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환자도 의료진들 믿고 싶은 심정"

인천A병원에서 통증 줄이려 한 수술 후 거동 어렵게 된 김장래 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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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주(piayoon)등록 2021.06.25 14:54
"저도 의료진 믿고 싶습니다. 대리수술 의심하지 않고 수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사고가 나면 피해자가 나서서 자료를 모으고,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해야 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부디 저 같은 서민들도 마음 놓고 치료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6월 17일, 서울 청어람홀에서 열린 제23회 환자샤우팅카페에서 김장래 씨가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받은 수술 후 거동이 어렵게 된 자신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환자단체연합회

 
통증 줄이려고 수술, "신경이 인절미 떡처럼 뭉개졌다"
 
2018년 12월 7일,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있어 인천A병원에 내원했던 김장래(49세) 씨는 '추간판탈출증' 진단으로 12월 12일, 양쪽 다리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집에서 지내던 2019년 1월 6일, 샤워를 하다 살짝 미끄러진 후 허리에서 '툭'하는 소리가 들렸고 통증이 시작됐다. 수술을 받았던 인천A병원에 내원하니 "MRI상 왼쪽이 파열됐다"고 해서 1월 8일, 오전 11시 수술대에 누웠다. 하반신 마취 후 헤드기어를 썼고, 가려져 있는 상태라 볼 수 없었던 김장래 씨 쪽으로 원장이 오더니 "수술이 잘 됐다. 봉합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하얀 물체 같은 걸 보여 주면서 봉합만 남았다고 하니 저는 당연히 수술은 원장이 하고, 봉합은 다른 사람이 하는 모양이다 생각했죠. 그런데 한참 지나도 마무리가 안 되길래 간호사한테 '뭐 문제 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처음 듣는 목소리의 낯선 남자가 '가만히 좀 계시라'며 화를 내더라고요."
"봉합만 하면 된다"던 수술은 한동안 시간이 지나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원장이 잠시 후 남자에게 "무슨 문제 있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고, 남자는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원장은 전신마취를 하라고 지시를 했고 김장래 씨는 "갑자기 웬 전신마취냐. 아파도 참을테니 그냥 해달라"고 했으나 의견은 묵살됐고, 전신마취 후 수술이 진행됐다. 김 씨가 병실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3시 20분경. 봉합만 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은 게 12시 50분이었는데 두 시간 넘게 걸린 셈이었다.
수술 후 극심한 통증을 참을 수 없던 김 씨의 호소에 MRI 검사가 진행됐고, 의사는 "혈흔이 보인다"며 "수술을 다시 안 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하반신 마비가 된다는데 수술을 안 하겠다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같은 날 두 번이나 수술한다니 불안했지만 저로서는 의사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결국 그날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전신마취 상태에서 두 번째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다음 날, 수간호사가 김장래 씨의 병실을 찾아와 수술동의서와 전신마취동의서를 써달라고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갑자기 어제 했던 수술 중 오전 수술비만 받고, 오후에 한 MRI검사비와 수술비는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원장님도 저더러 '동생, 동생'하면서 '동생이 너무 아파하고, 수술비도 많이 나왔으니 오후의 수술비와 검사비는 안 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오후 3시부터는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을 정도였지만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태도였다. "다리를 차라리 잘라 달라"는 김장래 씨의 호소에 CT와 MRI 검사라도 받아보자고 했지만 움직이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검사 전 맞은 신경성 주사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 것인지 통증을 참아가며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검사 후 통증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병원측에서는 "있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있어도 된다"고 했지만 김장래 씨는 12일만에 퇴원을 했다.
 
 
'수술실 CCTV 설치'…국회 보건복지위 이견 좁히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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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환자샤우팅카페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의심 정황이 있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장래 씨 ⓒ 환자단체연합회


통증을 줄이려고 했던 수술 후 김장래 씨는 일상생활이 파괴됐다. 통증과 거동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배변 조절이 안 되는 증상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다른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마미증후군. 담당 의사는 김씨의 상태에 대해 "신경 쪽이 완전히 뭉개져 인절미 떡처럼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태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고,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홀어머니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합니다. 아내는 가장 노릇을 하고, 막둥이는 저더러 '아빠는 왜 일 안 해? 나도 커서 아빠처럼 일 안 해도 돼?'라고 하더군요. 그 병원이 뉴스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고 하지만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희 같은 서민들이 대리수술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까? 제가 지팡이 짚고 다니면서 모은 서류들, 증거들이 쓸모없는 것이 되지 않을 방법이 있기나 할까요?"
김장래 씨는 여론조사에서 80%에 달하는 국민들이 찬성한다는 일명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6월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해당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추가 심의하기로 했다. 환자들의 인권보호와 의사들의 위축 우려, 의료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입장만 고려하는 것은 아닌지. 운영상 세부적인 문제점이 우려된다고 개정 자체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개선하고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김장래 씨의 억울한 호소에 이제는 답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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