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의 '회상'을 듣는 기막힌 자유 시간

노래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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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hidorcas)등록 2021.08.30 17:42
내게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내가 뭘 하는지 나도 나 자신을 잘 몰랐던 거 같다. 가끔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남편이 이야기해 줄 때가 있다.

지난달에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양석형 교수로 열연 중인 김대명이 부른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무심코 시간이 날 때마다 틀어 놓고 듣고 또 들었다.

"이번엔 몇 번 들을거야?" 남편이 물었다. 
"어, 만 번은 듣겠지?"
"몇 번 남았어?"
"아직 9 천 번은 남은 거 같은데, 조금만 참아주세요."
"알았어. 늘 그렇지 뭐."

그제서야 나의 이런 모습을 인식했다. 사실 나는 내 자신의 그러한 행동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채 그저 습관처럼 내게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 순간 순간에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놓고 따라부르곤 했다. 그야말로 만 번쯤 듣고 따라 부르고 나면 성이 차서 그만 들어도 괜찮은 상태가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은 요즘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챙겨보는 드라마다. 사실 매번 본방 사수를 못하지만 하이라이트와 줄거리라도 꼭 챙겨서 봐야 마음이 좋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5인방 ⓒ 정은경

 
그렇게 내가 슬의생을 챙겨보다보니 어깨 너머로 함께 보던 남편이 내게 물어 왔다.  

"저 사람 누구야?"
"정경호?"
"응, 맞아. 저 사람 멋있다."
"오~그래요?"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그 뒤에 있지? 조정석인가? 그 사람도 좋아. 내 스타일이야."
"뭐야, 남자를 좋아해요?"
"응, 진짜 멋있어."
"맞아요. 나도 멋있더라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 교수(정경호) ⓒ 정은경

 그렇게 남편의 취향도 알게 되고, 나하고 비슷하다는 것도 내심 기분 좋게 했다. 사실 요즘 슬의생의 김준완 교수(정경호 분)가 은근을 넘어 너무 멋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정경호가 부른 '회상'을 듣게 되었고, 남편에게도 들려주었더니 너무 좋다고 감탄까지 했다.  산울림의 원곡을 이번에 정경호가 불렀는데 낮고 침착하며 감미로운 정경호의 음색과 노래 가사가 어떻게 그리 잘 어울리는지 듣고 또 듣게 된다. 담백하면서도 무덤덤한듯한 그의 목소리가 노래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이번에는 남편도 좋아하는 목소리를 듣는 거라 덜 부담스러워 다행이다.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나는 또다시 정경호의 '회상'을 듣는다. 빠질 수 있을 만큼 푹 빠졌다가 나오는 자유로운 나만의 짧은 시간이 너무 좋다. 그리고 흥얼거린다. 혼자 노래를 부르며 나의 자유 시간을 연장시켜 나간다.

주로 찬양을 즐겨 듣고 좋아하지만, 이런 좋은 노래들도 내 마음을 회복시키고 정갈하게 해 줘서 꽤 행복하고 괜찮은 시간이다. 음악이 있고,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삶 가운데 주어짐에 더욱 감사하다.

음악과 자유가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너무 고통스럽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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