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있어도 코로나19 백신 안전할까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맞을 수 있으나 안전은 몰라'... 깊어가는 기저질환 환자의 고민

검토 완료

지혜(dkwnrmftj)등록 2021.03.24 11:10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등 다양한 회사의 백신이 공급되고 있고 실제로 어떤 약을 먼저 대한민국에 들여와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지켜 봤다. 그러나 나에게 백신이란 사실 먼 나라 이야기였다.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희귀난치질환을 8년째 가지고 있는 나는 원인 불명의 병이기에, 그리고 평소에 복용하는 약들이 많기에 일반 감기약을 먹을 때에도 약국에서 쉽게 구매하지 않고 무조건 병원에서 처방약을 복용하곤 한다.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에 앞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채우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처음 코로나19라는 병이 나타났을 때도, 한창 유행이 진행될 때도 그리고 백신이 나온 지금도 희귀난치질환을 기저질환으로 보유한 나에게 유일한 백신은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과 손소독을 꼼꼼하게 하는 것이 전부이다.

백신을 언제 들여오고, 어떻게 접종해야 하는가에 대해 국가적인 논의가 한참일 때 평소 다니는 대학병원에 정기검진차 들렸다. 나 같은 환자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궁금했던 터라 의사에게 "선생님, 저도 백신을 맞아도 될까요?"라고 질문했다. 의사의 답변은 "맞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였다.

먼저, 감염병을 연구하는 미국의 전문기관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에 있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백신 주의사항'을 보면(국가생명윤리정책원 2021. 1. 6일자, 미국 CDC, 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저질환자 대상 안내문 참고),
 
'특정 기저 질환을 가진 성인은 COVID-19 바이러스 감염 시 중증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습니다. mRNA COVID-19 백신은 그 성분에 대해 심각하거나 즉각적인 알레르기 반응이 전혀 없는 경우에 한하여 기저질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습니다. 이하의 정보는 아래 나열된 집단들의 mRNA COVID-19 백신에 관한 합리적 결정을 돕기 위해 제시되었습니다.

- 면역 체계가 약해진 사람
HIV 감염자를 비롯해 기타 질병이나 약물로 면역 체계가 약해진 사람은 COVID-19 중증화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COVID-19 백신을 접종 받을 수는 있지만, 안전 데이터가 제한적임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면역 체계가 약해진 사람에 대한 mRNA COVID-19 백신 안전성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임상 시험에 HIV 감염자도 참가했지만 이 집단에 특정한 안전성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면역 체계가 약해진 사람은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감소할 가능성을 알아야 함은 물론, COVID-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지침을 모두 계속 지켜야 함을 인식해야 합니다(아래 참조). 

-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은 mRNA COVID-19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mRNA COVID-19 백신 안전성에 대한 해당 데이터가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집단에 속하는 사람도 임상 시험에 참여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중략)

- 백신 접종 후에도 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한 현재 지침 지키기
백신을 접종 받기로 결정한 사람은, 실제 상황에서의 COVID-19 백신 보호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자세히 알아낼 때까지, 백신 접종 후에도 COVID-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현재 지침을 계속 지켜야 합니다.

즉, 마스크 착용, 다른 사람과 6피트 이상 거리두기,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기, 물과 비누로 20초 이상 자주 손 씻기 또는 알코올 함유량 60% 이상의 손 소독제 사용하기, CDC 여행 지침 지키기, COVID-19 노출 후 예방격리 지침 지키기, 직장의 모든 지침 지키기.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는 있으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라는 것이 CDC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어떤 병의 백신을 개발하는 건 기본적으로 몇 년 이상, 혹은 10년 이상도 걸린다고 한다.

1상, 2상, 3상 다양한 단계를 거쳐서 승인을 받아야만 백신을 사용할 수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 19가 워낙 급박한 상황이다 보니 임상실험의 가이드라인도 너무 낮아졌고, 과하게 빠르게 만들어져 불안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담당 의사 선생님 역시 나와 같은 환자들에게 백신이 들어갔을 때 우리 몸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장담할 수 없으니 일단 신체가 건강한 일반인들이 맞고나서,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어느 정도 드러났을 때 맞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셨다. 

의사에게 다시 "지금까지 임상실험을 통해 나온 부작용이나 사망률 통계도 있지 않나요?"라고 여쭤보니, 보통 개발되는 백신의 실험군보다 코로나19는 너무 적은 실험군이기 때문에 수치가 낮게 나올 뿐이지 막상 접종을 시작하고 대상자가 많아지면 통계는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답변해 주셨다(물론 자가면역질환자라고 해서 다 나와 같은 판단은 아닐 거다. 반드시 주치의에 대한 상담에 따랐으면 한다). 

관련 뉴스나 기사도 많이 보고, 주치의 선생님 이야기도 들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백신을 맞을 것이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라고 답변한다. '국가와 의료진을 믿고 접종을 받아라', '너무 유난이다', '백신이 위험하다는 이기주의가 모여서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는다'라는 말들도 듣지만 사실 흔한 감기약을 먹을 때에도 고민을 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가끔 그런 말들이 상처로 다가올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확실한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제일 완전한 백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현재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예방법은 올바른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 생활화 그리고 완전한 거리두기 실행이다.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 중에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개인방역수칙을 잘 지켜주면 또 다른 집단면역이 활성화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