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작은 학교 용인 장평초등학교 북맘

책 읽어주는 엄마, 북맘의 마지막 날을 보내다.

검토 완료

정은경(hidorcas)등록 2021.12.22 17:30
화요일 아침은 아이와 함께 등교하는 날이다.
엄마의 손에는 그림책이 하나 들려지고,
아이는 오늘은 엄마가 어느 교실에 가는지 궁금해한다.

"엄마, 우리 교실에 안 와?"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까 6학년 교실에 갈 거야. 이따 봐~"
 

조비산 아래의 용인 장평초등학교 전경 ⓒ 정은경

용인 장평초등학교에는
화요일마다 정해진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북맘이 있다.

북맘으로 신청한 엄마들은
화요일 아침 9시에 학교 도서관에 모여 준비를 한다.
9시 10분에는 각 교실로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북맘들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북맘이 멘트를 날리면,
아이들이 합창을 한다.
"잘 듣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과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고는,
다시 울려 퍼지는 북맘의 외침이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화답하는,
"잘 들었습니다."로
화요일 아침 엄마와 함께 하는 책 읽는 시간이 마무리된다.

교실에서 나온 북맘들은 다시
도서관으로 모여
각각 읽어준 책에 대해 소개하며
어떻게 읽었는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장평초등학교 내 도서관(출처, 장평초 홈페이지)
사실 북맘도 아이들 앞에서
긴장하며 떨리는 가슴을 감추느라 애를 쓴다는 걸
아이들은 알까?

어쩌면 자기 엄마가
책을 들고 들어와 친구들에게 읽어줄 때
엄마보다도 아이가
더 많이 긴장하고 떨릴지도 모를 것이다.
아니면 뿌듯하고 행복한 자부심이
벅차오를 수도 있으리라...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등교하는 아이들과
학교 교실에 가서 책을 읽어주는 엄마, 북맘이 있는 학교.

작년에 숲속 작은 학교 장평 초등학교로 전학을 와서
이제 졸업반이 된 딸아이를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졸업을 앞둔 딸아이를 배려해 주어
2021년도 12월 마지막 화요일,
책 읽어주는 날에
6학년 교실에 들어갔다.

나도 어느새 이 학교에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교실과
칸막이가 설치된 작은 1인용 책상들,
책을 읽어주기 위해 교실을 향해 걸었던
편백나무로 입혀진 교실 복도까지...
초록빛에서 겨울에 노랗게 변한 잔디 운동장과
우뚝 솟은 조비산과 함께 더 푸르른 하늘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천연 잔디가 덮인 숲 속 작은 학교 전경 ⓒ 정은경

 
이 학교에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아이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늘과 산들 그리고 자연을
최고의 교과서로 삼아
전교생이 가족 같은 형제자매로
우정과 우애를 나누며
아이가 더 단단하게 자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려왔다.
이렇듯 좋은 책들이
학교 도서관에 있는지도 미처 몰랐다.

학교 사서 선생님께서
도서 신청 주문을 해도 된다고 하셔서
내가 찾던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주문 부탁드렸다.
아쉬운 대로 오늘은
'트렌드 코리아 2020'를 빌려 오며,
가슴을 쳤다.

이제껏 이렇게 좋은 장평초 도서관을 두고
이동 꿈틀 도서관까지
책을 대여하러 다녔으니 말이다. 

용인 장평초등학교 내 도서관 ⓒ 정은경

 
오늘 서평을 써보려고
다시 헤르만 헤세의 책들과
'페인트'를 대여해오며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작은 학교에서 알게 된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러면서도 세련되고 똑똑한 장평 엄마들.
아이가 졸업을 해도
이 작은 시골 지역에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모르겠다.

시골 숲 속 작은 학교가 그리움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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