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아기시점으로 세상보기

15개월 아기 어린이집 체험기, 나의 첫 사회생활

검토 완료

이종관(island6139)등록 2021.04.01 11:04
오늘은 처음으로 어린이집 가는 날이다. 난 어린이집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엄마와 아빠가 며칠 전부터 나에게 하는 말을 듣고 내가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수야, 우리 지수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갈 거야. 지수가 태어난 지 15개월이 되어서 어린이집 가는 거야. 어린이집에 가면 훌륭한 선생님도 있고 지수같이 어린 친구들도 있을 거야. 그리고 재미있는 장난감도 있어. 우리 지수 어린이집에서 잘 지낼 수 있지?"
엄마와 아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똑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난 집에서 엄마 아빠랑 노는 게 더 좋은데 왜 나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날 반드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빠가 안 보였다. 아빠는 오늘부터 출근한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복직이다. 지난 일 년 동안 아빠는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나와 함께 있었다. 3월부터는 엄마랑 지내야 한다. 아침 밤을 먹고 난 놀고 있었는데 엄마는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 챙겨 놓은 가방을 또 열어서 기저귀, 손수건 등이 제대로 있나 또 확인했다. 어린이집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읽고 또 읽었다. 엄마가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았다.
"지수야, 오늘 어린이집 가야 하니깐 외출용 옷으로 갈아입자. 옷 갈아입고 뽀로로 자전거 타고 친구들 만나러 가자"
엄마는 나에게 다시 한번 어린이집을 가야 한다고 말하고 서둘러 옷을 입혀줬다.
'아, 이제 가는구나. 그럼 엄마랑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건가? 난 싫은데...'
난 어린이집에 가기 싫었다. 그런데 뽀로로 자전거는 타고 싶었다. 뽀로로 자전거를 타면 즐거운 음악도 나오고 신난다. 엄마와 함께 뽀로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난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는 것도 잊고 기분이 좋아졌다. 어린이집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해보니 처음 보는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엄마는 나를 뽀로로 자전거에서 내려서 대열 끝으로 갔다.
"지수야, 이제 어린이집 들어갈 거야. 코로나 때문에 열을 측정하고 한 명씩 들어가야 해서 이렇게 줄 서 있는 거야. 엄마도 들어가서 지수를 보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엄마는 못 들어가. 지수 한 시간 동안 잘 있다가 이따 다시 만나자. 알았지?"
한 시간 뒤에 다시 만나자는 엄마의 말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하루 종일 엄마랑 떨어져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줄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 내 차례가 왔다. 엄마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와서 이마에 온도계를 대고 열을 측정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지수 맞죠?"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지수예요"
"어머니,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들어올 수 없어요. 아시죠? 가방 주세요. 그럼 지수랑 들어갈게요"
온도를 측정하던 사람이 엄마가 말하던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엄마와 짧은 대화를 나누더니 나를 번쩍 들고 안아서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앗, 이건 뭐지? 엄마... 엄마는 어디 있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엄마랑 인사도 못 했고 심지어 울 수도 없었다.
"지수야, 안녕 난 어린이집 선생님이야 오늘부터 선생님이랑 어린이집 친구들이랑 잘 지내자"
나를 안고 들어온 선생님이 웃으면서 친절하게 인사했다. 난 어색함에 인사도 안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 집과는 다르게 알록달록한 색깔의 방에 나랑 키가 비슷한 어린이들이 보였고 장난감도 있었다. 어색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 아빠랑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일이 있으면 아빠랑 있었고 아빠가 일이 있으면 엄마랑 있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는 엄마도 아빠도 없다. 엄마 아빠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라고 했는데 슬픈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엄마가 보고 싶었다. 난 큰 소리로 울지 시작했다. 선생님은 나를 안고 달래주었다. 선생님은 한참 동안 나를 어르고 달래면서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난 겨우 울음을 그쳤지만 슬픈 감정은 남아 있었다. 친구들과 인사하고 놀 기분이 아니었다. 방구석에서 곰돌이 인형을 만지면 혼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친구 2명이 울기 시작했다. 난 방금 울음을 멈췄는데 친구들이 우니깐 나도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같이 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슬펐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친구가 울어서, 이곳이 어린이집이라서... 그냥 다 슬펐다. 친구 2명과 함께 난 한참 동안 울었다. 선생님은 나와 친구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괜히 선생님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울어서 선생님이 고생이시구나'
한참을 울고 나니 선생님이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고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었다.
'아, 엄마가 한 시간 있다가 다시 만나자고 했지? 몇 번 울면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구나.'
빨리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난 선생님 손에 이끌려 어린이집 입구로 걸어갔다. 어린이집 문 앞에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엄마가 환한 미소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다!'
엄마를 보자 또 눈물이 났다. 엄마는 나를 번쩍 들어서 안아주었다.
"이지수, 많이 울었어? 눈이 시뻘게졌네.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잘 놀았어? 왜 울었어?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어?"
속사포로 질문을 던지는 걸 보니 엄마도 내가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난 엄마 품에서 울고 있었지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엄마를 다시 만났고 내가 편한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도 있고 멋진 선생님도 있고 재미있는 장난감도 있다고 했다. 친구들은 울기만 했고 선생님은 나와 친구들을 달래주기 바빴다. 울기 바빠서 장난감은 만져볼 생각도 못 했다.
'난 익숙한 집에서 엄마 아빠랑 노는 게 더 좋은데 엄마 아빠는 왜 나를 어색한 어린이집에 보냈을까? 하,,, 내일도 어린이집에 가야 하나? 가기 싫은데,,, 어떻게 해야 어린이집을 안 갈 수 있을까? 아프다고 할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 태어난 지 15개월 된 아기인데, 이제 사회생활 시작한 건가?'
 
 
덧붙이는 글 본 기사 이후 아기의 시선에서 바라본 출산, 100일, 여행, 코로나 사태, 마스크 착용, 육아휴직과 복직 등의 주제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