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결과를 목격했고, 이를 정확한 단어로 표현해 상황의 심각성과 불합리함을 독자들이 느끼도록 하겠다." 카빌리 지역의 참상을 목격한 알베르 카뮈가 <알제 레퓌블리켕>에서 쓴 기사 11개를 묶어낸 <카빌리의 비참>은 그가 목격한 가난, 극심한 빈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장에서 현실을 목격한 자에게 본 것을 밝히는 것 외에 중요한 일은 없다. 카뮈의 글은 본 것을 가감없이 전해야한다는 일념 하나로 완성됐다. 억압하는 자들은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진실을 '편집'한다. 편집된 진실 속에서 살아가는 억압받는 자들의 삶에선 증오조차 사라졌음을, 극에 달한 생리적 궁핍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증오할 힘조차 증발되어 마른 고통만 내뱉는다는 사실을 카뮈는 고발한다. 카뮈의 단어는 거칠다. 거친 단어가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한다. 카뮈는 우리의 무감각함을 지적한다. 사람이 얼어죽고, 아이들이 동물 먹이를 먹는 세계를 보면서 그들에게 죽음에게서 벗어나려는 본능이 없다는 식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적용하는 우리의 오만함을 추악하다 말한다. 또한 우리와 매일을 살아가지만 3세기나 뒤쳐져 있는 사람들과의 격차에 무감각함이 우리의 현실임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행동을 요구한다. 사실이 드러내는 기다림과 절망의 삶 가운데서 분노를 느꼈다면, 즉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그 놀랍고 광활한 저녁에 몰입할 때 느껴질 감미로움의 존재를 알았지만,우리 앞에서 불그스레 타오르는 빈곤의 불꽃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빈곤은 아름다움을 가로막는다. 억압하는 자들이 지는 해를 보며 타는 듯한 석양을 감상할 때, 억압받는 자들은 이글대는 빈곤을 마주한다. 지는 태양과 더불어 드러나는 어둠은 세상에서 가장 냉철한 사람의 마음도 느슨하게 만들지만 거친 보리로 만든 양식을 손에 쥔 자들에게 빛과 어둠을 즐길 여유는 없다. 타는 듯한 빈곤과 끝나지 않을 어둠 뿐이다. 빛은 금지된다. 억압하는 자들은 떠났고, 억압받는 자들만 남겨졌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남겨졌다. 카뮈가 고발한 카빌리의 비참은 현재진행형이다. 억압하는 자들이 마음대로 바꿔놓은 지구는 억압받던 자들에게 새로운 구속을 선사했다. 편집된 진실은 한 민족과 국가에 지속적인 고난을 남겼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 수 있는 대상은 없어졌다. "식민 정복을 정당화할 구실을 하나라도 댈 수 있는 것은 최소한 정복당한 민족이 정체성을 지키도록 도왔을 때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이 나라에서 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위엄 있고 인간 다운 민족에 속하는 이 사람들이 그들 자신과 그들의 미래에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뮈는 억압의 대상자들이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 때 억압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그렇다. 표면적인 억압은 사라지고, 억압의 흔적이 새로운 구속으로 존재할 때, 우리는 그들 자신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선사업, 소극적인 시도,선의의 바람, 형식적인 언행이 과연 굶주림과 진창, 고독과 절망 앞에서 과연 충분한 것인지를 살피고, 억압받았던 과거를, 그 처절함을 함께 관통함으로써 미래를 향할 수 있게 함께 해야 한다. 1939년, 뜨거운 카빌리에서 외친 카뮈의 절규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알베르 카뮈 #카빌리의 비참 #메디치미디어 #진실 #독서리뷰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