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숨 끝나구 소두 잡구유 닭두 잡세나"

예산농악보존회, 대흥 다랭이논서 전통농법 가을걷이

검토 완료

김수로(tnfh2944)등록 2021.11.01 17:17
 

농민들이 다랭이논에서 손으로 직접 벼를 베고 있다. ⓒ ⓒ <무한정보> 김수로

 

한 어르신이 낫으로 벼를 베고 있다. ⓒ <무한정보> 김수로


시원시원한 낫질에 가을햇볕을 담은 볏단이 차곡차곡 쌓인다. 예산농악보존회가 지난 10월 20일 충남 예산군 대흥면 금곡리 다랭이논에서 한 해 동안 전통농업 방식을 재현해 키운 벼를 수확하는 현장이다.

본격적인 추수에 앞서 논두렁에서 논 안쪽으로 자란 풀은 먼저 벤다. 잘라낸 벼에 풀이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예산과 공주지역에서는 이를 '논두렁 잡아놓는다'고 표현한단다.

흰 고무신을 신은 회원들은 잘 마른 논에 들어가 벼 베기를 시작한다. 한 손으로 줄기를 잡고 낫을 가져다대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밑동만 남는 모습에 '장정 한 사람이 하루에 두 마지기(400여평)는 베고, 낫질을 잘하면 세 마지기도 벤다'는 말이 실감난다.

벼 베기는 '맞잡아베기'와 '엎잡아베기'로 나뉜다. 맞잡아베기는 벼줄기를 쥐는 손의 엄지손가락이 위로 가도록 잡고, 엎잡아베기는 아래로 가도록 한다. 벨 때는 엎잡아 베는 게 쉽지만 줄기 아랫부분이 나란히 맞춰지지 않아 탈곡하기 전 논에 펼쳐놓은 벼가 잘 마르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일할 사람을 구할 때 '엎잡이는 안 얻는다'고 할 정도였다고.

햇볕이 제법 뜨거워서인지 "아이고 어렵다, 탁주 한 잔 먹어야 되는디"하며 허리를 편 어르신은 논바닥에 앉아 허리춤에 매달아뒀던 곰방대를 문다.

지난 봄과 초여름에 이곳에서 논을 갈고 모내기를 했을 때는 흥겨운 농요가 함께했지만, 벼베기를 할 땐 낫을 사용해 위험할 수 있어 하지 않는다.

 

지게에 지고 온 볏단을 나무절구에 내리쳐 자리개질을 하고 있는 모습. ⓒ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예산지부

 

키질로 낟알에 섞인 검부러기와 먼지를 날려보내고 있다. ⓒ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예산지부


논 하나를 비운 회원들은 아래쪽 논으로 가 '가리치기' 시범을 보인다. 수확 전에 비가 와 젖어있는 논에서는 생벼를 바로 묶어 만든 볏단을 모아 말린다. 묶는 작업은 '제매끼튼다'고 하는데, 벼줄기를 끈 삼아 볏단을 감싼 뒤 매듭을 지어 끝부분을 안쪽으로 끼워 넣으면 된다. 이때 낟알이 달린 부분이 밑동 쪽으로 가면 자리개질(탈곡작업)을 할 때 번거로워지고, 벼이삭을 가지런하게 놓지 않으면 속에 있는 낟알이 잘 털리지 않아 허투루해선 안 되는 작업이다.

묶은 볏단은 '십자가리(이삭이 가운데로 오게 열 십(十)자 형태로 볏단 9개를 쌓는 것)'나 '줄가리(낟알이 달린 부분이 맞닿게 세워놓는 것)'를 친다. 줄가리를 칠 때는 생산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위해 볏단 100개마다 잘 익은 벼줄기를 하나씩 빼 허리춤에 꽂아두는데, 이를 '산벼'라고 했다.

이걸재 전 공주시 석장리박물관장은 "산벼는 농사가 민속신앙으로 들어가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 옛 어르신들은 추수를 마친 뒤 '무사히 마치게 해주셔 고맙다'는 의미를 담아 고사를 지내며 산벼 나락을 손으로 훑어 장독 안에 넣어두고 칠성신을 모셨다. 아이들이 놀다 간장독을 깨도 화를 안 냈지만 칠성단지가 깨지면 화를 낼 만큼 귀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수확한 벼를 10월 22·24일 높이가 성인남성의 절반 정도 오는 나무절구에 자리개질하고 족답기로 탈곡하며 신명나는 농요와 함께 한 해 농사를 마무리지었다. 

"둘왔어? 둘왔슈/ 아아 에 아아 헤/ 이 바숨(바심) 끝나구/ 아아 헤/ 삼배출(한 마지기에서 곡식 석 섬이 나오는 양) 넹기면/ 아아 헤(…)소두 잡구유/ 아아 헤/ 닭두 잡세나/ 아아 헤/ 우여차 우여차 나서구(후략, 예산 자리개질 소리)"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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