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란 더이상 없다

복지확대와 증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국 사회,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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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lucia6267)등록 2021.05.12 15:5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낙수효과란 더 이상 없다' 큰 정부의 귀환을 알리는 바이든의 발언이 한국 사회에 울리는 바가 크다. 올리면 건물이 되고 기업이 됐던 고성장 시절엔 상류층의 자본 증식이 곧 경제 선순환으로 돌아왔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년간 급속히 진행된 양극화 양상은 코로나19와 맞물리며 K자 성장이란 전방위적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의미다. 고질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부자 증세가 불가피하다.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회복을 촉구하는 이른바 '분수효과'를 실현해야 할 때다.
  
 '분수효과'는 지금의 K자 양극화를 타개할 방안이다. 코로나로 인해 취약 계층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정부 도움 없이 회복되기 힘든 추세다. 실제로 소득 상위 10%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늘어난 반면 하위 10%의 것은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호황을 맞은 언택트 산업과 문을 닫은 전통 기업이 극단을 이루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적 격차는 최대치로 벌어졌다.
 

가구소득 구간별 월평균 총소득 ⓒ 신한금융

 
 실질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선 피해가 적은 상위층을 중심으로 세수를 확보하여 피해가 큰 취약 계층을 보전하는 방안이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교육과 의료 등 삶의 기본권적 영역으로 확대된 양극화 양상을 고려한다면 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의 적극 재정과 복지 확대는 더욱이 필연이다.
 
 '분수효과'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소수의 고소득층이 이끄는 시장은 단기적으론 성장세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결국엔 그 한계가 있다. 가령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지금의 실업률과 가계 채무는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할 부담비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는 피해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 지출이 급증한 탓에 국가 곳간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앞으로 이들의 경제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국가가 부담해야 할 파이는 가중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장이 경직되는 것 또한 문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 감소는 곧 내수 침체와 투자 부진이란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꾀하려면, 세수를 확보해 밑바닥 경제부터 살리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단 의미다.
 
 '부자 증세'를 통한 '분수효과'를 노려야 한다. 현재 바이든 정부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모두 이를 실행 중이다. 더불어 IMF나 OECD 등의 국제기구들 또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낙수효과를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부담에 떠밀려 부동산 보유세는 완화 기조로 돌아서는가 하면 재난연대세나 이익공유제 등의 논의는 기업 눈치 싸움에 불발된 지 오래다.

 정치권은 표심을 떠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부자 증세가 가져올 경제 선순환에 대해 사회적으로 설득하고, 장기적으론 적정한 세 부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세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되살릴 밑천이 마련된다. 부유층의 자본이 결코 선순환되지 못하는 지금의 K자 양극화를 직시했다면, 이제는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은 뒤로해야 할 때다. 아래로부터의 회복이 분수처럼 곡선을 그릴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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