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란 것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라 일컬어지는 책들이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이나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날 가르치려 든다> 등, 이와 같은 책 중에서 단연 순위권에 드는 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다. 남성에 의해 경제적·사회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여성의 삶에 대한 울프의 인식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된다. 시대를 관통하는 필자의 인식이 오늘날을 바라보는 데 있어 의미있는 관점을 허락한다. 13p. 잔디밭은 연구원이나 학자들에게만 허용된 곳이었습니다. 66p. 여성은 오랜 시간 동안 남성의 모습을 원래보다 두 배 더 크게 보이게 비추는 달콤한 마법의 힘을 가진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필자인 버지니아 울프는 연구와 호기심의 충족, 그리고 사색을 위해 도서관과 잔디밭에 출입하고자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다. 연구와 사색, 그리고 탐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지식과 지식의 구현은 오직 남성들만의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필자는 남성들이 여성의 도서관 출입을 금지하면서 얻고자 했던 것은 여성의 학습을 억압하고, 여성에게 무지함을 요구하며 남성 스스로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말한다. 여성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착각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에 여성이 침묵하고, 수동적으로 반응할 때, 남성의 상대적인 위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남성의 우월심리는 비겁합과 두려움의 결과다. 여성의 잠재적 능력에 대한 두려움, 능력있는 여성들로 인한 기득권의 상실을 두려워한 남성들의 비겁함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를 한쪽 성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다른 한쪽 성의 가난과 불안정이 요구되는 사회의 모순이라고 말한다. 울프의 인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변화되어지는 사회이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의 자산으로서 여겨지고, 가부장이라는 제도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는 인식이 다소 존재한다. 필자는 마땅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용기를 통해 투쟁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알려지지 않은 삶, 그래서 무시받고 외면받는 모든 삶이 기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사유하고 기록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자기만의 방’ 그리고 500달러의 경제적 여유가 요구된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삶을 요구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뇌의 영역에서 주재하는 영역이 다르지만, 이 둘을 공존시키며 조화를 추구하고, 협력을 도모하면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 말한다. 남성은 자신의 여성적인 내면과, 여성은 내면의 남성적인 면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혹자는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한 급진적 사상 및 운동이라 말하며 폄훼한다. 벨 훅스에 의하면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를 종식하기 위한 운동과 실천 및 사상이다. 성차별주의는 가부장체제,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는가의 문제이다.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목소리는 하나같이 오늘날 여성에 대한 성차별주의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남성이 차별을 당한다고 말한다. 묻고 싶다. 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건 아닌지.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가부장체제·자본주의 체제로 인한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성이라는 단어는 여성에게 육아와 가정을 위한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고,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여전히 여성의 출산과 양육은 경쟁력 확보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 여전히 직장 내에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과 유리벽은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80%수준에 그친다. 또한, 페미니즘이란 남성과 똑같이 꿈꾸고 똑같이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어두운 귀갓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화장실 등 개인적인 공간에서 몰래 촬영당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 것, 자식을 낳고 양육하는 것이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눈치보지 않는 것 등이 페미니즘이란 단어, 사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라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 사회라면 성차별주의는 여전히 존재한다. 오히려 성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말과 함께 짙어졌다. 본인은 <자기만의 방>을 군대에서 읽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8년, 남녀 갈등이 본격적인 고개를 들 때였다. 갈등을 넘어 상대를 향한 일방적인 혐오가 만연했다. 한 주간지에선 <20대 남자 현상>이란 제목으로 20대 남성의 사회적, 정치적 특징을 분석했고, 뒤따라 여러 언론에서 20대 남자에 집중했다. 페미니즘을 거부하고, 여성들로 인해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시기에,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또래 세대가 공유하는 담론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자기만의 방>이 페미니즘 담론을 공부함에 있어 꽤 괜찮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나름 탁월한 선택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버지니아 울프의 인식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인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삶에서의 실천, 사회에서의 적용이 요구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거나 악용하는 모습들이 만연하다.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외치는 변화란 것이 그들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드러내고, 모든 것에 있어 근본적인 탈바꿈이 필요한 시점임을 역설한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페미니즘고전 #페미니즘 #독서리뷰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