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한 방에 날려버린 소설, <우리 시대엔 없는 여자>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불평등 문제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한 방에 해결해 나가는 속시원한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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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jinoossi)등록 2021.02.15 14:17
우선 먼저 이 소설의 문체를 살펴보면, 간결체, 건조체로 일관되게 써 내려간 대화체다. 그래서 숨쉴 틈도 없이 읽어 내려갈 수가 있다. 한 마디로 군더더기 말이 없다는 뜻이다. 한숨에 아주 잘 읽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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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류가 당면한 두 가지 최대 문제는 소득 불균형과 남녀 불평등이다. 이 소설은 이 두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전혀 비현실적인 설정을 시도하였다. 소득 재분배의 지름길은, 물건을 살 때, 가난한 사람은 싸게 사고 부자는 비싸게 사는 것이다. 이 논리 즉 '슬라이딩 스케일'이 현 사회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공상 과학 소설이 당시에는 공상이었지만, 후세에 현실화된 것이 비일비재하니 말이다. 아무리 잘 지은 새 집도 시간이 지나면, 여기저기 손질할 데가 생기듯이, 인간이 고안해낸 완벽한 제도도,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그렇다. 자본주의는 끝을 모르는 부익부빈익빈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양심과 상식을 떠난 진보 보수의 극심한 이기주의와 지연 혈연 학연에 의한 의사 결정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위의 건조한 주제들을 흥미진진하게 끌고 가는 저자의 필치에 독자들은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의 뒷 표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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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가 당면한 최대의 사회적 문제는 소득격차로 벌어지는 부익부빈익빈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의 치명적인 결함이기도 한 문제지만, 그 해결 방법이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방법 중 하나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 정도다. 그것마저 논의한다며 찬반으로 시끄럽다. 코비드19로 일자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일괄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 해서 야단들이다. 이의 해결 방법의 단초가 이 소설에는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슬라이딩 스케일' 같은 제도를 상품 가격에 적용하는 방안은 획기적이고도 조금은 엉뚱한 발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일상화된다면 아마도 소득불균형의 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상태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인가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으로 적발된 재벌에게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하는 것도 이런 발상의 연장이라 할 것이다. 속도 위반에 벌금 7만 원, 재벌에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서민에게나 위협적인 벌칙이 되는 거지. 소득에 따라 벌금도 차등 부과해야 공평하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전기차의 판매가격을 소득에 따라 다르게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대 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로 출발한다.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선생님'과 재벌 회장인 '노처녀'를 등장시켜 둘 사이의 묘한 애정관계를 제시하면서 기발한 착상을 현실화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미어켓이라는 회사의 판매 전략에 관한 언급은 이렇다.
 
5만 불 버는 사람이  2만 6천 불에 사고, 천만 불 버는 사람이  4만 5천 불에 사면 사회 정의상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안 되지요. 천만 불 버는 사람은 백만 불에 사도 싸지요.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들이 대출 받았던 학비 상환에 얽매어 꼼짝달싹할 수 없는 현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빚 청산 컨서트'를 열어 한 방에 날려버리는 아이디어를 첫 권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에게 다음 아이디어는 뭘까 하고 궁금증을 갖게 한다. 그러면서도 선생님과 노처녀 회장 사이의 묘한 애정 관계로 흥미를 더 야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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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째 권.
소득재분배, 남녀평등, 계급 없는 경영의 방안을 제시한다.
 
잡지사를 창업하면서 직원을 모두 여자로 채용하고,
인사권을 직원 모두에게 주고,
팀별로 돌아가면서 경영진이 되어 회사를 운영하고,
사무실과 주택을 갖춘 사옥을 지어 출퇴근 시간을 줄인다든지,
주 4일 근무에 2시 이후에는 회사 건물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 강의를 듣게 한다든지, 잡지를 격월간으로 발간해서 숨쉴 여유를 직원들에게 준다든지,
주에 한 번씩 전 직원에게 데이트할 시간을 준다든지,
이익금을 매달 보너스 형태로 지급한다든지,
회사가 망해도 10년은 급여를 보장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한다든지,
개인에게 2천만 달러가 지급되게 되면 그후에는 보너스 지급을 중지하는데 이는 그 액수면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어서라는 발상 등 지금의 어느 회사들도 상상할 수 없는 방안들의 제시다.
 
새 회사 목표 중 하나가  '전 직원 경영인화'인 걸 제가 깜박했어요. 호호.

 사옥을 지어서 1층 2층에 사무실, 윗층은 주거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서,
출퇴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 안 해도 됩니다. 자동차는 회사 공동 소유로 몇 대만 있으면 됩니다. 절약된 출퇴근 시간은 직원교육 시간으로 활용하여, 직원 모두는 경영학 석사 코스에 등록합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세상은 지금 경영 지식의 결핍으로 망해 가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기관들에서 인사 행정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인사가 만사인데요.
 
말단 사원 중심으로 보너스 분배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제일 원칙은 상박하후입니다. 이 원칙만 지켜진다면 우리가 관여할 것 없고 우리에게 어떻게 분배했는지 결과만 통보해 주는 것입니다.
놀래라, 선생님 상박하후, 소득 재분배를 위해 꼭 필요한 원칙이군요.
 
이게 바람직한 경영방식이지요. 이 사람이 결정해도, 저 사람이 결정해도 결과는 같은 것 말이에요.
그게 공동선이지요. 의사 결정에 집단 이기주의가 개입하면 그렇게 안 되지요.
 
이 소설의 곳곳에서 번뜩이는 기상천외의 발상이 나를 놀라게 한다.
 
갑부 회장이 스탭 월급을, 그것도 자비로 올려 줬다. 이거 유사이래 처음일 거예요.
 
저 이렇게 텅 빈 사무실에 있어 본 적이 없어요. 이것이 진짜로 경영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지요. 세상에 경영 지식이 없어 망한다는 말이 이제 피부에 와 닿아요.
회장님이 마음을 활짝 열어서 그런 겁니다. 헬렌은 집에 들어가도 돼요. 사실 헬렌은 직원도 아니잖아요.
 
한국  5천 년 전 , 처음 나라의 건국이념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이었답니다.
지금 지도층이나 부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네요.
 
보도 금지를 요청한 기자협회장에게 '뇌물(?)'이라면서 기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건네며 당부하는 헬렌 회장의 당부 말씀.
 
기사를 안 다루어 줄수록 좋고 혹시, 다루게 되면 축소해 달라. 이것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논리 아닙니까?
인과응보, 반대급부의 자본주의 생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 고차원적인 발상이지요.
 
생색내기를 위한 홍보가 먼저가 아니고 시행 방안의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도 획기적이다.
엘피지에이의 상금을 피지에이 상금과 같이한다든지,
서민을 위한 무료 골프장을 만든다든지,
빚이 없는 주택의 도시를 시도하는 것 등 기발한 방안들이 둘째 권에 제시된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권 수를 더해 가면서 수없이 많은 방안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은 '대하 공상 사회 소설'이라 했다.
 
다음 권에는 뭐가 튀어나올까? 궁금하다. 대하소설이라 했으니 몇째 권에서 끝이 날 까? 거기에 제시되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또 뭘까? 무척 궁금하다.
 
열린 경영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경영인들에게 아주 좋은 지침서이면서, 독자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소설일 듯하다. 그래서 부제가 <경영학개론>이다. 오랫만에 답답한 시국에 단비 같은 시원함을 선물하는 공상 사회 소설이다.
 
김일 저, <좋은땅> 출판사 발행, <우리 시대엔 없는 여자, 1권,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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