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절반, 교권침해에도 '속수무책'

전교조, 스승의 날 앞두고 ‘교권보장 실태와 과제’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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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연(ddooksim)등록 2021.05.14 10:30
교사 10명 중 8명은 현재 교권침해 수준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수업방해(55.5%)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56.5%) △교장·교감의 갑질(47.7%) △명예훼손·모욕·폭언(41.4%) 등의 교권침해 유형에 절반에 가까운 교사들이 '학교가 별다른 대처 없이 넘어간다.'고 답했다.

전교조는 지난 4월 30일부터 5월11일까지 '교권보장 정책 평가와 제도 개선을 위한 교사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온라인 형태로 진행된 설문에는 유·초·중·고 교사 2513명이 참여했다.
설문에 응답한 교사들은 교권 보장을 위해 우선 필요한 것으로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교사의 교육권 보장(67.6%) △교권보장을 위한 교육관련법 제개정(66.6%)을 꼽았다.
 
교권침해 수준, 유치원·초등·특수가 더 심각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교사의 81.1%가 그렇다고 답했다. ⓒ 전교조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교사의 81.1%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 급별로 살펴보면 유치원 89.1%, 초등학교 85.5%, 특수학교 83.0%, 중학교 76.3%, 고교 76.1% 순으로 교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학교급이 낮을수록 학생 및 학부모 민원 대응의 어려움이 크고, 이는 관리자의 갑질과 비민주적 학교 운영으로 인한 어려움이 큰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치원과 특수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어리거나 장애가 있기 때문에 교사가 참고 희생해야 한다는 관리자와 학부모의 요구가 높다는 주관식 응답이 많았다.
    
교사 절반, 교권침해에도 '속수무책'
교권침해 유형별 학교의 사후조치 실태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학생의 수업방해(55.5%)',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56.5%)'의 경우 별다른 대처 없이 넘어간다고 답했다. 심각한 교권침해 유형인 '성희롱, 성범죄', '상해, 폭행'의 경우에도 별다른 대처 없이 넘기는 경우가 각각 18.3%, 16.0%로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처리'하는 비율인 16.2%, 18.4%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각각 41.4%, 44.9%로 매우 높았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교권보호 정책과 매뉴얼이 현실에서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교권침해 대응 실태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한 ‘교장·교감 갑질’, ‘학부모 과도한 민원’ 해결, 3~4% 수준 ⓒ 전교조

 
"교권침해 사안 해결됐다" 교사 34.7%에 불과
교사 3명 중 1명만이 '교권침해 사후조치로 문제가 해결되었다(34.7%).'고 답해 교육당국이 대응조치 효과성에 대한 분석과 실효성 있는 교권침해 유형별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권보호를 위해 관리자가 적극 대처한다.'고 여기는 교사는 39.0%에 불과했다. 응답 교사들은 학교 관리자가 교권보장에 소극적인 이유로 △관리자들의 갈등조정과 상담역량 부족 45.2% △교사 교육권에 대한 인식 부족 42.9% △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 축소·은폐 의도 33.9%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12.5% 등을 꼽아 교사들에 대한 교권 침해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학교 관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점수따기에 매몰된 현행 승진제도의 문제로 학교 관리자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분쟁조정, 학부모 민원 대응 등 연수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장, 교감의 교권침해 대응 실태 ‘교권보호를 위해 관리자가 적극 대처한다.’고 여기는 교사는 39.0%에 불과했다. ⓒ 오지연

 
"교권보호위원회 도움 안 된다", 교사 68.6%
2019년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제도적 장치는 강화되었으나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보호에 도움이 된다', '교육활동 중 심각한 교권피해를 당해도 즉각적인 조치가 있다'는 등의 긍정 답변을 한 비율은 각각 34.1%와 29.2%로 낮은 분포를 보였다. 특히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침해 사안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무와 역할이 있는 기관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가 학교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의 원인을 찾아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교권침해에도 학부모의 민원제기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여기는 교사는 82.7%에 달했다.
 
시도교육청의 교권보장 정책, 불만족 79.2% 
 

시도교육청 교권보장 정책 평가 ‘시도교육청 교권보장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79.2%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 전교조

 
'시도교육청 교권보장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79.2%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이는 '교권침해 수준이 심각하다'(81.8%)고 여기는 교사들의 인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활동 보호매뉴얼 개발·보급', '교권보호위원회 운영' 등 시도교육청의 교권보호 정책에 만족하는 비율은 각각 31.5%와 32.9%로 낮게 나타났다. 교원치유센터 운영에 대해서도 긍정 답변 비율이 37.0%에 불과해 개선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교원대상 교원책임배상 보험 가입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56.9%로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청의 갑질신고센터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절반이 넘는 59.1%로 보완이 필요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교권보호 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효과에 대한 불신'이 54.7%로 가장 높았다. '교권침해 당사자와의 향후 관계 염려(44.4%)', '정보부족(33.9%)'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학교 피해 우려(33.1%)', '개인정보 비밀유지 걱정(26.9%)', '접근성 부족(18.9%)' 등의 의견이 있었다.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과 교권침해를 털어놓을 수 없는 학교 분위기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별 교권보장 정책 만족도, 울산시교육청(41.8%)이 가장 높아
시도교육청의 교권보장 정책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은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20% 수준이었다. 반면 울산지역의 경우 응답교사의 41.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역 한 교사는 "울산교육청이 교장갑질과 교권침해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언론에 표명하는 등 적극적인 교권보장 정책을 시행하면서 교사들이 현장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는 생각을 전했다. 울산시교육청은 △교원사생활 보호를 위한 투넘버 서비스 시범운영(600명) △교육청 장학사와 변호사 현장 지원, 찾아가는 교권연수 △전교조 울산지부에서 접수한 교권침해 사안 교육청과 연계 처리 △교육활동보호 매뉴얼 전교원 보급 △교장갑질 대처를 위한 '교육청 공익제보 센터' 신설·홍보하고 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의 교권보장 정책 만족도는 5.1%로 시도교육청 중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학부모 민원처리 시스템 도입과 학부모 상담 예약제 운영 도입, 기대와 우려
교권침해 방지를 위한 학부모 민원 제도 개선에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민원처리 시스템 도입과 학부모 상담 예약제 운영'에 대해선 긍정(57.7%)과 부정(42.3%)의 차이가 15%로 크지 않았다. 이는 민원처리 시스템과 상담예약제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새로운 업무담당자 지정과 추가적인 잡무 예상, 서면 응답 등 민원처리 과정의 부담 가중에 대한 염려로 보인다. 이에 대한 부분이 보완되어야 새로운 학부모 민원처리 시스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교사의 교육권 보장(67.6%)", 교권보장 최우선 과제
교사들은 교권보장을 위한 방안 1순위로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교사의 교육권 보장'(67.6%)을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교권보장 교육관련법 제·개정'(66.6%)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뒤를 이어 △피해교사에 대한 공무상 재해 처리(특별휴가, 공무상병가휴직)(46.6%) △피해교사 상담·치료·법률 비용 국가 지원(36.9%) △민주적 학교규정 제정과 상호존중의 문화 형성(33.2%)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역할 강화(18.1%)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보장을 위한 우선 과제 교사들은 교권보장을 위한 방안 1순위로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교사의 교육권 보장’(67.6%)을 들었다. ⓒ 전교조

 
이에 대해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은 "교권, 즉 교사의 교육권은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장하고 수업과 학생생활지도를 위한 필수적 요건이나 현행 교육관련법에는 학생교육과 관련하여 교사에게 어떠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학생교육과 관련된 모든 권한이 학교장에게 독점되어 있는 현행 법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권보장을 위해 교육과정편성권, 교재 선택권, 수업목표·내용·방법의 결정권, 교과·교과외 수업평가 자율권, 학생의 생활지도권 등이 담긴 교권보장법을 제정하거나 교육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교권이 보장되어야 학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교권이 보장되려면 교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교권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 학교의 민주적 운영 등이 함께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 전교조는 이를 위해 앞장서 노력할 것이다."며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희망 인터넷판(http://news.eduhope.net)에 중복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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