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위해서도, 상인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싸움이라고 느껴요."

부산 투시화 프로젝트 (1) 서면시장 번영회

검토 완료

김기영(yong4218)등록 2021.12.29 13:53
<투시화 프로젝트>는 부산 투쟁현장 가시화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투쟁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부산 예술인들의 프로젝트 입니다.

부산의 중심가를 말할 때 여러 곳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전통적 강세는 역시 서면이었다. 지하철 노선도의 가장 중심에 있으며 고층빌딩과 지하상가, 전통시장들이 공존하는 곳. 부산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은 가장 절박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집회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손에 꼽히며 부산 촛불혁명의 발원지이기도 한 서면의 한가운데 시장이 있다. 유서깊은 서면시장 덕분에 그 지역을 1번가라고 부르게 되었지 않았을까? '시장 번영회'라는 익숙하지 않은 현장에서 작지만 강렬히 빛나는 투쟁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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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희 조합원님과 함께 투쟁 ⓒ 김기영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허진희(이하 허) : 안녕하세요. 부산일반노조 서면시장번영회 지회 조합원. 허진희라고 합니다.

배성민(이하 배) : 저는 부산일반노조 조직부장으로 활동중인 배성민이라고 합니다. 오늘 지회장님이 오셨어야하는데 최근 고발관련 이슈가 있어 일정을 맞추지 못 했습니다. 대신 왔다고 봐주십시오.

Q. 지회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허 : 서면시장번영회 지회는 2020년 12월에 결성되었습니다. 주차요원6명, 사무직 3명으로 총 9명이 의기투합했었지요. 노조활동의 초반은 쟁의권을 얻는 과정이었는데 시작이 쉽지 않았어요. 이런 노조활동이 처음이기도 했고 회유와 협박이 난무 했거든요. 조합원들이 하나 둘 지치고 힘들어 하다 2021년 4월에 주차요원 분들이 먼저 탈퇴를 하셨구요. 사무직 3명중 한분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적 고통으로 이어지게 되어 중도에 투쟁을 그만두시게 되었습니다. 현재 조합원은 지회장님과 저까지 2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지회장님마저 부당 해고되어 직원은 신분으로는 혼자 남아 사무실에서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서면시장번영회 지회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며 특이했던 점이 노조의 시작이 현 회장단의 투명하지 못한 시장 운영에 대한 제기였어요. 노동자 조직이 자기 일터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가진 노조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 : 가장 쉬운 예로 전기세가 아무도 모르는 계산법으로 상인들께 부과되고 있습니다.

허 : '전기 계량기로 검침하는 걸 본적이 없다.' 고 상인분들이 많이 말씀하세요. 오래된 건물이라 계량기가 흩어져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지회장님과 저랑 두 명이서 초반에 계량기 찾아내고 올바르게 검침하느라 애먹었습니다. 3개월 동안 건물을 샅샅이 뒤져 계량기를 찾고 파헤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게 체계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마음에서 회장단에 건의를 했어요. 시스템에 없었던 것을 이해하고 이제부터라도 서면시장을 제대로 굴리고자 하는 당연한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회장단은 그냥 묻고 가자고 했습니다. 말을 안 들었죠. 그랬더니 탄압을 시작했습니다. 맨몸으로 탄압을 견디려니 너무 힘들어서 일반노조의 조직부장님과 위원장님을 찾아갔어요. 두 분이 저희를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대요. 잘 싸우고 싶으니 무조건 싸우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이미 노조 만들기 전부터 말도 안통하고 무조건 해고를 들이미는 인간들이라는 걸 몸소 느껴서 무조건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요즘 노조 경력이 쌓이며(웃음) 다른 현장을 둘러보니 싸우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더군요.(웃음) 우리가 아직 젊어서 그런가. 싸워야 뭔가를 밝히고 투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을 위해서도. 상인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요. 더군다나 저는 6년간 이 일을 했거든요.

Q. 서면시장번영회에 노동조합이 생긴 뒤 어떤 투쟁과정을 거치고 있나요?

배 : 노동조합을 만들면 단체교섭을 시작하게 됩니다. 서면시장번영회 지회도 당연히 "교섭을 해서 단체규약을 만들자."라고 했지만 회장단은 "우린 노조 같은 거 모른다."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회장은 해고가 되었습니다. 해고 명분이 우습고 비열한데요.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김태경 지회장이 여러 가지 업무방해를 했고 무단결석을 했다고 주장하거든요. 근데 그 무단결석을 했다는 날이 단체교섭을 하는 날이었어요. 교섭 자리에 회장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지회장의 무단결석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노조 대자보 현수막 ⓒ 김기영

 
Q.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탄압의 시그널을 주고 있네요.

배 : 노조탄압을 위한 부당해고이기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철회소송을 넣었지만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기각되었습니다. 승소 투쟁 초기에 많은 이슈에 대응하느라 자료제출이 미흡했다고 생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승소)

허 : 회장단도 본인들이 잘 못된 걸 알겁니다. 저 혼자 출근을 하면 갑질과 인권탄압이 이어집니다. "니 때문에 시장이 망했다." "니가 나가면 해결될 문제인데 왜 버티고있냐"라는 식으로 인격모독하고 있구요. 그리고 대체근로자 두 분이 오고 있는데 회장단이 시켜서 그런지는 몰라도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사무실을 나와서 아래층 상인분들께로 자리를 피해버려요. 그러면 상인분들이 위협하는 분들 쫒아 보내주고. 그런 힘으로 버티고 있어요. 요즘은 연대오시는 동지들이 많아서 혼자 있을 일도 드물고 심심하지 않게 즐겁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Q. 지회장님 해고 이후에 파업을 하셨다가 현재는 다시 복귀하셨어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허 : 전략적 판단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더 파업을 지속했다면 저마저도 해고될 수 있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같이 해고당하고 시장 밖에서 천막농성으로라도 투쟁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회장단을 더 압박하는 방법은 가장 가까운 사무실안에서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해요.

배 : 허진희 조합원님이 파업에서 복귀하고 난 뒤에도 문제가 많습니다.허 : 저 일 못하고 있어요.(웃음)배 : 회장단은 일을 시킨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일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허진희 조합원님의 직책은 경리입니다. 그렇다면 그 일을 해야 하는데. 경리업무가 수입, 지출을 관리하는 일이라 그런지 아예 대체근로자에게 그 일을 전담시키고 있어요. 파업에서 복귀한 후 일을 주지 않는 것, 이건 명확하게 괴롭히고 탄압해서 조합원을 내보내려고 하는 방식입니다.

Q. 드라마에서나 보던 알아서 나가라는 괴롭힘이네요.

허 : 상황이 좀 비참하긴 한데. 앞서 말했듯 아래층에 계신 상인분들의 지지를 믿고 버티고 버텨야죠. 앞으로 두 배, 세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Q. 회장단은 어떤 사람들이 선출되나요?

허 : 점포를 갖고 있는 사람 중에 선출이 되구요. 점포를 가진 분들이 표를 행사해서 선출하는 방식이에요. 지금 회장이라는 사람이 젊거든요. 근데 상식이 안통해요. 서면시장에 계신 꽃집 사장님 아들이라고 해요.

배 : 현재 노조와는 별개로 서면시장 번영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있고 투표과정에서 민주적이지 않았다고 하며 무효소송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결과는 연말에 나와 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회장자격이 없는 사람이 회장에 앉아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서면시장을 주무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Q. 노조에서는 생각하는 현장에 대한 판단과 투쟁의 전략이 궁금합니다.

배 : 우선 서면시장번영회의 둘러싼 문제에는 배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 시장의 위치구요. 서면시장 땅이 정말로 비싼 금싸라기 땅이거든요. 이 건물 보시면 알겠지만 완전 노후할 때까지 제대로 된 설비보강이나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고 있거든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기대와 음모가 있을 것이고 이 땅에 쏟아질 엄청난 돈을 노리는 세력이 있을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노동자를 짜르고 싸우면서까지 버틸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말해 적당히 교섭해서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에 따라 월급 올려주고 처우개선 해주면 끝날 문제입니다. 이렇게 까지 싹을 자르려는 것은 '노동자들이 본인의 치부를 건드린다.'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회장단의 부정을 파헤쳐 드러내려는 노동자와 그것을 쳐내려는 회장단과의 싸움이라고 한마다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현 회장단의 임기가 2021년 12월까지입니다. 그때까지는 무조건 버티며 싸워야할 것입니다. 회장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이 가능한 민주적인 회장단을 세우는 것이 큰 틀에서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시장번영회라는 현장이 익숙하지 않아요 시장이라는 특성이 주는 일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허 : 상인분들 중에 임기 끝나는 12월까지 참아주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렸을 때 심부름 시키고 크는 거 다 봐온 회장단이랑 어떻게 다투냐'는 이야기를 하세요. 노조원으로써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장의 특성을 생각하면 납득이 되기도 하죠. 회사랑은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어요.

배 : 얼마 전에 회장 어머니 꽃집에가서 투쟁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때 회장을 지지하는 상인분들이 물 뿌리고 때리고 욕하고 난리가 났었어요.(웃음) 저희는 괜찮은데 다른 상인분들이 보시기에 안 좋겠다 싶어서 요새는 연대자들이 상인분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며 면을 트고 정을 쌓는 방법도 취해보는 중이에요.

허 : 사실 상인분들이랑 멀어지면 투쟁이 힘들어질거에요. 이간질하기 좋잖아요. 그런데 상인분들이 먼저 7년동안 월급주고 한솥밥 먹던 사람을 어떻게 하대를 하냐며 감싸주시고 안아주시고 그래요.

Q. 투쟁과정에서 허진희 조합원님은 어떤 일과를 보내세요?

허 : 사실 최근에 좀 바쁘게 지내요. 고소고발이 많이 밀렸거든요. 생각보다 할게 많네요.(웃음) 고소갑질이라고 하죠. 일부러 더울 때 경찰서 다니게 하고 퇴근하고 조사받으러 가야하고 이렇게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갑질을 합니다. 나가떨어지게. 지금은 제 집처럼 경찰서 다녀요.(웃음) 얼마 전엔 회장단이 제가 머무르는 공간에 에어컨을 끊어서 고생을 좀 했는데. 경찰서는 에어컨이 있어서 오히려 좋던데요?(웃음)

(일동) 에어컨을 끊다니... 천벌 받아야겠네요.

배 : 악랄합니다.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짓을 많이 해요.

Q. 지회장님은 원래 노동운동 경험이 있으신가요? 평소에 뵈면 열정이 넘치십니다.

배 : 아뇨. 전혀 그런 경험은 없으세요.

허 : 그죠? 열정이 넘치는 분이세요. 사실 원래 노조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투쟁이 진행되고 연대투쟁이 몸에 배이면서 더욱 전사가 되어가고 있어요.(웃음) 최근에는 '부경 몸짓패'에 들어가서 빡세게 활동하시는데. 정신무장이 아주 강하게 된 것 같던데요?(웃음)

Q. 최근 투쟁이슈가 있을까요?

배 : 현수막과 대자보를 회장단에서 싹 다 철거한 적이 있어서 새로 싹 다시 붙였어요.

허 : 청년 연대자 동지들이 싹 다시 그려주고 붙여줬어요. 오히려 업그레이드되었죠.배 : 저희가 새로 설치한 에어컨을 포함해서 장비들 전부 철수 하라고 공문을 보내고 협박하고 있어요.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했고 결렬이 났기 때문에 노조는 쟁의권을 얻게 되었어요. 쟁의권이라는 건 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입니다. 회장단은 그런 쟁의건의 개념조차 모르는 것 같아요. 회장단이 법적으로 굉장히 미숙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 : '시장 망치는 노조' 물러가라는 피켓도 많이 만들어서 여기저기 갖다놨어요.

배 : 투쟁은 분위기를 제압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신라대에서도 보셨겠지만 자본가는 이간질을 하고 갈라치기를 시도합니다. 악의적인 헛소문도 많이 퍼뜨리구요. 피켓들도 상인들을 동요시키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공금으로 수건을 돌려서 환심도 얻으려고 해요.

노조 그림 대자보 ⓒ 김기영

 
Q. 상인들과의 소통이 결국 이 투쟁을 좌우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허 : 최근 청년 연대자 동지들이 하시는 일이 상인들을 찾아뵙고 해설하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에요. 상인들이 이제는 먼저 찾으세요. 그분들도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시거든요.

배 : 일반노조 청년위원회 준비하는 동지들이 수고해주고 있습니다.

Q. 현재 현장에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배 :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는 매주 수요일 7시에 집중집회가 진행됩니다. 4단계에는 집회로 진행하기는 힘들고 소규모 지지방문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가 장기전이라고 보고 있어서 초반부터 힘을 빼면 안 된다는 전술로 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 규모가 크지 않지만 조만간 큰 집회를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평소에 방문은 저에게 연락을 주셔도 좋고요. 그냥 오셔도 됩니다.

Q. 마지막으로 꼭 하고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서요?

허 : 조합원 수가 적은 지회라 '언제라도 관심이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곤해요. 물론 연대의 힘을 믿고 있기도 합니다. 주변에 알려주시고 많은 관심 드러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투쟁!

인터뷰진행날짜 / 2021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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