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고맙습니다."

부산 투시화 프로젝트 (4) 한진중공업지회

검토 완료

김기영(yong4218)등록 2022.01.04 07:54
<투시화 프로젝트>는 부산 투쟁현장 가시화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투쟁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부산 예술인들의 프로젝트 입니다.

경제개발만이 전부였던 시기. 기간산업의 성장 과정 속에서 자본은 돈을 축적했고 정치인들은 비자금을 쌓아갔지만 노동자에게는 말 그대로 지옥이 펼쳐졌다고 한다. 인간대우가 아닌 환경, 쥐꼬리만한 임금과 과도한 업무 그리고 일상같이 죽어나가는 동료들... 그 현실을 바꿔보자고 또 누군가는 다쳐야했고, 맞아야했고, 죽어야했다. 더 이상 죽거나 다치지않고 같이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 한진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삶의 고취를 심어주는 그런 곳이다.
 

한진중공업 정문 농성장 ⓒ 김기영

 
Q. 반갑습니다. 오늘 집중집회 준비에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희찬(이하 박) :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박희찬 사무장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심과 연대가 저희에게 큰 힘입니다. 고맙고 반갑습니다.

Q. 한진중공업 투쟁 참 긴 세월 질기게 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정문에 농성장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박 : 2020년 6월부터 김진숙 지도위원의 정년에 맞춰 복직투쟁을 진행하였습니다. 512일차가 되었구요. 2020년 10월쯤 지금 계신 농성천막을 한진중공업 정문에 설치하였습니다. 한진중공업의 동부건설로의 매각이 거의 막바지에 있습니다. 이제는 "동부건설이 김진숙의 복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로 투쟁의 메세지가 변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최종적으로 매각이 되면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의 문제들을 책임있게 대해야 할텐데요.

박 : 동부건설에서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해온 투쟁의 힘이 존재하고 법원 판결도 있었던 만큼 공감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Q. 한진중공업이 동부건설에 매각 되는 것이 조선사업을 포기하고 투기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이야기는 공공연하게 들리고있습니다. 다른 조합원이나 노동자들이 동부건설이 인수함으로 인한 해고나 실직의 부담감이 있는가요?

박 :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투쟁을 하는 과정에 동부건설로의 매각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2020년 8월쯤 매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12월에 인수자가 동부건설로 결정되었습니다. 매각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투기자본으로의 매각반대라는 구호도 함께 외쳐왔습니다. 사실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과 투기자본을 막기 위한 투쟁은 이제껏 할 수 있는 건 다 해온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 청와대 앞 농성, 각종 대시민 선전전 등 정말 할 수 있는 투쟁은 다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 속에서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최근에 동부건설 사장이 노조들을 찾아왔더라구요. 대뜸 와서 하는 소리가 "우리는 투기자본이 아니다."였습니다. 투기자본이 아닌 것은 앞으로의 경영과 노동자를 대하는 자세에서 보이게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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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지회 인터뷰 ⓒ 김기영

 
Q. 현재 진행 중인 '부지용도변경금지 조례'제정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 : 투기경영의 위협이 느껴지는 과정에서 동부건설이 영도 조선소 부지를 용도변경 못 하게끔하는 조례재정을 여러 방면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몇몇 시의원이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법안 검토까지는 끝내었고 마지막 조례조정안 준비를 거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지용도변경금지에 관련하여 시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구요. 방송차량을 이용해 월, 수, 금요일 3시간씩 부산 전 지역을 돌며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Q. 만약 용도변경이 된다면 예상되는 해고자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박 : 실제로 조선소에서 일하는 인구가 1000명 정도 됩니다. 협력업체까지 본다면 25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요. 그 노동자들의 가족들까지 영향을 받으니 부산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인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농성장에서 벌어지는 선전전 매일 보고 있는데 누구나 와서 참여를 할 수 있나요?

박 : 선전전 참여는 언제나 가능합니다. 오전 6시50분부터 30분간 진행합니다. 출근이 일러 새벽에 진행하게 됩니다.(웃음)

Q. 오늘같은 집중문화제는 주기적으로 해오셨나요?

박 : 집중문화제로 힘 모으는 것을 현장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만 코로나 현황에 맞추다보니 주기적으로 하기에 힘든 점은 있습니다. 오늘은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 적절하게 날짜를 잘 잡아줘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김진숙 지도위원도 오십니까?

박 : 네 오늘 오십니다. 김진숙 노동자는 아시다시피 몸이 안 좋습니다. 그럼에도 서울까지 도보도 하고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오려 노력합니다. 사실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십니다. 이런 얘기하면 마음이 먹먹해지는데. 저희야 노동조합 간부니까 이 부당함에 대해서 외치고 저항하고 하고 있습니다만 본인은 같이 함께 할 수 없어서 얼마나 심적인 부담감이 클까 생각합니다. 지회장님 포함 확대간부들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Q. 김진숙 지도위원의 정년나이가 지난 것으로 압니다. 그 부분은 어떻게 돌파하고 계신가요?

박 : 회사에서도 굳이 그것으로 시비를 걸지는 않고 있습니다. '복직없이 정년없다.'라는 구호로 앞으로도 외쳐나갈 생각입니다..

Q. 많은 분들이 한진중공업을 바라보고 있고 예전의 희망버스처럼 연대의 마음을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천막운영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박 : 이 천막이 1년을 참 잘 버텨 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마 때는 물도 들이쳤고 태풍 때는 천막이 째로 날아갈 뻔도 했습니다. 최초에 만들었을 때는 천막에서 잠을 자며 해왔는데 여러 여건상 지금은 여기서 잠을 자지는 않습니다. 밤에 당직 조를 만들어서 조합원들이 저녁시간을 지키다가 잠은 노조 사무실에서 잡니다. 지금 당장 연대의 손길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현재 릴레이 단식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침7시부터 저녁6시까지 시간이 빌 때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뜻을 함께 한다는 의미의 단식을 해주시면 됩니다. 누구나 가능하니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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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농성장 ⓒ 김기영

 
(집회에서 이어진 김진숙 노동자의 발언문을 아래 옮깁니다)
김진숙 복직을 위한 한진중공업 집중집회_김진숙 노동자 발언문

반갑습니다. 정식이 형,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러버린 걸까요? 출생신고가 늦어 나보다 정년이 늦은 형. 기억은 늘 20대 해고되던 그 무렵 언저리를 맴도는데 세월은 기억만 남겨두고 바람처럼 흘러가버렸습니다. 해고되고 함께 싸워줄 조직도 한 줄 보도해줄 언론도 없이 세 사람이 라면박스 깔고 공장 앞에 앉아서 하던 단식.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우리 곁에 묵묵히 앉아 함께 단식을 하던 박창수, 한상철. 상철 동지도 올해가 한진에서의 마지막이군요. 수십 명에게 아침마다 맞으러 가던 출근 투쟁. 관리자들과 어용노조 간부들까지 합세했던 매일 아침의 살 떨리던 폭력. 우린 그렇게 매일 새벽이면 유인물을 뿌리고 아침마다 온몸을 두들겨 맞고 아스팔트를 뒹굴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민주노조의 꿈. 맞는 것도 괜찮았고 대공분실이며 유치장과 깜빵을 몇 번이나 끌려가 갇히는 것도 견딜 수 있었는데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겨웠던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의 죽음. 그 역사를 온몸에 새긴 형 그리고 상철 동지. 이 공장에서의 정년퇴직이 얼마나 힘겹고 눈물겨운 일인 줄 알기에 형의 정년퇴직은 참 값진 일입니다. 그 시절 유인물마다 나란히 이름이 적혔던 박영재, 이정식, 김진숙. 버스 토큰 하나가 없어 새벽마다 전포동에서 영도까지 뛰어다니며 허기진 배를 길거리 사자밥을 메꾸며 늘상 함께 붙어있던 그 시절처럼 저도 언젠가 형 옆에서 정년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꼭 언젠가 돌아가야지요. 그 희망 하나로 몇 번의 수술도 항암도 견뎠습니다. 그 시절 역전의 용사들이 떠난 공장은 전설이 된 역사만 남겠지요. 그러나 또 후배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겁니다. 든든한 후배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정식, 한상철, 남주현 동지. 정년 축하드리고 긴 세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지 못하는 저의 복직 투쟁을 헌신적으로 하시는 지회, 금속노조 지부 동지들 부산지역본부 동지들, 보건의료노조 동지들, 정의당 동지들, 지역의 모든 동지들 그리고 릴레이 단식을 함께하시는 전국의 동지들 너무 고맙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고맙습니다.

2021.11.17.

인터뷰날짜 / 2021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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