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결승전. 안산(20)과 김제덕(17) 두 선수가 금메달을 향해 쏜 화살이 정확하게 과녁에 꽂혔다. 네덜란드를 꺾은 두 사람이 금메달을 향해 당긴 활시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제덕 선수는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2관왕에 올랐고 안산 선수는 여자단체전과 여자개인전까지 포함해 3관왕이란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 대표팀은 다섯 종목 중 네 종목을 석권하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한국 양국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필자는 화면 속에서 허리를 숙인 채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이자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 이래서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되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동안 큰 대회를 치를 때마다 체육단체장들은 시상식에 나와 사진 몇 장 찍고 잠시 머물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달랐다. 30도가 훌쩍 넘는 폭염에도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개인전을 앞두고 '페미' 논란에 휩싸였던 안산 선수에게 격려 전화 한 통화하는 것도 심사숙고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안 선수에게 전화를 걸기 전 장영술 양국협회 부회장에게 먼저 "내가 연락을(안 선수에게) 해도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양궁협회 회장 자격으로 충분히 직접 전화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선수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들과 감독님들 모두 잘 해주셨다. 국가대표팀이 진천에서 계속 연습, 시합을 잘해준 덕분에 올림픽에서 잘할 수 있었다"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양궁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정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공을 감독과 선수들에게 돌렸다. 현대가와 양궁의 인연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대한축구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정몽준 현 아산재단 이사장이 양궁협회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이어 2대 회장 자리에는 정의선 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에 회장이 앉았다. 6~7대는 유종흥 현대비앤지스틸 회장이, 8대에는 이중우 전 현대다이모스 사장이 회장을 역임했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에 처음으로 9대 회장직을 맡았고, 현재까지 16년째 대한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다. 역대 협회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 양국 발전의 토대는 현대가에서 37년째 이어가고 있는 경제적 지원 덕분이라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양궁협회에 30억 원~40억 원을 지원했으며 현재까지 약 500억 원을 양궁발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가에서 대대손손 협회를 장기집권하길 바라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정 회장의 양궁 사랑은 많은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양궁 경기장이 선수촌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이에 정 회장은 선수들이 이동 중 컨디션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수촌 숙소를 놔두고 경기장 근처 호텔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고 특별히 한식당에서 도시락까지 주문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당시에는 열악한 경기장 시설에 대한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협회 예산으로 경기장을 직접 보수하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양궁 경기장 옆에 만들어 줬다. 시설이 부실함을 미리 파악하고 정 회장이 내린 조치였다. 정 회장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역시 양궁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우리 양궁 대표팀은 그 지원을 바탕으로 금메달 4개를 휩쓸며 코로나로 시름 중인 대한민국 국민들에 큰 기쁨을 선사했다. 정 회장은 시상식 후 안 선수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다리 뻗고 자 오늘은... 너무 고생 많았어"라고 격려했다. 안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아침에 회장님께서 전화 주신 게 갑자기 생각나서 울컥해 조금 울었다"며 "회장님의 격려 말씀 덕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여러 선수 목에 걸린 금메달보다 정 회장의 목에 걸린 도쿄올림픽 금메달이 유난히 빛나 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열정과 흥미를 갖고 임하는 것을 '덕질'이라고 한다. 정 회장의 양궁을 향한 덕질은 우리 양궁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정 회장은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정의선 덕질 #안산 선수 #대한양궁협회장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