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매년 여러 이슈가 발생하지만, 2022년은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22년 3월 9일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3월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고 2022년 6월 1일엔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와 6월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제20대 대통령 임기가 5월 10일에 시작되니, 3주 만에 전국동시지방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 선거가 함께 치러졌던 때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정확히 20년 전인 2002년에 이른다. 2002 한일 월드컵과 맞물렸던 제3회 전국동시지방 선거에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6개월 후에 치러진 대망의 제16대 대통령 선거, 대선 전초전이었던 지방 선거에서 크게 승리한 한나라당 쪽 인물이 대세를 형성해 대선까지 승리할 거란 전망과 다르게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이 승리해 대통령이 되었다.
아주 간략하게 살펴봤을 뿐이지만, '선거'보다 '정치'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더 눈에 들어온다. 정치가 곧 선거일 순 없겠지만, 선거가 곧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성 저자가 책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웅진지식하우스)로 들여다보고 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거기에 있다.
대한민국 변곡점들과 밀접한 '정치'와 '선거'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우리나라를 뒤바꾼 역사적 사건들엔 뭐가 있을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나는 대로 단편적 사건 아닌 시기를 적어 보자면, ▲1945년 광복부터 1950년 6.25전쟁까지와 ▲1960년 4.19혁명부터 1961년 5.16군사정변까지와 ▲1987년 6월 항쟁부터 같은 해 제13대 대통령 선거까지와 1997년 IMF 사태와 ▲2014년 세월호 참사부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파면까지와 ▲2020년부터 현재진행형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까지 여섯 번 정도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변곡점들이 경제·사회·문화·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정치'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걸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정치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기본 정치 체제로 채택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나아가 '선거'야말로 정치, 그중에서도 민주주의의 꽃이기에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목적이다. 정치 관계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하여 선거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정치의 대략을 훑을 수 있고 대한민국 역사의 단면도 대략적으로나마 훑을 수 있다.
지난 70여 년의 주요 선거들
주지했듯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8월 15일에 세워지지만, 그 이전에 이미 두 번의 선거가 치러졌다. 같은 해 5월 10일 제헌의회 선거가 있었고 7월 20일 초대 대통령·부통령 선거가 있었다. 해방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한 단독 총선거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민주 선거가 실시되어,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2년 뒤 치러진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선거인명부 등록제가 실시되었고, 6.25전쟁이 한창인 4년 뒤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탄생시켰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치러진 제2대 대통령 선거는 최초의 직선제였다. 각종 최초들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와중, 이승만 대통령이 그 유명한 사사오입 개헌으로 장기 집권의 야욕을 드러낸다. 결과는,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후 하와이 망명이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발전되리라는 국민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은 건 소장 박정희가 이끈 5.16군사정변이었다. 오래지 않아 박정희는 제5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1963년부터 18년 동안 내려오지 않는다. 그때 창당된 민주공화당도 18년 동안 여당 자리를 지켰고 말이다.
1979년 10월 26일 최측근 김재규의 총탄에 피살된 후 오래 지나지 않아 전두환이 하나회를 이끌고 1980년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다. 이듬해 치러진 제11대 대통령 선거, 간선제로 치러져 전두환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에게 비상조치권과 국회해삭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며 임시는 7년이나 되었다. 집권 여당에게도 절대 권력을 부여했다. 그리고 대망의 1987년, 전두환 정권에 치명상을 입히는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6월 항쟁이 시작된다. 때는 전두환 임기 말기이기도 했다.
16년 만에 부활한 대통령 직선제, 하지만 김대중과 김영삼의 후보 단일화 실패와 야권의 분열 등으로 정권 교체에 실패해 노태우가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5년 뒤 민주화 동지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된 김대중과 김영삼의 대결에서 김영삼이 승리해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최초의 민간인 대통령에 당선된다. 임기 초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임기 말 IMF 사태라는 국가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후, 김대중-노무현의 진보 10년과 이명박-박근혜의 보수 10년을 지나 다시 문재인의 진보 시대 말기까지 온 지금이다.
선거와 관련된 이모저모
1948년 제헌의회 선거부터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70여 년 동안 50여 차례가 넘는 크고 작은 선거를 치렀다. 보다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들여다보자면 열아홉 번의 대통령 선거, 스물한 번의 국회의원 선거, 일곱 번의 전국동시지방 선거를 치렀다.
이 책이 정치보다 선거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선거와 관련된 알기 힘든 이모저모를 함께 전해 준다는 게 흥미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 선거 역사상 선거 결과 득표수가 같은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땐 연장자가 당선된다는 것,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54년 제3대 국회의원에서 만 25세에 당선되어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가지고 있거니와 9선으로 박준규, 김종필과 함께 최다 국회의원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결코 꽃 같은 길만 걸어오진 않았다. 영구 집권의 야욕으로 가득 찬 권력자에 의해 집착·왜곡되거나 최소한의 기능마저도 마비되기도 했다. 그럴 때 선거는 장식품에 불과했고 최악의 경우 그마저도 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위대한 건 독재 정권이나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선거가 이끌었다는 점이다. 선거 국면에서 나타난 미미하지만 확실한 조짐이 결국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꾸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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