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확장현실), 기술과 예술이 만나다.

XR(확장현실) 전시회 '디지털 노벰버'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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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교(ydk8811)등록 2021.12.11 14:13
영화의 미래는 어찌 될까?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주제다. 13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 동안 기술적 변화를 거듭해온 영화는 3D와 아이맥스 등 시각적 쾌감의 극대치에 도달했다. 영화 시장에 새로운 대주제로 등장한 XR(확장현실)은  관객의 능동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일견 완전히 다른 영역 혹은 하나의 혁명처럼 보인다.
  

디지털 노벰버 ⓒ 염동교


지난 2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와 주한프랑스대사관이 협업한 XR 콘텐츠 전시 '디지털 노벰버(Digital November)'에 다녀왔다. 학동역 근처 플랫폼엘에 마련된 작은 부스에는 SF영화에서 볼 법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있었고 스태프들의 세심한 도움을 받아 가상 세계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가상 세계로 돌입하기 위한 준비 사항
1. 방역과 안전을 위한 눈 마스크를 착용한다.
2.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다.
3. 마지막으로 생생한 사운드를 전해줄 헤드셋을 착용한다.
 

디지털 노벰버 ⓒ 염동교

 
아벨 페라라의 미완성작 <버즈 오브 프레이>의 프리 프로덕션을 기반으로 구성된 단편 애니메이션 <잊혀진 작품 : 버즈 오브 프레이>는 볼류메트릭(4K 이상 화질을 구현하는 카메라 100여 대가 역동적 인물 움직임을 캡처, 360도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을 활용하여 인물과 배경이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안겨줬다. 언어 설정을 영어로 하는 바람에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영화 <씬 시티>의 디스토피아적 배경에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뛰어든 느낌이었다. 총기 난사와 범죄가 만연한 도시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거대한 동굴에 새겨진 동물 그림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스펙터클이지만, 손에 쥔 횃불로 동굴에 불을 비추자 별자리처럼 빛을 뿜으며 생동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벅찬 감격이었다. 쇼베 동굴의 벽화를 가상 세계로 만나는 피에르 잔드로윅의 <회화의 탄생>. 라스코 동굴 벽화에만 익숙했던 이들은 프랑스 아르데슈 지방의 쇼베 동굴에서 또 한 번 예술의 기원을 마주하게 된다.
  

<회화의 탄생>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인터랙션의 비중이 높아 마치 게임과의 경계에 서 있는듯한 XR 작품은 신학자 존 헐의 육성 일기를 영상화했다. '내가 장님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한 번쯤 했음 직한 상상이 실제 시뮬레이션으로 펼쳐진다. 시각적 인지 너머의 또 다른 세계를 경험케 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존 헐의 내레이션과 아스라하게 부서지는 푸른 빛의 그래픽으로 신성함을 드리웠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간 XR 작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쩌면 2D 화면을 찬미하는 '영화 보수주의자'로서 기술 발전에 따른 매체 변화를 애써 모른 채 했는지도 모른다. 허나 기존의 영화 매체가 결여한 여러 부면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 그 장점들이 강한 파급력을 보유한 젊은 세대들을 공략한다는 측면에서 XR 작품들의 장래가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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