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라고요? 협박아닌가요?

코로나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된 수원 사립 경기대학교 기숙사

검토 완료

김예림(gomyr2020)등록 2020.12.18 13:47
   

12월 14일, 이재명 지사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되는 수원 경기대학교 기숙사를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 경기도청

경기도가 오늘(17일) 수원에 있는 사립 경기대학교 기숙사(경기드림타워)를 코로나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했다. 최근 급증한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병상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기 중 갑자기 기숙사를 비워야 했다.

일부 학생들은 새로 머무를 집을 찾느라 뛰고, 더러는 모텔을 잡았다. 경기도는 이미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경기대 학생들은 학교 측이 아닌, 언론을 통해 12월 14일에서야 이 사실을 접했고  16일까지 기숙사에서 나가라고 통보받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3일 개인 SNS에 '병상 및 생활치료시설 긴급동원조치에 착수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14일 오전 경기대 기숙사를 방문했다. 이후 해당 시설이 수원 경기대 기숙사라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퍼졌지만, 정작 학생들은 14일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기숙사로부터 제대로 된 공지를 받을 수 있었다.

   

경기드림타워 긴급 조기퇴사 안내문 12-14-18:42분 게재됐다. ⓒ 경기드림타워 홈페이지 캡처

   
정해진 기숙사 계약 만료 기간은 19일까지이고, 학교 공식 종강일은 12월 18일이다. 18일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이틀을 남겨두고 부랴부랴 짐을 부치고 낯선 대체숙소나 친구·친척 집 등에서 시험공부를 해야 했다. 때 아닌 날벼락에 계절학기를 수강하거나 종강 후 교내 근로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비상이다.

     

에브리타임에 게제된 한 학생의 익명글 (1-1) ⓒ 에브리타임 캡처

   

에브리타임에 게제된 한 학생의 익명글 (1-2) ⓒ 에브리타임 캡처

   

에브리타임에 게제된 한 학생의 익명글 (1-3) ⓒ 에브리타임 캡처


이러한 사건을 언론에서 다루자, 경기도 공식 블로그에선 '팩트체크'라는 글을 올려 반박했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으며, 경기대 기숙사가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했고, 학생들의 대체 숙소를 마련하고 택배·이사비 등을 지원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기도는 "학생들의 협조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7일 SNS를 통해 '팩트체크' 링크를 공유했으며, "생활치료센터에 동의해 준 경기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 피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협의 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확정'난 것처럼 보도가 이뤄졌고, 협조하지 않을시 '긴급동원명령'이 발동될 것이라는 당부를 들었다며,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협조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심지어 퇴사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물 설치를 위해 군인들이 기숙사에 들어왔으며, 짐이 마구 옮겨지는 과정에서 옷이 찢기는 등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때아닌 특수에 기숙사 업체는 이득을 보는데, 정작 경기도 측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대체숙소에는 책상조차 없어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질책도 나타났다.
 

에브리타임에 게제된 한 학생의 익명글 (1) ⓒ 에브리타임 캡처


경기대학교 재학생 김 모(23) 씨는 "국가 비상사태이니, 기숙사를 비워줘야 하는 것은 이해한다. 우리가 화가 나는 것은 '통보'받았다는 것, 보상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역설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국가 재난 사태 앞에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지만, 정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학교와 일종의 계약을 맺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짓밟히는 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재명 지사가 말한 '필요한 조치'가 뒤늦게라도 제대로 이뤄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경기도 공식 블로그 '팩트체크' https://blog.naver.com/gyeonggi_gov/222175980280
*해당 기사는 추후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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