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섭 한국화가의 수묵 드로잉 展

충남 당진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30일까지 전시
화풍 변화 시도…"맥을 잇는다는 것"

검토 완료

박경미(pkm9407)등록 2021.09.24 08:57

조행섭 한국화가의 전시회가 충남 당진시 면천면에 소재한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관장 김회영)에서 오는 30일까지 개최된다. 무엇보다 특히 이번 전시가 기대되는 이유는 조행섭 작가의 변화를 엿볼 수 있어서다.
 
서울 떠나 시골로
 
조행섭 한국화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20년간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오로지 그림에 몰두하고자 어느 순간 교편을 정리했고 그만의 묵향의 세계를 그려나가고 있다.

그림에 집중하기 위해 또 하나 선택한 것이 시골살이였다. 복잡한 서울살이를 벗어나 그림을 위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그는 지난 2003년쯤 시골로 내려왔다.

"대도시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도 모든 것이 많죠. 그만큼 복잡해서 내가 오롯이 그림에 몰두하는 시간을 갖기가 힘들었어요. 또한 내가 붓과 먹으로 주로 그리는 것들이 자연 소재와 닿아있으니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죠. 자연과 함께, 시골살이를 해온 게 이제 벌써 19년째 된 것 같네요."
 
소재의 한계를 넘어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 ⓒ 박경미

 
지금껏 묵향 가득한 그림을 그려온 그였다. 한국화가로서 풍경과 문인화 등을 많이 그려왔다. 그래서 더욱 이번 전시가 특별하다. 미술관에서 9월 한 달간 열리는 그의 이번 전시는 '인물'을 소재로 한 수묵 드로잉 전시회다. 그의 나이 67세, 화풍을 바꾸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 ⓒ 박경미

 
"그동안의 작품을 돌아보면서 한계를 느꼈어요. 솔직히 이 나이에 소재를 바뀌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평소 인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이 있었기에, 인물을 소재로 해봤어요."
 
수묵 드로잉 展
 
"인물의 생김새에 얽매이게 되는 초상화가 아닌, 내 나름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인물화'를 그리고자 했어요."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 조행섭 작가의 작품들 ⓒ 박경미

 
화선지에 담긴 인물은 흔히 우리 주변에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먹으로 그린 소박한 서민의 모습들….
 

조행섭 작가의 수묵 드로잉 전시회에서 군상 작품들 ⓒ 박경미

 
전시작 중 두 개의 군상 작품은 서로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한 작품은 마스크를 낀 요즘의 젊은이들의 군상을 그렸고, 또 다른 작품은 오래전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그렸다. 인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해 화폭에 담은 만큼 작품에서는 생생함이 느껴졌다.
 
인물의 표정과 인물이 주는 분위기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자료 수집에 공을 들였다. 그의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그의 주변 인물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조 작가는 이들의 표정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조 작가는 사람들이 카메라 등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자세와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공을 들이며 자료를 수집해갔다.
 

조행섭 작가의 수묵 드로잉 작품들 ⓒ 박경미

 
이렇게 자료를 수집해 그린 작품들이 이번 전시회에 전시됐다. 전시작들은 조 작가가 작품마다 여러 번 그려서 그중에서 좋은 그림을 엄선해 고른 것들이라고. 표구도 조 작가가 직접 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림에 테두리를 그렸는데 오히려 그림이 갇혀있는 것 같았다"며 "인물화가 아닌 초상화 같은 느낌이 들어 이후에는 테두리를 그리지 않고 표구했다"고 덧붙였다.
 
"맥을 잇는다는 것"
 
한편 조 작가가 작품을 향해 보인 깊은 사유는 한국화 전반으로 뻗어나간다. 붓·먹·종이·벼루 등 재료나, 표구법이라든지 한국화가 가진 특성이 현 시대에 함께 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그에게 도달했고, 과거에 비해 점차 사람들에게서 외면 받은 한국화의 맥을 잇는 것이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조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면서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충남 당진시 면천면에 소재한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 지난 몇 년간 수묵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서산의 원도심에 자리한 그림산책길(7인의 작가들이 입주한 작업실)에서는 조 작가와 그의 문하생 담지연 회원들이 입주해 공동 작업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조행섭 작가의 수묵 드로잉 작품들 ⓒ 박경미

 
"현시대에 사람들이 서양화에 많이 주목하지만 그럼에도 한국화는 매력적이고 귀한 우리의 자산이죠. 이를 어떻게 계속 이어가느냐 하는 것이 남겨진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 지역 신문 <당진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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