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지난 1일 밤 9시 50분쯤 다니던 학원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다.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알려진 학생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해당 학원이 살인적인 과제량과 선행학습 등으로 악명이 높아,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게 아닐까 추정할 뿐이다. 만13세! 아직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피지도 못한 꽃이 허망하게 진 것일까. 옥상으로 올라갈 때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중학교 1학년이 고3 영어, 고등 수학을 공부하는 시대다. 특목고에 가려면 유치원 때부터 선행학습에 몰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게 왜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아이들의 행복추구권은 누가 보장하나. 아이가 아무리 학업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자발적 의사에 반해 이루어지는 장시간 학습 노동은 아동학대나 다름없다. 아이를 사교육에 몰아넣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이런 엉터리 수사(修辭: rethoric)로 아이들을 꾀어 현재를 미래에 저당 잡히도록 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늘 오전 11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재검토와 고교 교육 정상화 여건 마련을 촉구했다(사진).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위한 전국 고교 교사 서명' 결과 총 11,749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얼핏 보면 장밋빛 청사진이다. 교육부에 한 마디만 묻는다. 고교학점제가 잠자는 아이를 깨울 수 있다고 치자.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지금의 살인적 입시경쟁교육이 사라지나? 천만의 말씀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더 극심한 사다리 경쟁교육에 던져질 것이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좌절과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이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현재의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고교학점제 할아버지가 나타나도 사회 양극화는 피할 수 없다. 능력주의(meritocracy) 망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인격적 존엄을 희생한 바탕 위에 쌓아 올린 상아탑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대학 평준화, 수능 자격고사화, 학력에 따른 차별 해소 이런 핵심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입시 제도 개편도, 교육과정 손질도 땜질처방에 불과하다. 피지도 못한 꽃의 명복을 빈다. #대전 중학생 투신 #고교학점제 재검토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