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데뷔 30주년에 가려진 '조세호 데뷔 20주년'

[주장] 유 퀴즈 온 더 블록 제작진을 향한 진한 아쉬움

검토 완료

이준상(akznls35)등록 2021.05.10 10:21
 

데뷔 20주년 맞은 조세호 Olive 예능 <집쿡라이브> 제작발표회 중 ⓒ 오마이뉴스

    
# 데뷔 20주년 조세호의 개그 인생

올해 데뷔 20주년이 된 조세호는 정글같은 예능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했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빠른 상황 판단과 순발력으로 기꺼이 샌드백이 되면서 간혹 무리수를 던질 때면 유재석이 나타나 '조셉' '자기야' 라는 말로 상황을 차단시킨다. 그는 특유의 표정으로 멋쩍어한다.

조세호만이 소화할 수 있는 개그이고 시청자에게 희극적 요소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안다. 천부적인 개그감과 센스를 가지고 있는 그지만 정상급 예능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1년 11월 SBS 개그 콘테스트 대상을 수상하며 SBS 공채 6기 코미디언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개그계 선배 남희석이 지어준 예명 양배추로 활동하면서 웃음충전소 코너 '타짱'에서 말 가면을 쓴 걸로 잠깐 유명세를 치렀지만 그뿐이었다.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대중 속에서 잊혀갔다.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후 연예계로 돌아온 그는 2011년 말부터는 양배추라는 예명 대신 조세호라는 본명으로 활동하게 된다. 예능에서 얼굴을 종종 비췄다. 언제나 치이고 당하는 캐릭터이지만 비호감 이미지에 가까웠다.   
   

'프로불참러' 조세호 MBC예능프로그램 세바퀴 속 한 장면 ⓒ MBC

   

'프로불참러' 조세호 MBC예능프로그램 세바퀴 속 한 장면 ⓒ MBC

 
조세호가 예능계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5년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다. 게스트로 출연했던 김흥국이 뜬금없이 안재욱의 결혼식에 왜 오지 않았냐고 물었고 조세호는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를 외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방송 직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조세호의 억울한 표정이 SNS와 여러 커뮤니티상으로 짤방(잘림 방지용 이미지)이 돌기 시작하더니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고 "조세호 우리 오빠 결혼식도 안 왔다", "조세호 우리 학교 점심 메뉴도 모른다더라" 등 패러디의 향연이 펼쳐졌다. '프로불참러' 타이틀을 획득한 조세호는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후 많은 예능에서 활약하던 조세호는 MBC 파업 종료 후 재개되었던 국민 예능 무한도전에 반고정으로 얼굴을 비추면서 기존 멤버들과의 좋은 호흡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정식멤버가 되었고 그 해 8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유재석과 함께 2MC로 진행을 맡으며 현재 국내 예능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중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 소개 ⓒ tVN

 

# 배려 부족했던 '인생의 <N 주년>을 맞이한 자기님들 특집'

지난 5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인생의 <N 주년>을 맞이한 자기님들 특집'이 이뤄졌다. 방송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예능계 '1인자'로 불리는 유재석을 다뤘다. SBS 공채 6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조셉' 조세호 역시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지만 축하사절단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방송은 유재석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이 아니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듯 인생의 <N 주년>을 맞이한 자기님들 특집이었다. 올해 데뷔 20주년이 된 조세호의 스토리를 담는 배려가 필요했다. 

2000년 동거동락을 시작으로 2021년 현재까지 한국 예능계에서 명실상부 최정상급 MC로 빛나고 있는 유재석과 같은 비중을 두지는 못하더라도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은 104분의 방송시간 중 일부를 할애하여 조세호의 20년 개그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웠어야 했다.

지난 5일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영 직후 '국민MC' 유재석의 데뷔 30주년 개그 인생을 다루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조세호의 데뷔 20주년을 다루는 기사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제작진을 향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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