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5월에는 더 좋은 소식을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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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갑남(jun5417)등록 2021.05.01 11:22

ⓒ 전갑남


어느새 5월. 신록이 푸르다. 언제 이렇게 푸르러 졌는가?

꽃은 피고 진다. 4월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졌다. 꽃이 진 자리에 희망의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고, 꿈을 안은 새순이 연초록으로 돋아났다. 푸르름에 눈이 다 시원하다.

새로 피어난 신록이 그야말로 싱그럽다. 산들바람에 실려 기쁜 소식을 전해 줄 것만 같다.

강화도 봉천산.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양지쪽에 듬성듬성 모여 핀 꽃들이 보인다. 각시붓꽃이다. 올망졸망한 모습이 수줍은 새색시가 봄나들이를 나온 것 같다.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각시붓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란다.

대부분 붓꽃 종류는 키가 껑충 크다. 거기에 비해 각시붓꽃은 꽃이 피는 동안에는 10cm가 못된다. 그래서 아담하다. 각시라는 이름에 정감이 간다.

식물 이름에 접두사 '각시'가 붙으면 '작다'를 의미한다. 각시라는 이름에서 그런지 각시붓꽃에서 새색시가 연상된다. 새색시? 갓 혼인의 연을 맺은 풋풋한 새댁이 아닌가!

새색시는 식구 많은 시댁 식구들과 얼마나 낯을 설었을까? 새 가족들과 낮을 익히는데 여러 날이 걸렸으리라. 물론, 설레임도 있었지만.

예전 시집가는 딸에게 어떤 어머니께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애야, 가서 걱정만 하면 지고, 설레이는 맘으로 살면 이기는 거여! 내 뭔 말하는지 알쟈?"

사랑하는 딸한테 이보다 좋은 당부의 말은 없었을 것이다.

각시붓꽃을 바라본다. 바라볼수록 다소곳함과 소박함이 느껴진다. 길고 곧게 뻗은 잎도 한층 분위기를 더한다.

청아한 보라색 꽃잎. 꽃잎 안쪽에 수술과 암술도 멋들어진다. 고운 한복에 행주치마 입은 새색시처럼 단아하다.

각시붓꽃. 우리나라 어느 산에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여러해살이로 봄날에 피었다 지고, 다음해에도 피고 진다. 야산에 핀 각시붓꽃의 자리를 기억해두라! 이듬해 봄 반갑게 만날 수 있다. 꽃은 기쁜 소식을 전해주려고 기다렸다는 듯이!

봄이 가기 전에 각시붓꽃이 나한테도 기쁜 소식 하나쯤 전해주고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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