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 어린 영혼들의 지구 적응기

픽사가 들려주는 감정적 성장 이야기

검토 완료

현지민(wlals523)등록 2021.01.27 11:35
 
픽사의 상상력은 가시적인 것에서 시작해 그 범위를 확장시키는 형태로 작동한다. <토이스토리>시리즈나 <니모를 찾아서>처럼 눈에 보이는 존재에서 시작한 상상력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까지 확장된 것을 보여준 것이 이번 작품 <소울>이다. <소울>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지만, 또 존재하지 않는다면 설명할 수 없는 영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울>은 제목처럼 영혼이 주인공이다. 실체가 있진 않지만 감정이 있고, 우리의 주 무대인 지구에서 적응하기 위해 고난을 겪는다. 동글동글한 작화가 나오고 동물이 나온다. 재치있는 대사와 과한 제츠셔가 나온다. 갈등하는 가족이 나오며 평범하고 순진한 주인공(영혼)이 무언가를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나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식 그대로를 답습한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픽사 영화에 늘 새롭게 반하는 이유가 있다. 어쩌면 그것은 소재 선택에서부터 오는 새로움 때문일 수 있다. 주인공을 어떤 인물로 할지, 그 인물의 가치관과 정서는 무엇이고 그 인물에겐 어떤 시련이 닥치는지에 대해 픽사는 늘 같은 대답을 내놓진 않는다.
큰 맥락으로 보자면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매번 작품마다 캐릭터들이 겪는 감정적 이야기는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의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전작인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매번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그럼에도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 남자는 음악을 향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 사후 세계와 사전 세계를 마주한다. 그곳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과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는다. 지구에서도 그들은 이런저런 고난을 겪는데, 그것이 주인공의 성장을 돕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 픽사는'감정적 성장'이란 키워드를 반드시 포함하는 전략을 펼친다는 점이었다. 굉장히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주 시청연령층은 아이들일 것이고, 그들의 성장을 주도하는 콘텐츠는 그야말로 환영일 것이니. 또한 성인의 경우에도 잊고 있던 시절과 놓치고 있던 실체 없는 영역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환기를 시켜주니 말이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었다. 극 중 주인공에게 있어서 꿈에 대한 열정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다가 사실 삶에는 목적 따위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메시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나 예측 가능한 구도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게 한다. 정석적인 것이 올바른 것과 가깝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익숙하다고 올바른 것이라 무조건 볼 순 없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신선한 소재와 기발한 스토리로 조금 더 새로운 방식의 성숙을 경험하게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애초에 캐릭터마저 실체가 없는 '영혼'이니, 두루뭉술한 성장으로 끝난 느낌도 있다. <토이스토리>시리즈에서 캐릭터들의 성장과는 조금 다른 성장이란 느낌을 지울 순 없다. 너무나 일상과 맞닿아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일상에서 그 성장의 가치를 찾는다면 사실은 그 성장 또한 흔한 무언가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일상보다 조금 더 힘든 것, 가만히 있어도 부여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하고 땀 흘려 일궈내는 것, 그것을 성장의 타이틀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주인공은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그에 걸맞게 노력하고 땀 흘리는 장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타고난 음악적 성향과 영혼의 울림 말고도, 난 처절하게 노력하고 음악 이면에 있는 것까지 보려 하는 그의 고뇌의 일면을 기대했다. 아무리 자신이 바라고 희망하는 것이라도 내 입에 맞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성장을 앞둔 입장에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일상일 수도 있고, 그게 바로 우리가 묵묵히 감내하고 걸어가야 할 고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주인공의 성장의 측면을 소소한 일상과 자연이 아닌, 이런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일상 또한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동력일 수 있겠단 생각도 새삼 다시 들긴 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과 노력하지 않고도 부여받게 되는 환경들, 이런 것들에게도 물론 감사하는 마음은 있어야 할 것이다.
 
영혼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픽사는 또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것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는 것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이 궁금하고, 그들이 만든 작품이 사랑스럽고, 그들의 캐릭터와 소통하고 싶은 욕심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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