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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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경(ire1077)등록 2022.01.17 09:59
한 학생과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리 '약간의 사춘기 증상이 있다'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처음 수업에서는 조용한 학생이긴 했지만 별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수업을 계속할수록 가벼운 질문에도 한마디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거나 저을 뿐 의욕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거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은 가린 무표정한 상태로.
 
수업 내용 외에도 여러 가지 학교생활이나 교우 관계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볍게 물어봤다. 그 후에도 친근감을 형성하고자 다정한 카톡 메세지를 보내는 등 많은 시도를 했으나 묵묵부답. 마음이 점점 타 들어갔다.
 
한동안은 이 학생이 흠뻑 빠진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거나 노래를 함께 들어보기도 했다. 내 눈에는 열 명 가까이나 되는 팀원들이 모두 다 훈남이고 잘생겼으나 구분이 잘 안 되었다. 그래도 한껏 최선을 다해 감탄을 연발하면서 사진을 넘기며 친해져 보려 했다. 처음에는 조금 소통이 되는 듯도 했으나 두 달 이상 어색한 침묵은 계속되었고 결국에는 우울증 증상이 있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해 듣게 되었다.
 
몇 달 전에도 중학교 학생과 수업을 할 때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할 수는 없으나 평범하지 않은 점들이 뚜렷이 보인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어떻게 보면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 혹은 사춘기가 시작될 때 나타나는 태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사춘기여서 그럴 테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시는 것 같다.
 
여러 유형의 문제를 보이는 학생들이 출연하는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 날마다 청소년들을 접하기 때문에 갖가지 문제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1 학생이 한 명 출연하였는데 평소에는 애교도 넘치고 장난기 많고 어머니와 다정하게 지내다가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고 게임비로 수백 만 원을 쓰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죽고 싶다고 하며 부모님과 갈등을 빚는 장면들을 봤다. 아이고야.
 
오은영 박사님은 사춘기 아이들은 충동성이 매우 높은 시기여서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갑자기 진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이 학생은 병원에서 청소년 우울증 진단을 받고 10일 정도 입원 치료도 받았는데도 큰 진전이 없었다. 부모님이나 아이나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겠는가?
 
평소에는 밥도 잘 먹고 잘 노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가면 우울증이라 칭하였다. 게임이나 휴대전화, TV에 몰두하거나, 이유 없는 등교 거부, 갑자기 시작되는 문제 행동 등이 증상이라니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이 하는 일탈 행동과 구별이 어려운 것이 난제.
 
나 역시도 겨울이 오면 바깥출입이 어려워지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우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최근 이년 사이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고립이 계속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도 종종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혹시 이것이 우울증의 증상인가?" 하고 혼자 의문을 가질 때도 있어서 유투브에서 우울증에 관련된 채널들을 찾아보고 특히 공감이 되는 점을 나눠보고 싶다.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다른 정신 질환은 타고난 취약성(vulnerability)이나 가족력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이혼, 난임 등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발병하기 쉽다.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맹수를 만나 잡아 먹히는 상황과 같이 교감 신경이 올라와서 심장이 뛰고 근육이 긴장하여 뇌와 신체에 부하가 걸리게 된다.
 
숙면이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이 시작되면 잠이 안 오는 증상이 생긴다.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어야 하고 8~9시간 규칙적으로 수면하는 것을 권장한다. 정신 훈련을 위해 명상과 호흡도 배우면 도움이 된다. 명상은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매우 유익하고 갖가지 잡다한 일을 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제대로 치료하면 우울증은 65~70% 정도는 약물로 호전된다고 한다. 미약한 경우는 상담과 정신치료가 이루어지고 중증 이상이면 약이 사용된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병인데 치료가 적절하게 안 되면 억울하지 않은가. 심리상담센터를 먼저 찾아가면 정신과적인 약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최근에는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상담 치료도 있고 정신치료를 미리 하면 예방도 가능한 병이라고 한다.
 
한가지 인상적인 사실은 한국과 미국의 사회에서 우울증을 대하는 시선(stigma)이 다른 점이었다. 미국에서는 지인에게 "우울증이 있어서 항우울제를 먹고 있다."는 말을 쉽게 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 채널에서는 소아 정신과 지나영 의사 선생님과 채널을 운영하는 김작가 라는 두 분 모두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경험을 진솔하게 나눠서 더욱 공감이 됐다.
 
우리나라는 정신과에 가는 것이 혹시라도 병력에 남을까 우려된다는 의식이 만연하다. 병을 감추려고 하지 말고 개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상당히 흔한 질환이므로 여러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면서 치료를 권하는 게 좋다고 한다.
 
우울증 자가 치료 방법으로는 감사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뇌에는 감사 회로가 있어서 세로토닌과 같은 항우울제 성분이 나온다. 날마다 5분 정도라도 감사한 사람, 대상, 경험에 대해 감사 기도나 감사 노트를 쓰는 것이 좋다. 실험적으로 밝혀져 있는데 3개월 정도 계속하면 뇌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약을 복용하는 것 만큼이나 효과가 있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집이 있고 함께 하는 가족이 있고 먹고 살 일이 있으니 감사하다!'
 
또한 우울해지는 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실천으로는 건강한 식사하기, 운동이나 걷기, 사회 활동들이 권장된다. 나에게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건강한 선택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지원도 중요하다. 지지 그룹에 들어가서 우울증을 미리 경험해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나도 당신도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듯이 행복한 날이 있으면 우울한 날이 있다!
 
겨울이 되어 춥고 흐린 날이 계속되고 외출도 자제하니 가끔은 우울감이 느껴진다. 복지 국가인 북유럽에서도 해가 짧고 겨울이 길어 비타민 D가 부족하고 개인주의로 인한 고립으로 인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 하는데 그렇다면 감기처럼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각 사람들의 취약점이 다를 뿐이므로 우울증을 잘 이해해 주고 편견을 가지지 말고 다른 질환처럼 치료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마음먹은 정도만큼 행복하다 (아브라함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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