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의 건축의 시작은 BF인증으로

BF인증과 과제 그리고 건축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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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cocoon1981)등록 2021.10.05 10:56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뿐 아니라 일시적 장애인 등이 건물이나 도로, 공원, 버스 등 개별시설물을 넘어 지역에 접근하고 이용하고 이동하는 데 있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 시공, 관리 여부를 평가하여 인증하는 제도이다.
 
건축 분야에서 장애인과 관련한 편의시설의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1년 6월 심신장애자복지법(장애인복지법으로 1989년 제명)이 시행되면서부터이다. 이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관한 규칙 등이 제정되며 장애인 등 모든 이가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법에서 인정받게 된다. 즉 BF인증은 장애인 등에게 우리 사회가 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켜주는 제도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리·심리적 장애물을 없애고 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BF인증은 2015년부터 국가나 지자체가 신축하는 공공건물이나 공중이용시설에서 의무화되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BF인증 및 장애인 편의시설 등을 대하는 인식은 매우 낮다. 지난 5년간(2015.7.29.~2020.6.30.) 사용승인을 받은 국가·지자체의 신축건축물 중 BF인증 취득 비율은 34.47%에 불과해 법은 시행이 됐지만, 공공영역에서도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BF인증은 장애인, 노인 등 누구나 어느 곳에서 차별당하지 않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제도이며 공공을 넘어 민간으로의 확대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BF인증의 실현과정에서 보완되어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도 실현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그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인증기관 8곳의 인증기준이 제각각이다. BF인증은 인증기관이 인증을 요청받으면 심사단을 구성해 서류심사와 현장 조사를 통해 인증하게 된다. 이때 인증지표 및 평가항목, 세부평가기준 등은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심사기준 및 수수료 기준 등'에 따른다. 하지만 인증기관이 8곳이나 되다 보니 기관마다 다른 잣대로 평가하고 심사·심의위원들도 고시내용 및 인증제도 매뉴얼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인증지표에 없는 시설에 대한 조건 부과도 빈번하고 예비인증 때 없던 지적사항이 본 인증 때 나오기도 한다. BF인증의 운영기관이 조속하게 정해져 기관마다 다른 심사기준과 편차를 줄여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심사·심의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 대한 집단지식이 쌓일 수 있는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둘째,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설계와 시공에서의 전문인력 부족은 인증 기간의 연장으로 이어진다. 현재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대한 교육은 건축설계자를 중심으로 다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 기술자의 교육도 시급하다. 예비인증을 득한 도서가 현장에 보급이 되어도 기존 습관대로 시공되며 재시공이 빈번하게 이뤄져 예산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BF인증을 컨설팅 회사의 몫으로 오인하며 업무협조도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설계단계에서는 '공공 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대가 기준'에 BF인증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대가는 '설계업무량이 추가되는 것이 아닌 설계기준에 따라 건축물을 설계하는 행위'로 규정해 별도의 설계 대가도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 외국인 등등의 다양한 개개인의 신체·정신적 특성을 고려하고 표준과 평균을 넘어 누구나 이용하기 쉽고 편리한 환경을 디자인해야 하는 세심한 작업인데 말이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적량적으로 가능하다고 여기고 획일화된 환경을 만드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오히려 설계 기간과 대가를 반영하여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이 가능하도록 전문가 집단의 역량을 독려해야 한다.
 
셋째, 건축자재 및 시설물, 생활제품에서도 인증이 도입되어야 한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의 구현은 공간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공간을 뒷받침할 세심하게 제작된 다양한 자재와 제품이 필수이다. 현재는 배수로 덮개, 화장실 명판 하나도 기준에 맞는 제품을 현장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디자인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후진적인 상황이다. 또한,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제품을 사용해도 BF기준과 다른 경우도 많아 혼란스럽다.
 
넷째, 다양한 장애 유형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만 봐도 15개의 장애 유형이 있다. 더구나 BF인증은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임산부, 어린이 그리고 일시적 장애인까지 그 대상이 포괄적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주요 대상으로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또한 BF인증을 받은 건축물일지라도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라며 사용자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BF인증이 정성적인 심사심의를 택하는 이유는 부족한 인증지표를 각 위원의 인권 감수성으로 채우기 위함이다. 이에 더욱더 다양한 사람의 유형이 반영되어 누구나 편안한 생활환경을 실현하기 위한 깊이 있는 연구와 전문가의 역량 강화가 다각적으로 필요하다.
 
다섯째, 인증 의무대상이 건축물과 공원뿐 아니라 버스, 기차 등 교통수단과 도로, 나아가 지역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모두가 일상을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활공간 구석구석에서 배리어프리가 실현되어야 하며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뭔가를 해줘야 할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보살펴야 할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권리를 가진 한 명의 인격체이다. 장애인을 위한 삶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삶터를 구축한다는 의식이 일반화될 때 비로소 누구나 일상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터인 도시공간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실현을 일선의 맨 앞에서 우리 건축사의 손으로 구현된다는 것에 책임과 자긍심을 함께 느낀다. 이렇게 인간을 위한 나아가 모든 생명체를 위한 건축이 일상화될 수 있는 그런 건축인의 삶을 살고 싶다. BF인증제도는 '사람중심'의 건축을 위한 신호탄이며 우리 건축사들이 그 시작점에 함께 서 있다.  /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덧붙이는 글 건축사신문 [건축문화사랑]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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