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을 만들어놓고. 복직만 시켰지 사과 한마디 없었어요. 우리는 사과 받고 싶어요."

부산 투시화 프로젝트 (5) 김해공항 미화노동자

검토 완료

김기영(yong4218)등록 2022.01.04 10:45
<투시화 프로젝트>는 부산 투쟁현장 가시화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투쟁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부산 예술인들의 프로젝트 입니다.

내가 누리는 편의가 누군가의 노동 덕분이라는 느낌. 받아본 적 없는가? 특히 공공시설에서 그런 감정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이 쉼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흡연실에는 순식간에 꽁초가 쌓여간다. 내 방 창 틀 하나 닦기도 벅찬데 이렇게 많은 난간과 턱에는 얼마나 많은 먼지가 쌓일까? 그러던 순간 그 일을 해주고 계시던 분과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된다. 쑥쓰러운 감정. 고맙고 또 미안한 미묘한 감정. 사회가 숨기려해도 꼭 필요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 그림자노동자라 불리우는 미화노동자들을 김해공항에서 만났다.

김해공항국제선 ⓒ 김기영

 
Q. 반갑습니다. 인사 한번 부탁드립니다.

오해주(이하 오)저는 김해공항에서 미화 업무를 하고 있는 오혜주라고 합니다. 공공연대 소속 강서지부 부지부장입니다.

Q. 첫 번째 질문은 정규직화에 대한 것이에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고 모든 국민이 그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김해공항에서는 투쟁이 일어났어요.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까요?

오 : 노조에서는 애초에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에 반대해왔습니다. 자회사설립이 결국 임금, 복지 문제를 만들어냈거든요. 임금을 보자면 13만원~20만원이 줄었습니다. 17년 이전분들은 용역 때 받던 금액을 보전받고 있지만 17년 7월 21일 이후 입사자들은 월급도 줄고 근속도 줄어든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복지도 많이 저하됐어요. 예전에는 제때 받아오던 미화 용품을 주지 않고 있구요. 파지 값 처리에 관한 것에 대해서도 이전에 공항공사와 다 이야기해서 써오던 복지기금인데 그것도 최근에 크게 터져버렸습니다.

Q. 파지 값에 대한 문제가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다들 궁금해했어요. 자세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 : 가장 최근에 용역으로 있었던 '현대'에서의 일로 거슬러 가야 해요. 공항에서 생기는 파지를 처리한 금액을 미화 노동자들에게 2~3개월 정도 지급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후로 우리 노조가 결성되면서 파지를 처리하는 권리를 용역사에 요구하였고 받아왔었습니다. 근데 우리가 받아와 보니 금액이 생각보다 컸어요. 그전에는 월 50만원을 우리한테 주고 미화원 전체가 나눠 가졌는데 우리가 직접 받아보니 월300만원이 되는 거예요.

Q. 용역회사에서 떼먹었나 보네요.

오 : 그렇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거 파헤쳐볼까.' 하다가 그냥 덮었어요. 아무튼 한 명의 통장으로 다 이체받기가 부담스러운 금액이 되어서 세무서나 변호사님들께 조언을 구해서 노조 간부 6명이 통장에 나눠서 받아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들어오는 돈은 노조 기금으로 10%를 사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금액을 노조원, 비노조원 관계없이 70 몇 명이 똑같이 나누어 가졌어요.

Q. 그 부분이 남부공항이라는 자회사가 생기면서 문제가 생긴 거죠?

오 : 먼저 남부공항이 생기고 공항 기업노조가 생겼거든요. 그때부터 그 기업노조가 파지 값을 노조 기금을 쓰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남부공항 소장, 팀장하고 각 노조 대표까지 4명이 몇 번을 만났어요. 20년 7월 29일이 마지막 회의 자리로 기억하는데 그때 기업노조 대표는 회의 자리를 파토내고 나가버리고 소장은 사건을 정리해서 사장님께 보고를 드리겠다고 한 게 마지막 회의였어요. 그사이 만남에서 남부공항 소장이 우리 노조에 "파지 값을 아예 받지 말어라."하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었어요. 근데 회의 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의 하나였지. 타결을 본 사항이 아니니까. 우리는 다른 공식적 조치가 있을 줄 알고 기다렸던 거죠. 근데 21년 5월에 권고사직을 권하더라구요. 황당하잖아요. 권고사직 안 받으면 고소·고발해서 도둑놈으로 만들어버리겠대요. 선처해줄 때 퇴직금 받고 나가라고 하길래 못 받아 드렸어요. 그래서 6월부로 인사위원회를 통해 6명을 해임된 거에요.

Q. 기업노조의 문제 제기부터 회의에서의 불성실한 태도, 권고사직으로 압박하는 것까지 완전히 계획된 노조탄압이라고 보여지네요.

오 : 결국 경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고 십몇 일을 끌더니만 복직은 시켜주더라고요. 근데 검찰에 다시 조사를 의뢰해놨대요. '어떻게든 자르겠다.'이건 거 같아요. 해고되었을 시절 지방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직원분이 화해 조정을 위해서 현장으로 출장을 오셨었거든요. 그때 그 직원분이 남부공항 사장의 태도를 보고 혀를 두르고 갔어요. 그때 남부공항이 했던 말이 화해 조정 못 받아드리겠고 경찰의 조사에 따르겠다 했거든요. 근데 지금에 와서 계속해서 분쟁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Q. 애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노조 기금으로 사용한 파지 값 10%'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오 : 그거 다 계산해서 돌려줬어요. 우리가 괘씸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전에 공항공사 때는 노조가 가져가서 조용히 잘 쓰라는 태도였는데 자회사가 오자마자 기업노조가 이 부분을 태클 건다? 이건 명백히 기획된 태도라고 생각해요.

Q. 자회사를 공항에서 만드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 : 노동계에서는 자회사 반대를 주장하고 있잖아요. 한수원 같은 경우에는 고공농성을 하는 상황이고. 큰 용역회사를 하나 더 만든 것 같아요.

Q. 용역으로 계시던 때는 계약을 1년마다 갱신하셨나요?

오 : 아니오. 1년은 아니었고 5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했어요. 지금은 재계약 안 한다는 것. 그것 하나밖에 없어요. 그걸 정규직이라고 이야기 하는 거예요. 또 하나 문제가 있어요. 지금 자회사에서 기간제를 계속 뽑고 있어요. 미화 파트에 신입 채용은 하나도 안 하고 기간제일자리를 만들어서 쓰고 싶을 때 쓰고 쉽게 자르고 있어요. 이게 뭐예요. 올해만 미화에서 12명이 퇴직을 하게 돼요. 그럼 그 자리 신규채용으로 채워줘야 하잖아요. 근데 안 그래요. 전부 기간제로 3개월 계약해서 뽑고 있어요.

Q. 문재인식 정규직화가 이런 문제점을 만들어내고 있네요.

오 : 어후... 제가 문재인 이야기만 들어도 속에 천불이 나요. 임기 초반에 인천공항 가서 공기업 정규직화하겠다고 선언할 때 우리 노동자들 꿈에 부풀었잖아요. 정규직 되면 뭐해요. 용역 때보다 못한 자회사인데. 이건 하루빨리 없어져야 해요.

Q. 남부공항 사장이 문제가 많다고 들었어요.

오 : 남부공항 사장은 자기가 정치하겠다고 하는데.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어요. 정말로. 지금 공항을 이 판을 만들어놓고 명절 되니까 부산 전역에 플래카드 걸고 해놨다 더라구요. 또 인사권 남용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요. 주변에 팀장이고 주임이고 부장이고 모두 현재 사장의 측근들로 구성이 되어있어요. 1년도 경력이 안 되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아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일이 수두룩해요. 투명한 인사권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비정상적인 경영을 하면 결국 피해 보는 것은 노동자니까요. 쓸데없는 '주임'이라는 직책을 만들어서 노동자들 감시는 또 얼마나 심한지. 잡담한다고 적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 게 주임이에요. 이게 회사가 아니에요. 정말 회사 오기 싫어요. 눈치 보이고 밥시간 가지고 감시하고. 이게 감옥살이지 어떻게 회사에요. 사람 잡을라고.

Q. 김해공항의 미화를 책임지는 우리 노동자들의 하루일과가 궁금해요.

오 : 오전반 오후반이 나뉘어 있어요. 대합실 쓰레기 비우고, 화장실 청소하고 보이는 곳은 다 닦습니다. 손님 많을 때는 너무너무 힘든 일이에요. 김해공항은 또 시설 문제가 있는지 변기가 하루에 한 번은 꼭 막혀서 넘어요. 그게 너무너무 싫어요. 최근에 국제선에 손님이 없으니까 국내선에 지원 나가는 요즘이에요. 이틀하고 하루 쉰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점심식사 좀 맘 편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무리 건의를 해도 안 들어줘요. 사실 요새는 딴 곳에 갈 때만 있으면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Q. 민주노조 노조원 숫자는 어떻게 되실까요?

오 : 김해공항 미화원이 82명인데 민주노조 조합원은 35명이에요. 한국노총 비정규직노조랑 남부공항 기업노조가 합병해서 1노조 자리를 가져가 버렸어요. 또 노조가 하나 더 생긴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우리 노조원 빼가려고 한다길래 단도리 쳐놨어요.(웃음) 노조하기도 힘들어요.(웃음)

Q. 우리 오혜주 노동자님은 노조에 어떻게 가입하시게 되셨어요?

오 : 노조 가입하게 된 계기도 웃겨요. 16년에 주차징수노동자 3명이 노조를 만들어서 해고복직을 했거든요. 그걸 보고 미화 파트 과장이 "노조 가입하지 마라.", "노조비로 노조 간부들 소고기 사 먹는다."는 이야기를 막 했어요.(웃음) 그러다가 양미자 공공연대 부산본부장님이 선전전하러 오셨길래 이야기를 들어보다가 맞는 말인 것 같아서 명함 받아뒀다가 공항 밖에서 만나서 가입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좀 재미가 있었지.(웃음) 미화 노동자가 전원이 우리 노조원이었던 시기였는데 얼마나 재밌었겠어요. 그때 용역회사에 체불임금도 받아내고 너무 재밌었어요.

Q. 노조하고 일터의 어떤 게 바뀌어 나가던가요?

오 : 김해공항에 휴게실이 하나도 없어서 미화 노동자들이 장애인 화장실에서 신문지 깔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했었지요. 과업도 명확하지 않아서 시키면 시키는 일 다 하고 그랬어요. 근데 노조 생기고 층마다 휴게실 생기고 미화 업무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파지 값도 그때 만들어낸 성과였지요. 마침 용역 소장님도 잘 만나서 그분은 노동자 마음을 알아주고 우리 편에서 공항공사랑 싸워줬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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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노동자 인터뷰 ⓒ 김기영

 
Q. 다시 돌아와서 이제 파지값 문제가 잘 해결되어야 할 텐데요.

오 : 다들 경찰에서 혐의없음이 나왔으니 검찰수사도 혐의없음이 나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조형진 남부공항 사장이 워낙 정치권에 힘이 있으니까. 어떻게 손을 쓸지 모르겠어요. 문제가 크게 되면 또다시 큰 투쟁이 생길 것 같아요.

Q. 역시 선전전투쟁의 압박이 복직에 큰 역할이었겠지요?

오 : 사실 경찰의 혐의없음 처분이 컸다고는 생각해요. 그럼에도 우리 투쟁이 압박은 되었다고 봐야죠. "집회하지 말라." 하는 이야기를 지속해서 해왔는데 우리가 계속해왔으니까요. 시민분들과의 접촉도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가영 : 저도 우연히 제주도 간다고 공항 들렀을 때 집회 장소마다 울려 퍼지는 익숙한 노랫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 무슨 일이 있나 검색해봤어요.

오 : 저희 음료수 사주고 갔던 그분이에요?

가영 : 아, 아니요. 저희 아닌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오 : 그런 분들이 참 많았어요. 너무 내가 고마운 게. '어디 가다가 보니까 집회를 하시길래 들렀다.'라는 분이 많이 계셨어요. 진보당 당원이 어디 볼일 보러 가다가 보면 큰 건 아니어도 박카스 한 통 사주고 가고 이런 게 정말 고맙죠. 사진도 많이 찍어가구요. 그리고 얼마 전에 월급을 소급해서 다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말 해요. "아이고 월급 받고 잘 놀았다~"(웃음) 이럴 때 신나게 투쟁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남부공항에 한마디 해주세요.

오 : 우리가 아직 사과를 못 받았어요. 아니 어떻게 전 공항에 공문을 돌려서. '미화 여사님 일부가 상습적으로 해 먹었다.'는 식으로 도둑놈을 만들어놓고. 복직만 시켰지 사과 한마디 없었어요. 우리는 사과 받고 싶어요. 공문도 수정해서 다시 보내야지요. 우리 요구 큰 거 없잖아요? 그죠? 위로금을 달라는 소리도 안 하는데.(웃음)

Q. 정말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궁금증이기도 한 대요. 우리 청소노동자들 만났을 때 감사하다는 마음, 한편으로 죄송하다는 마음도 들고 그러는데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했었어요. 인사를 드리면 서로 쑥스럽고 부담스러우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오 : 아니 아니요. 저는 굉장히 좋아요. 인사를 하면 저희도 반갑게 인사를 할 수 있구요. 서로 간의 인사를 통해서 자부심도 느끼구요.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은 또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좋을 것 같아요. 지나다니던 승객님들의 '수고하십니다.' 말 한마디에 힘을 얻거든요. 하십시오!

Q. 너무 청소노동자를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다 보니까. 저도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오 :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나는데. 공항에는 높은 사람들이 종종 와요. 그런 정보가 미리 공항에 들어오면 다른 날보다 더 빡시게 청소를 미리 해요. 그리고는 숨어요. 눈에 안 보이게. 그런 게 많이 속상해요. 그냥 그 사람들이 오든 말든 우린 평소대로 하도록 놔두면 되는데. 우리도 사람이잖아요.

인터뷰날짜 / 2021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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