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위기

미국 대선을 통해 본 사법고시 합격자 만능의 문제점

검토 완료

양두영(hantsok)등록 2020.12.25 17:58
승자독식 시스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승자독식 시스템으로 인해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간접선거로 진행되는 미국 대선은 주별로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데 보통 민주당과 공화당 양 당이 획득한 표가 단 1표라도 많은 당이 그 주의 전체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시스템이다. 1등이 아닌 당에 던져진 표는 사표가 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반대당의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제도 때문에 전체 국민에게 소수의 표를 득표한 후보가 공학적으로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하여 당선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미국이 이런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건국 초 큰 주에 밀려 작은 주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을 방지하려던 역사적 배경과 주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연방제 국가라는 특성 때문이다.
  미국에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여 대통령이 되지 못한 불운아가 다섯 명이 있다. 1824년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 1876년 새뮤얼 틸던(Samuel J. Tilden), 1888년 그로버 클리블랜드(Stephen Grover Cleveland), 2000년 앨 고어(Albert Arnold Gore, Jr), 2016년 힐러리 클린턴(Hillary Diane Rodham Clinton)이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최다 국민투표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낙선한 이들은 모두 민주당 출신이었다. 이들 중 앨 고어의 경우는 사법부가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대통령의 최종 당선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다른 네 경우와 다른 매우 독특한 사례였다.
 
민주주의 위기설
 

앨 고어 후보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 (위키피디아 사진) ⓒ 위키피디아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2000년 대선에서 당시 부통령이었던 민주당 고어 후보는 50,999,897표로 전체 국민투표 중 48.38%를 획득하여 47.87%를 득표한 텍사스 주지사 출신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를 50만표 이상 앞섰다. 그러나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두 후보가 박빙이었고, 최종적으로 플로리다 주에 할당된 25표가 누구에게 갈 것인가가 주목을 받았다. 개표 결과는 부시가 고어보다 국민투표 1210표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그럴 경우 선거인단 25표는 모두 부시에게 돌아가 결과는 271대 266으로 부시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다.
  이 때 고어 후보 측에서 플로리다주 선거구 3개의 투표 용지와 검표 기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법원에 수작업으로 재검표할 것을 요청하였다. 플로리다주 법원은 고어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문제는 부시 측에서 이를 연방 대법원으로 끌고 간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투표 재집계를 사실상 불허하며 플로리다주의 투표 결과를 부시의 승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러자 다수 국민의 의사가 무시되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대통령을 임명직 공무원들이 결정하는 아이러니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부시 후보 ⓒ 위키피디아

    대선 결과에 대한 논쟁이 증폭되지는 않았다. 연방대법원의 판정 직후 민주당 고어 후보가 그 결과에 그대로 승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국민의 불신을 안고 출발하게 되었다. 부시의 외교 정책은 이전에 비해 보수적이었고 호전적이었다. 취임 7개월이 흐른 2001년 9월 11일, 미국은 '9.11 테러'라고 불리는 참사를 겪게 되었다.
 
대통령의 재가와 사법부의 무효화
   "모든 인간은 조물주로부터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고,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선출한 자이다. 만약 그가 또는 그의 정부가 국민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오로지 국민들만이 그 또는 그의 정부를 개혁 또는 폐지하여 새로운 정부를 조직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 ⓒ 위키피디아

    현직 검찰총장이 상급 기관인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 결정을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행정부 최고 수장인 대통령은 이를 재가하였다.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판사를 사찰'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감찰을 방해했다는 사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징계 집행정지를 신청하였다. 결과와 무관하게 이 자체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 의심스럽다.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인 대통령이 행정부 공무원의 징계에 대해 승인한 것을 사법부가 최종 결정한다면 사법부가 최고 권력자가 되는 것 아닌가? 미국 대선의 경험에서 확인했듯이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는 우려했던 것보다 더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재가한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의 징계 사항을 정지시켰고 사실상 무효화했다. 이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방법이 묘연하다. 국민들은 자신을 대변할 국회의원을 다수 선출해도, 자신을 보호해 줄 대통령을 선출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검찰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수사하지 않아도 이를 제지할 수 없다. 씁쓸하지만 국민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수밖에 남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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