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TANCE BETWEEN TWO POINT

지구의 시간을 읽는 방법 '사이의 거리 09:47'

검토 완료

이상현(vbasic00)등록 2021.06.08 17:10

미술관 전경 미술관 전경 ⓒ 이상현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는 것과 이를 실천하는 그들의 삶"

예술은 인고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다. 완성에 가까운 한 인간의 언어와 표현이 작은 부르짖음이 되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현대를 살아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자연은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우리가 미처 가보지 않는 곳,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을 시각화 하여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켜 가는 복잡하고 힘든 작업을 통해 자신들의 시선을 공유하는 몇몇의 사진가를 만나 보게 된다.

검은색을 띤 무겁고 거대한 구름이 금방 이라도 비를 뿌릴 듯한 하늘을 보며 천안시립미술관을 향해 차를 몰았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미술관은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힐링의 장소이다. 수준 높은 예술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다양한 기쁨을 준다. 무료의 가치는 진정한 예술의 가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물론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일것이다. 
 

미술관 입구 미술관 입구 ⓒ 이상현

 
미술관에 거의 도착할 때 쯤 무겁던 하늘에서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노랗게 핀 꽃들이 가느다란  빗방울에 흔들리는 모습이 산뜻한 생동감을 준다. 문뜩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며 비를 받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을 비교해보면 정말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있다.

80년대 초반만 해도 비가 그친 후 주차장에 있던 차를 보면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비가 그친후  차를 보면 흙투성이가 된 모습을 볼 수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수년동안  자연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호소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달라고" 그 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생각하는 것은  씁쓸함이 동반 된다.하지만 지금 보다 더 나은 내일은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 선택이다.  
 

전시회 내부 전시회 내부 ⓒ 이상현

 
"지구의 시간은 인류 생존이 불가능한 12시를 2시간 남짓 앞둔 현재 9시 47분"   

전시회 입구에 들어서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있다. 
말보다 간략한  한 줄의 글과 무언의 메세지를 담은 그림과 사진이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쉽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전시회는 '지구의 시간을 읽는 방법 사이의 거리 09:47'이라는 제목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전시회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전시회 입구의 글을 읽어보고 나서야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호소와 절규임을 알게 되었다. 

맨디바커(MandyBarker).하샘샤케리(Hashem Shakeri).이대성.손샛별.김지수.김준 작가  

THE DISTANCE BETWEEN TWO POINT 9:47

"중요한 것은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수단화 하는 사이 지구의 시간은 인류생존이 불가능한 12시를 2시간 남짓 앞둔 9시 47분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시회 팜플렛 中

프랑스 생물학자 자크모노는 그의 저서 『우연과 필연』에서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의 열매" 라는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말을 빌어 인간은 이 세계의 주인 혹은 필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저 우연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소 위험한 발언이긴 하지만 스스로 깊이 있게 고찰했던 것을 표현하는 것인데 굳이 옳고 그름을 따져 물어 봐야 뭐하겠는가? -전시회 팜플렛 中
 
그의 저서에는 이러한 말이 기록되어 있다. "우주의 그 어디에도 그의 운명이나 의무는 쓰여 있지 않다. 왕국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있다."

한 인생은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결과 또한 달라진다.
스스로에 물어보자 내가 선택한 것은 옳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바꿀 수 있는 용기는 있는가?

 

맨디버커 Mandy Barker 맨디버커 Mandy Barker ⓒ 이상현


영국의 사진작가 맨디바커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바다에 부유하거나 해류로 밀려온 해양 플라스틱(plastic) 쓰레기를 수집하여 재구성한 사진 작업을 펼치고 있다.

작품을 보여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때쯤 작가는 이런말을 한다. 

"아름다운가? 진짜 아름다운 건 원래 본연의 그대로 이다."
"예술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이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관심과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스스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맨디바커-

위 작품을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가장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비나이다 임양환 '비나이다' Wish to God. 2021. 혼합매체, 가변설치 ⓒ 이상현

 

비나이다 임양환 비나이다' Wish to God. 2021. 혼합매체, 가변설치 ⓒ 이상현


#작품 설명
장엄하게 펼쳐진 곶자왈 이미지는 무수한 시점의 교차속에 우리를 둘러싼 주변을 그것의 일부인 듯 끌어들인다.그 속에는 생명의 탄생과 재생의 공간을 상징하는 우물이 놓여 있다. 우물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은 자연이 내포하는 비선형적이고 비물질적인 시간의 내면을 감싼다. 이는 곧 인간의 시대가 지닌 스스로는 불완전한 생의 모순, 욕망의 시간과 조우를 이끈다.

작가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어낸다는건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각자의 생각과 의식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해석될 듯 하다. 필자가 느낀건  태초의 자연으로 회복 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담은 듯 했다. 부모님 세대가 가정의 안녕(安寧)을 위해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잘 알지 못했던 신(神)에게 가정의 평안을 빌었던 순수한 인간의 모습도 비춰지는 듯 했다. 

 

공중정원 김지수 공중정원 The Floating Garden. 2017. 천 위에 드로잉.이끼.향.센서.나무.가변설치 ⓒ 이상현


#작품설명
<공중정원>은 환경에 대한 인식 작용을 '냄새'라는 감각기관으로 치환하여 반응과 경험을 통해 인간과 식물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갖는 관계의 미학을 조각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는 식물들이 냄새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태고의 대지로부터 첫 식물군을 형성했던 이끼와 자연의 시간적 층위를 겹겹히 품고 있는 나무 등 식물을 통해 이뤄진 과학적 성찰로 부터 자연과 인간,생태와 시간의 관계 속에 생명의 근원적 존재에 대한 물음을 예술로 확장하고 있다.

위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면 실제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다. 
 

Futuristic Archaeology Mongolia. 2014. Archiva 이대성 Futuristic Archaeology Mongolia. 2014. Archival Pigment Print. 100*150. 2020 부산국제사진제 출품작 ⓒ 이상현

  

전시작품 전시작품 ⓒ 이상현

 

전시작품 전시작품 ⓒ 이상현

 
#작품 설명
지구 온난화로 급격한 사막화가 진행되는 몽골의 현실과 반대로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고 있는 인도 '고라마라 섬' 주민들의 초상을 다룬 이대성 작가는 기후 변화로 인해 수천년간 이어져 온 삶의 근간을 잃어버리게 될 위기에 처한 두 지역을 나란히 병치해 대조적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이제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환경 위기의 문제가 결코 다른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은 지구환경에 대해 큰 위기감을 느꼈다. 이런 심각성을 같이 해결하자고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안락함을 뒤로 하고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간절한 염원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소중한 가치를 함께 공감하고 작은 것 부터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自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지구인이 되길 다짐한다. 

전시회 기간  2021.05.04~06.27 
천안시립미술관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종합휴양지로 185
1566-0155 www.cnac.or.kr
덧붙이는 글 환경은 지키는 건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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