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악을 뽑는 대선에 유용한 악에 대한 보고서

김성규 교수의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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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완(chogaci)등록 2022.02.15 13:19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릴 적부터 수없이 들었던 성선설과 성악설로 익숙하다. 거기에 성불선불악설까지. 맹자나 순자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휴먼카인드> 같은 책을 보면 서양에서도 관심이 있다. 물론 이 책은 친절한 인간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개념으로 성선설에 가깝다.
 
20여일 앞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에서 후보를 두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지만 웃픈 현실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는 차선을 뽑는 게 아니라, 차악을 뽑는 선거라는 데 동의한다. 이런 시기에 나온 김성규 교수의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상당히 유효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김성규의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표지 이 책을 통해 대선주자의 다양한 심리적 상황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다 ⓒ 책이라는신화

 
 
이번 대선 국면에서 사람들은 착한, 친절한 후보를 지향하는 것일까, 아니면 악하고, 독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까를 생각한다. 꼭 앞의 개념을 선호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이런 우리 국민의 성향은 훗날 분명히 분석 대상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김교수의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많다.
 
저자는 그간 우리가 많은 곳에서 만났던 악의 이야기를 발골해 낸다. 발굴(發掘)이 아니라 발골(發骨)이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악의 빼를 발라내되, 익숙한 개념을 중심으로 질문한다. 그 개념에는 갑질, 사이코패스, 거짓말, 관음증, 정신분열증, 질투심, 이중인격장애 등이 나온다. 저자는 이것을 사회 곳곳에서 암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규정하지만, 책 내용을 보면 꼭 특정하지 않고, 이런 악한 요소의 긍정과 부정을 모두 살핀다.
 
책을 '인간은 정말로 공정과 평등을 지향할까'라는 1장을 시작으로 13개의 장으로 각기 질문을 담는다. 앞에 부분은 대선 국면에서 후보를 읽는데, 상당히 유효한 방식으로도 보인다.후반은 개인적 성향이 강해서 대선에 대입하기는 무리다.
 
1장 '인간은 정말로 공정과 평등을 지향할까'에서 시작해 보자. 여기서 가장 유효한 말은 계급이다. 저자는 <엑스페리먼트>라는 실험을 통해 계급적 권력의 탄생과 패악을 설명한다. 역할극에서 교도관을 시켜주면 '교도관들은 자신이 가진 계급적 권력을 내면화함으로써 전에 없던 정체성을 형성하기가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수감자들 보다 확고하게 높은 위치와 통제의 권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내면화하고, 실제로 권력으로 사용한다. 이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윤흥길의 '완장' 같은 문학작품으로도 수없이 형상화됐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우리는 유복한 가정, 서울대, 검찰이라는 최고의 계급을 가진 후보와 스스로를 비천한 출신이라고 표현하는 후보의 경쟁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는 두 사람에게서 모두 일그러진 모습들을 본다. 열차에서 앞 좌석에 다리를 꼬고 걸치거나, 문서를 보면서 삐딱한 자세로 바지춤에 손을 넣거나, 많은 사람 앞에서 혼자 담배를 피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게 계급을 갖든 안갖든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2장 '왜 갑질과 차별을 멈추지 못할까'는 이번 대선과도 더 많이 연결된다. '무능한 생각이 만드는 악'이라는 부제를 담은 이 장에서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등을 바탕으로 갑질을 하고 차별을 하는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인간에게 치사량인 450볼트의 전기 충격을 주는 판단을 할 사람을 처음에는 실험 참가자의 3.73%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60%의 참가자가 이런 가학을 행하는 것을 보는 밀그램 실험 등을 바탕으로 인간의 갑질이 타고난 거라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생각의 무능'이라고 정의한다. 타인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행동에 무능해지고, 그것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무책임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도자로서 앞대를 생각해보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같은 대통령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물론 그들의 결말은 비극이 많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대통령도 계속 그럴 가능성도 많다. 그속에서 국민들은 후과를 그대로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두 유력후보들도 이 갑질과 차별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 후보의 가족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공무원을 하인 부리듯 대했고, 다른 후보의 가족들도 권력을 이용해 법정을 사유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들에게 이런 행태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런 습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앞대 대통령들이 가진 그 위험성에 비해 휠씬 강한 강도를 예상해야 한다는 것도 불문가지다.
 
3장 '사이코패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도 관심을 쏟게 한다. 이 단어는 이미 한 야당 대선 예비 후보가 여당 후보를 공격하면서 화제가 됐다. 위 국면에서도 나왔지만 사이코패스의 정신분석학적 용어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다. 이들은 차가운 머리와 얼어붙은 가슴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인데, 많은 살인마도 이 속에 속하지만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들도 이 부류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공감'과 '동정'의 감정이 거의 없는 존재들이다. 대선 국면에서 우리는 두 유력후보를 통해서 이런 느낌을 수없이 받게 된다. 유권자들은 이들을 움직이는 힘이 이런 감정이라고 느끼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당선이라는 목표만 보이는 것으로 느껴진다. 다만 저자는 이런 사이코패스의 능력이 시대의 발전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고 보는데, 우리는 이 실낱같은 희망으로 미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4장은 거짓말에 관한 분석이다. 저자는 "거짓말하는 사람은 언어적·비언어적 행위를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거짓 의도를 숨기고 상대방에게 진실을 할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죠. 거짓말의 단서가 드러나지 않도록 자신의 표정이나 행동, 말 등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고 말한다. 대선 국면에서 우리는 초유의 배우자 진실게임을 보고 있다. 유력 두 후보의 부인은 이미 공론장에 나와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보고, 진실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실제로 수없이 다른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사과의 진실성을 의심받는다. 결국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거짓 얼개를 짜야 하는 것인데, 어지간한 지능으로는 쉽지 않다. 또 언제 사실이 튀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 결국 대중의 시선을 피하는 게 최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저자는 동국대 신정아 사건을 샘플로 자신이 만든 거짓을 진실이라 믿으며 현실 세계를 부정하는 리플리 증후군을 말한다. 아쉽게 우리는 신정아 사건보다는 두 대선 후보의 부인 사건을 통해 이 현상을 직시하는 상황인 것이다.
 
뒤에 장에서 소개되는 개념들은 앞서 말한 대선에 적용될 부분이 많지 않지만, 후보들의 심지를 읽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복수, 자기혐오 등도 가장 좋은 분석 도구가 될 것 같다.
 
물론 이런 단상은 결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중도층의 투표포기가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향후 5년이 한국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기라는 것이다. 1차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2차 베이비부머의 퇴직으로 사회의 가장 큰 동력이 사라질 때, 새로운 엔진을 달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대선 후보의 심리분석을 해야한다.
 
아울러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은 나치 상황에서 유대인들을 구한 쉰들러 같은 이들이 있는 가다. 또 개인에게는 이런 질문을 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삶은 인간다운 삶이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당신도 행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당신의 혀끝과 손 끝에 의해 상대방을 파멸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스스로 위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질문을 통해 스스로 거짓된 삶을 살지는 않는지, 악의 대열에 들어가고 있는지 않은 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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