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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전시회 '시간여행법' ⓒ < 촬영 편집 / 현지섭&이정 >
최근 미국의 한 잡지사가 20년 후 화성 여행자를 모집했더니 무려 400여명이나 지원했다고 한다. 그만큼 여행은 인류의 오랜 꿈이자 목표이다. 코인 관련 코멘트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론 머스크는 "화성 테라포밍 (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및 위성, 기타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어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 )"으로 2400만명을 이주시켜 인류를 구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도대체 인간의 이런 이동하는 여행의 본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놀랍게도 인류의 여행 본능은 태초 이후 계속되었다. 에덴동산을 떠나는 아담과 이브는 차치하고라도, 한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해서 그린란드나 북극권까지 갔고, 어떤 인류는 몽골에서 출발,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지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마야와 잉카, 아즈텍 문명을 일구었다<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p84 >.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생존을 위해 어디로든 움직여야 했던 인류가 남긴 진화와 흔적이고 문화이며, 인류의 유전자에는 이동의 본능이 지문처럼 새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해서 인간의 여러 이름 중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의 '여행하는 인간 - 호모 비아토르 (Homo Viator)'에는인간의 여행에의 동경과 본능을 잘 정의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 < 네팔 / 신동빈작가 > 신동빈 작가가 네팔 여행때 마주친 밤 풍경 ⓒ 양경숙
인터넷 검색 차원을 넘어 VR이니 AR이니 하는 가상현실 기술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유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여행의 수요는 급증했다. 그러나 COVID-19 시대, 거의 반강제적으로 국가 간 여행은 제한되고 있고 인류의 여행본능은 유예기간을 맞고 있으며, 변종 코로나로 인하여 사실상 언제 그 유예가 언제 풀리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럴 수록 여행에의 갈증과 관심은 증폭되고 있는데, 비행기로 이동했다가 목적지의 하늘만 빙빙 돌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여행'까지 나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방구석 여행, 여행의 이유 등등 언택트 시대에 맞는 여행관련 책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참 대단한 인류다. 상상속만으로 우주 비행선을 만들더니 드디어 인간이 우주를 여행을 하고 급기야 화성 테라포밍으로 지구 EXODUS를 준비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일상으로부터 탈출해서 잠시 행복을 만나는 여행에의 욕구를 과연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유한한 시간 속에서 수 없는 반복과 작업으로 얻어진 작가의 사진 한 장은 이런 여행에의 본능적 욕구를 해갈시켜주며 무더운 여름 한차례 시원한 소낙비가 되어 준다고 하겠다.
▲ < 터키 / 김유라 작가 > 김유라 사진작가가 만난 터키 뒷골목 ⓒ 양경숙
어쩌면 전시기획자의 주장처럼 '특정 지역을 직접 여행해서 얻은 경험보다는 이 나라의 핵심적인 아름다움만을 몇 개의 방에 모아놓은 전시실에서 보낸 오후 한나절의 경험이 더 강렬하게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파리 사진 한 장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고 있다 보면 마음과 몸은 자연스럽게 내가 지금 있는 장소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그 곳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한순간 짧게라도 달콤한 백일몽에 빠질 수 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사진 전시회 '사진가의 시간 여행법'에서 만나는 사진 한 장은 '관람자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가 대상의 심미적 요소들과 더 강렬하게 접촉하는 느낌을 받게 하는 역설의 장치'로서 관객을 풍경의 가장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가서 삶에 생동감을 부여한다고 하겠다.
▲ < 네덜란드 / 유정원 작가 > 유정원 작가가 네덜란드 여행시에 만난 거리 풍경 ⓒ 양경숙
사진 한 장을 통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에서의 동선을 상상하고 간직하게 될추억까지 그려내는 일, 그 곳이 프랑스이든, 먼 북극이든 우주이든...... 여행이 인간에게 새겨진 뇌의 지문이라면, 여행을 상상하는 것은 최고의 '락(樂)'일 것이다.
▲ < 쿠바 / 황인선 작가 > 쿠바의 해변 ⓒ 양경숙
'시공간의 거리를 좁혀 관람자는 여행에 따른 위험과 노고, 그리고 비용 지급 없이 이은 세계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 직접 탐험하기라도 한 듯한 환상을 가지게 한 사진과 그 기술이 가져온 대변혁, 오래 전 발매 된 '피에르 바야르'의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이 생각난다.
'시간 여행법'에서 돌아와 나는 전시된 사진 그곳으로 떠나는 여행 준비를 하고 가지게 될 추억을 상상해야겠다. 눈을 감으면 어디든 그곳이 되리라.
▲ < 파라과이 / 강제욱 작가 > 강제욱 사진작가 파라과이 들녁을 담은 작품으로 '시간여행법' 포스터 ⓒ 양경숙
꽤나 가슴에 남는 사진 전시회 '시간 여행법'은 중구 퇴계로 163에 위치한 브레송 갤러리에서 지난 7월에 1부가 열렸고 8월 22일까지 2부가 열리고 있는데, '강제욱, 신동필, 김문호, 이재갑, 김경희, 이세연, 김인재, 정명식, 변성진, 안소현, 남태영, 이희인, 김유리, 이원철, 유정원, 김남, 최치권, 김지욱, 황인선, 양시영, 최인기, 김수진' 작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의도적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작가들의 여행 중에 시시각각 우연히 만난 찰나의 풍경이 대부분인데 덕분에 우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런던의 겨울(조기영 작가)은 물론 엇그제 운동장만 한 올림픽 깃발이 게양된 파리의 에펠탑(이다영 작가) 그리고 쿠바의 바닷가나 구도가 참 시린 짤츠부르크(김수진 작가)의 눈 쌓인 풍경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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