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을 하겠다고?

평화가 제일 중요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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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jcourage)등록 2022.02.09 06:45
한 나라의 존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평화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평화가 깨지면 모든 국민들은 도탄에 빠진다. 그러니 국가의 지도자에게는 평화를 지켜내려는 진정한 의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두환 정권 때 전방 보병부대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의정부의 보충대에서 M16소총을 지급받아 전방부대의 훈련소를 거쳐서 자대 배치를 받아 제대할 때까지 썼는데, 쓰잘데없이 그 총번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830252. 지휘관들은 소총을 애인처럼 다루라고 했지만, 아침 점호시간마다 손끝으로 전해지던 총기의 그 싸늘함은 결코 친해질 수 없었다. 군대는 그 총으로 증오심을 부추겼다. 군대의 본질인지, 분단된 조국의 비애였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밤중에 이따금 비상이 걸렸다. 잠에서 깨어 정신없이 침구를 정리하고 전투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완전군장으로 점검을 받곤 했는데 훈련 상황이라 곧 해제되었다. 한 번은 실제상황이라고 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탄약고의 실탄도 다 지급되고 나서 부모님께 마지막 편지를 쓰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손톱과 발톱을 깎아서 봉투에 담았다. 유사시에 부모님께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출동준비는 끝났고, 전쟁이 나면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 상태로 얼마나 대기를 했는지 오래 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내 청춘이 난해하기만 했다. 전쟁만 안 일어난다면, 그래서 무사히 제대해서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심정을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것이다. 군대생활을 했으면 '선제타격' 운운하지 않을 것이다. 선제타격은 한반도에 전면전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선제타격을 당했다고 하면 가만히 당하고만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모든 성과가 파괴되고 평화는 짓밟힌다. 대통령은 권력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피신(혹은 도망)을 할 수 있다. 6·25 때 그랬다. 한강철교를 폭파해 놓고 대통령은 꽁무니를 뺐다. 전쟁이 일어나면 뒤에 남겨진 부녀자들과 어린 아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는 선택의 문제다. 나에게 선택의 기준은 확고하다. 어느 후보가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갈 수 있느냐가 그 첫 번째 기준이다. 대통령 후보가 선제타격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장차 국민들을 불구덩이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말이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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