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전쟁에서 이겼을까, 졌을까? 코로나가 점점 심상치 않아지는 올해 초에 근처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때보다도 심경이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었다. 겨우 수습하고 정리를 하여 혼자 피신을 하듯 이사를 와서, 방 하나의 원룸 구조와 같은 공간에 도달하여 안도를 하고 있었다. 작은 집이지만 독립된 공간이 있고 마음이 평화롭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면서. 처음 이사를 올 때는 이 집에 주차의 문제가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이 집은 십여 년 전에 이 지역이 막 개발될 무렵에 지어졌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집 앞에 간신히 차 다섯 대가 주차될 협소한 빈 땅이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바로 맞은 편에도 다세대 빌라가 들어서 있어서 중간에 골목길을 살짝 걸쳐서 겨우 주차를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다세대 건물이 빡빡하게 있고 일층 상가에는 음식점들이 있어서 식사 시간 때에는 차량들이 몰려 들어온다. 이런 암담한 정황을 판단하지 못한 것이 중대한 실수였을까? 이사를 오면서부터 일층 음식점 주인과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층 음식점은 차량으로 배달을 주로 하는 데 음식점 앞에 차를 세우면 집으로 뛰어 올라와서 문을 두드렸다. "차에 구멍을 내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면서. 차들을 일렬로 세우면 다섯 대가 들어갈 것도 같은 데 막무가내 음식점 앞 두 자리 정도의 공간을 사수하고 있다. 집 주인과 몇 개월에 거쳐 수차레 전화와 문자를 하면서 이 문제를 이야기했으나 다른 도시에 사는 집주인은 일절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일층 음식점 주인에게 주차 문제를 위임했다는 식이다. "주민들끼리 알아서 해결을 하시라."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하면서. 결국은 심각하게 이사를 고민하기 시작하였으나, 이층의 한 집이 이사를 가고 나서 주차 자리를 정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주차를 해보았는데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자리를 정해놓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길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곧 새로 이사 온 분도 차량을 가지고 있었고 미안하지만, 전화를 드려 자리를 비켜달라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골목길이라도, 주차가 가능하다면 굳이 자리를 사수할 필요는 없겠으나 방법이 없다. 그러니 이 평화도 잠정적일 뿐 이미 유효기간이 정해진 것. 이 주쯤 전의 일이다. 아침 7시 30분경에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늦은 밤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한참 숙면을 취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다짜고짜 이층 남자가 자기 자리에서 차를 빼라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어제 밤에 내 자리 쪽에 다른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어찌할 수가 없었노라, 차는 빼주겠다고 하였다. 당장 내려오라 윽박지르더니 막무가내로 욕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나가보니 남자는 출근을 하고 없었다. 차를 옮겨놓고 다시는 주차를 하는 일은 없을 테니 연락을 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번호는 차단하였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시간에 전화를 한 일이 있기 때문에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주차를 하는 것도 아니요, 본인은 출근을 하는 데 굳이 전화를 해서, 자리를 비우라 하는 심리가 무엇일까? 제 삼자는 가볍게 넘기라 할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타격이 큰 일이다. 게다가 날마다 이 주차 고민이 악몽처럼 반복된다. 생전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게 테러를 당하는 기분도 들고. 잠결에 들어서 기억이 희미하여 다시 녹음된 통화 내역을 들어보니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욕이 난무하였다. 한 이주 정도는 계속 곱씹어 보고 차 안에서 혼잣말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 주차 전쟁에서 결국 이긴 것일까, 진 것일까? 답은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는 싸움일 뿐이었다. 여느 실제 전쟁 상황과도 비슷하다. 승자라 해도 사상자만 난무하는 결과. 제 자리를 지키며 임시적인 평온을 되찾았으나 언젠가는 또 불씨가 당겨질 것이다. 아직 한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겨울이 지나면 조용히 이삿짐을 쌀 것인가 말 것인가 심사숙고하는 중이다. 일층에 음식점을 비롯한 상가가 없으며, 신축 건물로 주차장이 마련된 곳으로 말이다. 아니면 부동산 수수료와 이사 비용과 월세를 고려하여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꿋꿋하게 버텨 볼 것인가? 엄동설한에 꺼내놓기에는 참으로 괴로운 주제이다. 오늘 함박눈이 온다는 데 아무 시름없이 눈 구경이나 하러 나가고 싶다. #HTTPS://WWW.CHOSUN.COM/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