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변호사, 4.15총선 때 선거 서류 찢은 선관위 관계자 고발

부여 개표소에서 '혼표' 논란에 이어 '개표상황표' 훼손 사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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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naz77)등록 2020.12.30 10:06
  

4.15 총선 부여 개표소 제21대 4.15총선 부여 개표소의 한 투표지분류기 운영부. 왼쪽 빨간색 원 안은 선거계장이고 오른쪽에 개표상황표를 두 손에 잡고 등을 보이는 사람은 기술협조요원이다. ⓒ 부여선관위CCTV 영상 캡처

 

김소연 변호사(21대 총선 대전 유성을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난 4.15총선 당시 부여 개표소에서 개표상황표를 찢게 하거나 직접 찢은 선관위 관계자 4명을 24일 공용서류무효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하였다.
 
제21대 총선 개표가 한창이던 4월 15일, 부여 개표소의 한 투표지분류기 운영부 부스에선 정진석 후보(미래통합당)측 참관인들과 개표사무원들 사이에 약 10분 남짓 논란이 일었다. 투표지분류기로 분류를 마친 투표지 다발에서 혼표(분류기의 자동 분류 과정에서 후보자 간 표가 섞이는 현상)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5월 14일 보도한 바에 의하면 정진석 후보측 참관인 두 사람은 " (투표지)분류기 이상했다. 1번 투표용지 묶음에 2번 용지가 섞이기도 했다"는 등의 증언을 하며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당시 부여군선거관리위원회(아래 부여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의 '오분류'(='혼표')는 발생한 적 없으며 개표 초반에 개표사무원의 투표지 밴딩 작업 실수를 발견해 바로 잡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하였다.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선거구에서는 2번 정진석 후보(미래통합당)가 57,487표(48.65%)를 얻어 54,863표(46.43%)를 얻은 1번 박수현 후보(더불어민주당)를 누르고 당선 됐다. 이 지역에선 21대 총선 관련해 선거무효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 혼표 의혹을 제기한 정진석 후보측 두 참관인도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에 개표조작 논란은 오해에 의한 단순 해프닝 정도로 끝나가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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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상황표를 찢는 순간 4.15 총선 부여 개표소에서 기술협조요원이 개표상황표를 찢는 장면. 그가 찢기 전 잠깐 머뭇거릴 때 왼쪽에 서 있던 선거계장이 오른손에 든 서류 뭉치로 찢으라는 신호로 보이는 몸짓을 한다. ⓒ 부여선관위

 
하지만 최근 한 유튜버가 당시 개표 현장 CCTV영상을 부여선관위에서 정보공개로 받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투표지분류기 혼표 논란에 이어 '선거문서 훼손'이란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해당 CCTV 영상을 살펴보면 투표지분류기로 분류가 끝난 뒤 책임사무원이 투표지 다발을 검토하던 중 혼표를 발견한다.
 
이를 지켜보던 참관인이 문제제기를 하자 그 책임사무원과 개표사무원들은 분류가 끝난 투표지 다발을 다시 투표지분류기로 '재분류'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미 1차 출력한 '개표상황표'를 한 선관위 관계자가 선거계장의 지시로 찢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소연 변호사는 이 같은 CCTV 영상을 근거로 "'성명불상자 2(선관위 간부 직원으로 추정)가 성명불상자 1에게 손짓을 하며 찢으라고 지시"하여 선거관계 서류를 찢었다며, 이를 방조한 선거관리위원장, 선거계장, 성명불상자 등을 공직선거법(제186조 투표지·개표록 및 선거록 등의 보관) 위반, 형법상 공용서류무효죄 등의 혐의로 지난 24일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하였다.
 
부여선관위 선거계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개표상황표를 찢으라고 지시한 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곳(투표지분류기운영부)이 정체되는 거 같아 갔다. 재분류가 제대로 되니까 (기술협조요원이) 설명을 하고 있더라. 첫 번째 것(개표상황표)은 놔두면 오히려 진본이 어떤 건지 나중에 오해 소지가 있어서 참관인 보는 앞에서 설명 드리고 찢도록 하는 설명이었다. 제가 그걸 듣고 있다가 타당한 거 같아서 동의하는 몸짓을 취한 거다."라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고발장 김소연 변호사가 대전지검에 낸 고발장 ⓒ 정병진

 
선거계장은 개표상황표를 찢은 사람의 신분을 묻자, "부여군선관위가 자체 선정한 '기술협조요원'"이라고 밝혔다. 즉 해당 투표지분류기 운영부의 책임사무원이나 개표사무원이 아니라 투표지분류기 운영 경험이 많은 '기술협조요원'이라는 거였다.
 
투표지분류기 담당 기술협조요원은 보통 선관위 직원은 아니다. 투표지분류기 제작 업체가 투표지분류기 운영 과정에서 오작동이나 고장 등을 해결하고자 파견한 기술자들이다. 그런데 당시 부여군선관위에서는 투표지분류기 운영 경험이 풍부한 일반인을 기술협조요원으로 자체 선정하여 투입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 사람이 투표지분류기 오작동 문제의 해결만 돕는데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개표의 핵심 서류에 해당하는 '개표상황표'를 찢었고 그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여선관위 선거계장은 이런 행위에 대해 '공문서 훼손'이라 보지 않았다. "투표지분류기 운영부 단계에서 재분류한 경우 이전에 1차 출력된 개표상황표는 제거해도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 지침에서도 투표지분류기 운영부 단계에서 재분류할 경우 첫 번째 개표상황표까지 그대로 남겨 둬야한다는 지침은 없다"고 하였다.
 
실제로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2018)을 확인한 결과, "심사집계부에서 확인과정에서 출력한 개표상황표의 통계가 상이한 경우 반드시 원인규명 후 개표를 진행함(필요한 경우 투표지분류기 운영부에 전달하여 재분류 실시)"라는 지침은 있지만, 재분류할 경우 개표상황표를 모두 남겨 보관해야 한다는 명시적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현행 공공기록물법(제3조 2항)에 의하면 '공공기록물'의 정의를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와 행정박물(行政博物)"이라 규정한다.
 
이에 따라 개표과정에서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을 거쳐 선관위 위원장의 최종 공표까지 끝난 개표상황표만 공공기록물에 해당한지, 아니면 개표 절차 중 하나인 투표지분류기 운영부 단계에서 출력한 개표상황표도 모두 보존해야 할 공공기록물에 해당한지 여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 <이프레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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