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뭘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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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숙(cysdog_92)등록 2021.05.10 08:45
여지껏 살면서 뭘 먹을까는 행복한 고민이였어요.
먹을 메뉴만큼 먹는시간 역시 행복했었구요.
주말에 늦잠자고 밥먹는 시간도 제멋대로이고 어떤날은 밥대신 과자를 쌓아놓고 먹기도 하고 쉴새없이 먹으면서 뒹굴뒹굴거리다가 입맛없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말예요.
먹고싶은 야식을 참다가 괜히 더 늦은 시간에 먹고 나서 참을걸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이왕 먹을거 조금이라도 더 일찍 먹을걸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요.
요즘 워낙에 건강식에 운동에 부지런하게 챙기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만 저런가싶기도 하네요.
이러던것들이 코로나로 싹 바뀌어버렸네요.
코로나 초기만 해도 이런 저런 레시피 찾아가며 요리에 흥미를 가지면서 하루세끼에 간식 메뉴간식까지 다양하게 만들어봤었는데 너무 길어져가고있는 코로나사태로 이젠 모든것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서 밥 먹을시간이 되면 화도 나고 도망가고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아이들 온라인수업에 신랑재택근무, 출근해도 저녁은 불안하니까 집에서 먹으면서 이젠 뭘 먹을까, 뭐 먹을꺼야 이 말에 확 화가 치밀어올라서 괜한것에 더 화도 내기도 하고 그렇게 되네요.
처음에는 식구들이 여러메뉴에 신나서 먹더니 이젠 그것마져도 일상이 되었는지 아무 반응들도 안해주니 더 그렇게 되는것같아요.
코로나 초기에는 요리솜씨가 없던 내가 인터넷레시피를 찾으가며 요리를 하다보니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고 내가 요리에 소질이 있나 싶기도 하고 그걸 사진찍어 친정엄마한테 자랑하기도 하고요.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에 끼니마다 다양한 메뉴 찾아가며 요리하고 맛보고 하루종일 레시피에 달인들의 비법을 찾아가며 그러고 지냈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순간에 나는 너무 힘들게 두세시간 푹 쪄서 만든 김치찜이고 갈비찜을 식구들이 10분만에 뚝딱 먹고 일어설땐 그래도 참을만하구요, 점심에 먹은 메뉴를 다음날 한번 더 식탁에 올리고 먹는 식구들의 떨떠름한 표정을 보면 아니 그냥 라면 먹을껄하는 말을 들으면 너무 화가 나던데 다들 어떻게 먹고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더라구요.
매끼니 다른메뉴들을 해주는지 이젠 싫어해도 밀키트를 이용해야하는건지 저도 갈등을 하네요.
아이들이 밀키트와 반찬가게 맛을 바로 알고 얘기하면 괜히 미안한맘도 들고 한끼쯤 어때 하다가 괜히 신경이 쓰여 다음날 더 진수상찬차리다보면 더 지치기도 하고요.
예전에 아이들 학교급식메뉴가 올라오면 대충봤었는데 이젠 그거라도 내가 모아놓고 따라해볼까 싶기도 하고요.
내가 기억이 안나는걸까요.
예전에도 이렇게나  끼니를 열심히 챙겼었을까요.
하긴 평일에 학교에서 점심먹고 저녁점심만 신경썼었는데 아이들 오기전에 청소, 빨래하고 장보고 잠시쉬면서 내 밥은 간단히 있는 반찬에 밥 비벼먹고 그랬었는데요.
가끔 동네엄마들끼리 브런치도 하기도 하고 누구네 집에서 떡볶이라도 먹고 요런 재미에 집안일 스트레스도 풀고 했었는데 이젠 그럴수도 없고 이 스트레스는 어떻게 얘기할수도 없구요.
아이들은 공부하고 신랑은 일하고 엄마는 집안일 하는게 당연한거 아냐 라고 하면 할말도 없는데 왜 저는 스트레스가 쌓일까요.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있으면서 점심엔 뭘 먹지 하는 신랑이 어찌나 얄미워보이던지.
눈치를 챈것같은 신랑이 저녁에 요리를 하겠다고 신나서 요리하고 맛은 어떠냐고 묻는데 속으로는 그걸 하루세끼  한달만 요리해봐라 해주고 싶은맘이 굴뚝 같더라구요.
한끼안먹는다고 굶어죽냐, 배달음식 먹는다고 배탈나냐 하려다가 그래도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이러면서 참고 또 버티는데 도대체 놈의 코로나는 언제 끝나고 언제 예전같이 생활이 가능할까요.
그때가 돌아오면 나도 즐겁게 오늘은 뭘먹지 할수있을까요.
하루 한두시간의 여유가 이렇게 큰힘이였는지 예전엔 정말 몰랐었네요.
밥먹고 설겆이 겨우 끝내고 나오는데 출출하다며 간식 얘기하는 고등학생 큰아들, 왜 나는 안주냐는 둘째아들,
정말 하루종일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돌아도 힘들지만 저는 메뉴정하는것도 너무 힘드네요.
다들 집에서는 뭘 해서 드시나요?
오늘 저녁엔 뭘 해드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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