 내신, 수능 백분위, 생활기록부, 면접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평가받는다. 이에 비해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 조건은 TOPIK 시험 자격증이 주를 이루며 상대적으로 고려사항이 적다.
 
이는 국내 대학의 과열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노력으로 유학생들의 경우 학업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도 입학 허가를 받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학업 준비도는 유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층위의 적응 문제와 더불어 낮은 학업 성취도라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유학생들 스스로가 한국의 대학에서 자신의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잃어버려 학업 중도 포기 사례 또한 급증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입시 시스템과 같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와 같이 단순 한국어 능력 시험의 급수가 입학을 결정짓는 선발 기준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선발 기준의 구체화가 유학생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는 감정적인 판단은 접어두어야 한다. 국내 대학의 건강한 국제화와 졸업 후 유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이와 같은 반향은 불가피하다.
대학은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들과 같이 제대로 된 학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입학 단계부터 전공적합도나 적성 테스트, 전공 선택 동기 등에 대한 심층 면접 등으로 선발 단계를 세분화하는 노력을 보여야한다.
 
 
◇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방지하는 건강한 캠퍼스 국제화를 향한 걸음
 
국내 대학의 치열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 상황에서는 오히려 한국인 학생들은 '제노포비아(Xenophobia)와 같은 외국인 공포증을,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적응을 실패하고 학업 중도 포기를 겪는 과정에서 반한감정까지 조성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대학의 행보는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건강한 캠퍼스 국제화를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들이 서로에게 가진 편견 어린 인식의 변화뿐 아니라 유학생 유치와 지속을 추구하는 대학과 교육청이 유학생 관련 정책 방안 자체를 개선하여 질적인 상승을 도모해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국내 한국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시선에서 돈만 주면 졸업장을 주는 '도피 유학'의 성지로 전락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속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확대를 위해 대학이 가져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우선 현재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