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하의 연예타임즈] 노래하는 소녀 이화의 꿈

2016년 난민으로 한국 입국...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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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건(theinterview1112)등록 2021.03.02 11:43

미얀마에서 온 완이화 올해 14살인 완이화는 미얀마에서 난민으로 한국에 입국, 현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동하고 있다. ⓒ KBS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경연 프로그램 <트롯 전국체전> 에서 화제를 모은 어린 참가자가 있다. 바로 미얀마에서 온 소녀 완이화다. 2016년 난민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한 이화는 <트롯 전국체전> 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경연에서 선보인 <삼사화>, <나는 단 하나의 집을 원합니다> 에서는 깊은 감정표현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심사위원들을 눈물짓게 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출연을 통해 이화의 스토리가 세상에 알려지며 많은 대중들이 관심과 박수를 보냈다. 팬클럽 회원수만 300명이 넘었고 여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동범위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이웃집 찰스> 에 출연한 완이화와 어머니 완이화는 한국 생활 3년차였던 2019년 KBS <이웃집 찰스> 에 출연해 한국에 오게 된 과정과 한국 생활을 공개했다. ⓒ KBS


이화의 가족이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미얀마에서 살고 있던 가족들은 미얀마 내전이 발발하며 부득이하게 고향을 떠나야 했다. 사정으로 함께 올 수 없었던 아빠를 뒤로 한 체 가족들은 태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태국에서도 가족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고 결국 2016년 태국을 떠나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이화와 두 남동생은 어린 나이에 2번의 큰 이동을 겪어야 했고, 불안정한 신분을 지니고 하루하루를 위기 속에 버터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한국이었지만,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착을 위해 엄마는 식당일 등을 하며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지만 얼마 안가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으며 일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높은 언어의 장벽도 엄마에게 큰 어려움이었다. 이화는 이런 어머니를 '보호자' 로서 챙겼다. 어린 두 동생을 직접 챙기며 일하러 나간 엄마의 빈자리를 채웠고, 엄마가 병원 등 관공서에 방문할 때는 통역사 역할을 하며 엄마를 도왔다. 이화는 부족함이 많았던 가족의 한국생활을 자신의 노력으로 부단히 채워나가며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완이화의 아버지 이화의 아버지는 카롄족의 유명 가수였다. 이화가 노래를 접하고 즐겨 부르기 시작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이화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그 사람은 아무도 잊을 수 없는 가수였다" 고 말하며 회고했다. ⓒ KBS

이화는 7살 때부터 노래를 불렀다. 이화가 노래를 좋아하게 된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는 카롄족 출신의 유명한 가수였다. 그가 발매한 노래가 미얀마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화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그 사람은 아무도 잊을 수 없는 가수였다" 며 회고했다. 미얀마에서 가족들이 피난길을 떠날 때 아버지는 사정상 함께올 수 없었다. 이화는 아버지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그리움을 달랬다. 아버지에 대해 이화는 "어린 시절 아빠와 기타를 치며 매일 노래를 불렀다. 아빠의 노래는 슬프면서도 달콤하다" 라고 말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와 언젠간 다시 만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이화의 가족들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아빠를 통해 접하게 된 노래는 힘든 타국생활을 버티게 한 원천이자 힘이 되었다. 이화의 가족들은 집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음악을 즐겼고, 이화는 이주민가요제 등 여러 노래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이화의 노래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고국인 미얀마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노래에 대한 이화의 집념은 대단하다. 한국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미얀마에 공연차 다시 가게 되었을 때, 이화는 녹음과 연습을 반복하며 치열하게 준비를 했다. 노래를 부를 때 고음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자 서운해하며 고음이 올라갈 때까지 녹음을 멈추지 않기도 했다. <이웃집 찰스> 에 함께 출연한 가수 소향이 고음에 대한 조언을 해줄 때 이화의 눈빛은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났다. 
 

완이화가 부른 '상사화' <트롯 전국체전> 의 첫 무대에서 이화는 안예은의 <상사화> 를 불렀다. 상시화라는 꽃이 가지고 있는 안타까운 꽃말처럼 성숙한 감정표현과 함께 불려진 이화의 노래는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다. ⓒ KBS

<이웃집 찰스> 출연 이후에도 꾸준히 경연 대회나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노래를 불러온 이화는 2020년 12월 KBS <트롯전국체전> 에 출전해 음악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많이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화는 첫 무대에서 안예은의 <상사화> 를 불렀다. 이화는 이 곡을 소개하며 "돌아가신 아빠에게 불러드리고 싶다" 라고 말했다. 이화에게 노래의 길을 처음 안내했던 아버지는 노래로 큰 무대에 위에 선 이화에 의해 다시 불려졌다.

이화는 노래의 가사와 맞아떨어지는 성숙한 감정표현을 선보였고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고두심, 송가인 등은 이화의 노래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두심은 "상사화는 비극적인 꽃말을 가진 꽃이다. 씩씩하게 노래를 해준 이화가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안쓰럽다" 라는 뭉클한 심사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이화는 혼란과 절망, 성숙의 시기를 모두 거친 지난 시간들을 감정 그대로 노래했다. 아버지를 향한 단순한 그리움만이 노래에 남겨있지 않았다. 

이화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1:1 데스매치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인정받았기에 이화에게 탈락은 결코 큰 의미가 아니었다. 이화의 마지막 경연곡은 <나는 단 하나의 집을 원합니다> 였다. 이 곡은 미얀마 노래로, 이화는 이 곡에서 불안정했던 피난생활과 삶의 모든 사건들을 하나의 '집' 으로 표현했다. '힘들 때에 쉴 수 있는 나의 집을 원해요' 라는 투정 같아 보이는 가사는 이화가 간절히 바라고 꿈꿨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집이었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평범한 존재였을 지 모르는 집이 이 소녀에게는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였다. 세상은 소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트롯전국체전> 출연 이후 이화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과 <아침마당>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노래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싶다는 이화의 순수한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스케치북에 출연한 이화는 유희열과의 대화에서 노래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사랑을 밝히며, 최근 쿠테타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모국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미얀마의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아직 14세 밖에 되지 않는 이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어떨까. 그 먼 훗날의 미래에서도 이화는 지금처럼 무대에서 순수하고 행복하게 노래하고 있을지 모른다. 무대에서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자유가 이 소녀에게 영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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