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무기와 갑옷으로 삼겠다는 그녀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마담 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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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singenv)등록 2021.05.02 11:48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마담 클로드> 포스터. ⓒ 넷플릭스

 
지난 2015년 12월 19일, 20세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포주 '마담 클로드'가 한국 나이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기도 했고 강제수용소에도 있었다고 한다. 전쟁 후엔 매춘부로 일했는데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고, 1960년대 들어 성매매 조직을 이끌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최전성기를 달렸던 당시 그녀가 관리한 매춘부들을 찾은 이는 차원을 달리 했는데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팔레비 이란 국왕,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 이탈리아 피아트 회장 아넬리, 화가 샤갈, 할리우드 배우 말론 브란도 등 세계를 주름잡은 유명인사들이었다. 클로드는 그들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않은 걸로도 유명하다. 조직의 대표 매춘부와 하룻밤을 보내려면 최소 1만 달러 이상을 내야 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30%를 자기 몫으로 챙겼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마담 클로드>는 프랑스에서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마담 클로드'의 삶을 다시 한 번 조명한다. 이번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하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건 '엠마뉴엘' 시리즈로 유명한 쥐스트 자캥 감독이 1977년 영화한 작품인데, 클로드가 조세 포탈 혐의로 조사를 받는 와중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도망친 1976년 이듬해였다. 이번 작품으로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할 지 기대하며 들여다본다. 

조직을 관리하며 세를 불리는 클로드

프랑스 파리에서 200명의 프랑스 최고 매춘부를 관리하고 있는 마담 클로드, 그녀에게 시도니라고 하는 신입이 면접을 본다. 당돌하고 실력 좋고 비범하기까지 한 시도니, 클로드는 곧바로 그녀를 들인다. 한편, 클로드는 조직을 혼자의 힘으로만 관리하지 않는다. 조폭이 뒤를 봐 주고, 대신 그녀는 돈을 대 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위협이 늘어 경찰을 찾아가 거래를 했다. 

클로드는 계속해서 조직을 관리하며 돈을 벌고 세를 불려 간다. 그런 와중에 프랑스 정보부와 함께 일하는 신세가 되었다. 대신 정보부는 클로드의 뒤를 확실하게 봐 줬다. 아는 게 많은 클로드의  영향력도 자연스레 올라 갔고 말이다. 또한 '몸을 무기와 갑옷 삼아 다시는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클로드의 바람이 이뤄지는 과정인 것도 같고 말이다. 

클로드에겐 친엄마와 친딸이라는 '가족'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정작 그들은 방치한 채 자신이 손수 관리하는 매춘부 집단을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시도니는 어느새 클로드의 오른팔로 성장했지만, 클로드는 그녀를 완전히 믿을 순 없다. 그런 와중에, 프랑스 정보부가 슬슬 그녀를 멀리하는 기미가 보이는데... 그녀가 물론 누구한테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많은 걸 알게 된 것이다. 정보부가 그녀의 목을 조여 오는 가운데, 그녀로선 뭘 할 수 있을까?

'창녀의 왕'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마담 클로드

영화는 '창녀의 왕'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마담 클로드의 내레이션으로 거창하게 시작한다. 이후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살의 향연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다. 너무 선정적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몸을 무기와 갑옷 삼아 다시는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바람이 이뤄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섹스를 도구로 남성에 맞선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적어도 영화가 표방하는 모양새는 그렇다. 덕분에 마담 클로드는 많은 돈과 권세와 명성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나아가, 프랑스 경찰과 검찰 그리고 정보부와도 함께 일하게 된다. 그들로선 그녀가 없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니, 마담 클로드는 상류사회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사회의 주류가 된 것이리라.

문제는, 영화의 전반에 퍼져 있는 '공허'가 모든 걸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분위기인지 모든 걸 얻은 듯하지만 실상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마담 클로드가 풍기는 분위기인지는 명백하지 않지만, 결국 '남성에 맞섰다가 짓밟히고 마는 여성의 이야기'로 흘러가 끝나 버리고 말 거라는 걸 암시하는 것이다. 

휘두르려다가 휘둘리다

1960년대 프랑스 파리의 패션 최전선을 완벽에 가깝게 묘사해 찬사를 이끌어 내고 파격적인 성애 묘사는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지만, '범죄영화'로서의 서스펜스와 카타르시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분명 에로영화 아닌 범죄영화에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마담 클로드의 심리가 아주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드러난 것도 아니었다. 심리 드라마 장르로의 지향점도 확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지점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어느 순간 영화가 애매해졌다는 걸 부인할 수 없겠다. 아마도 '휘두르려는' 마담 클로드가 '휘둘리게' 되는 시점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녀에게 순간순간 공허가 찾아오는 시점과 맞물린다. 그 지점을 어떤 식으로든 상관없이 잘 살렸다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마담 클로드는 살아생전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들이 항상 돈을 지불하는 건 음식과 섹스이다, 난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녀에게 섹스, 아니 여성은 도구이자 수단이었을 뿐이다. 덕분에 그녀는 성공했고, 영화는 성공한 그녀의 삶을 펼쳐놓았다. 쿨하지도 진득하지도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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