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졸업했어요!" 학사 학위 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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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주(hongsam3503)등록 2020.12.22 11:53
지난달 29일,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훈련 중인 안내견이 쫓겨나 논란이 되는 동안 미국의 개 한 마리는 학사모를 쓰고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학사를 딴 주인공은 바로 당뇨 경보견인 모나다.
 
매기와 모나
  

졸업식 날의 매기와 모나. ⓒ <피플> 캡쳐

 
미국 현지매체인 '피플닷컴'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래브라도인 모나는 美 웨스트 조지아 대학(University of West Georgia, 이하 UWG)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은 첫 번째 개가 되었다. 모나는 제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보호자 매기 랩트론이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4년 동안 그녀를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당뇨 경보견은 뛰어난 후각으로 제 1형 당뇨병 환자들을 돕는다.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높아지기 20~40분 전, 호흡에선 특정한 냄새가 난다. 미세한 차이라 사람은 구분할 수 없지만, 훈련을 받은 개들은 감지할 수 있다. 위험을 감지한 당뇨 경보견들은 보호자가 발작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발로 밀거나 벨을 누르는 방식으로 경고한다.
 
보호자 매기 랩트론은 당뇨병을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표현했다. 어릴 적 제 1 당뇨병을 진단받은 매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혈당이 너무 낮아져 혼수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부모님도 저를 오랫동안 깨우지 못했어요. 깨어났을 때, 엄마는 다가오는 대학 생활에서 너를 지켜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UWG에서 간호학 학위를 취득한 매기는 곧 더글러스 카운티의 웰스타 헬스 시스템 중환자실(WellStar Health System)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UWG의 교수진으로부터 받은 '지지와 보살핌'이 없었다면 자신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교수님들은 제 상황을 이해하고 모나와 저를 두 팔 벌려 환영했어요. 교수님들마다 모나가 제 곁에 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죠."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받는 매기와 모나. ⓒ <피플> 캡쳐

 
UWG 간호학과의 학장인 제니 슈에슬러 박사는 "털북숭이 친구 모나는 매기가 간호 교육을 받는 내내 수업, 임상, 실험실 등에서 동행했어요."라고 밝혔다. "매기와 모나는 정말 특별해요. 매기는 자신이 평생 당뇨병을 앓아왔기에 좋은 간호사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렇기에 뛰어난 모습을 보였고 그걸 지켜보는 건 보람 있는 경험이었어요. 매기는 교수들의 보살핌을 고마워하지만, 교수진은 모든 공을 매기에게 돌리겠어요."라고 말했다.
 
매기는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의 경우 잘 알려져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아닌데 보조견을 끌고 다니는 걸 설명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하며 당뇨 경보견을 '생명줄'에 비유했다. "처음 보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면 새롭게 구조할 방법이 있어야 해요. 모나와 함께하며 새로운 생명줄을 잡는 방법을 배웠고 다양한 보조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었어요."
 
이어서 "건강 관리를 위해 보조견이 필요한 저 같은 학생들이 있어요. 모나가 UWG의 선구자가 되어 정말 기뻐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매기는 모나가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학업을 끝낼 수 있었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한 학교측 역시 보조견을 학교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제 1형 당뇨병은 신체가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생산해내지 못하는 병이다. 어린 나이에 발병하기 쉬우며 인슐린 주사 등으로 즉각적인 혈당 관리를 하지 않으면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다양한 보조견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 따르면 보조견들은 현재 세계 약 35,000두, 국내 약 100여두가 활동 중이다. 흔히 알려진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안내견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조견들이 있다. 한국에는 보조견이 시각장애인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 때문에 여러 조건과 상황에서 사람들을 돕는 보조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보조견에는 필요한 소리와 정보를 알려주는 '청각장애인도우미견', 물건 전달, 스위치 조작을 하는 '지체장애인 보조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재활과 사회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 도우미견'이 있다. 이외에도 '노인도우미견', '발작 경보견', '자폐 도우미견' 등이 있다.
 

Diabetic Alert Dogs of America의 홈페이지 화면 ⓒ 홈페이지 캡쳐

 
아직 모나같은 당뇨 경보견을 훈련시키는 기관이 국내에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당뇨 경보견만 전문적으로 훈련 시키는 훈련소(Diabetic Alert Dogs of America)가 존재한다. 훈련소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예절교육을 포함한 700시간 이상의 훈련을 받고 인증받은 후 어디에서나 보조견과 함께할 수 있는 인증서와 당뇨 경보견 조끼를 수여한다.
 
보조견은 사회 구성원
 
최근 롯데마트 안내견 출입 거부 사건을 비롯해 21대 국회의원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의 국회 출입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보조견과 함께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려 하면 출입이 안 된다며 쫓겨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장애인 복지법 제 40조 3항에 따르면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은 대중교통,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에서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해서는 안된다. 이를 어긴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보조견 벨트를 차고 있는 보조견 ⓒ pixabay

 
공공장소에서 보조견 조끼를 입은 털북숭이 친구를 본다면 차별과 편견의 눈을 거두고 '누군가의 생명줄이구나'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보조견과 보호자가 자유롭게 다니기 위해서는 사회적 배려와 협력이 필요하다. 공공장소 직원일 경우 개가 들어오면 일단 도우미견이냐고 견주에게 물어본 도우미견이 아니면 입장 금지를 시키는 게 올바른 대응이다. 이제 한국에도 많은 매기와 모나가 생겨야 할 때다.

관련기사 : 청각장애인 돕는 보청견을 아세요?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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