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돌아왔는데 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생의 동생이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본인이 밀접 접촉자이니 선생님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업을 하는 도중에 학생의 동생이 몸살이 나서 많이 아프고 병원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하지만 난 아무 증상이 없는데?" "그래도 제가 밀접 접촉자라서 받으셔야 할 거예요." 학생과 간단한 전화통화를 끝내고 다음날 아침 코로나 검사소를 검색해 봤다. 주변에 종합병원과 보건소 등이 검색되었는데 가장 가까운 곳은 행정복지센터 옆 공터에 설치된 임시 검사소였다.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이십여 분 되는 거리를 급히 갔다. 토요일이라 오후 1시 마감 한 시간 전인 12시 경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줄이 오백 미터는 늘어서 있었다. 게다가 직원분이 오늘 검사는 끝났다고 하셨다. 주말이라 집에서 쉬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48시간이 지난 후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월요일 아침. 아홉 시부터 검사가 시작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나섰다. 접수를 하고 검사 키트를 건네 받았는데 무증상인데 아무래도 여기에서 기다리는 게 옳은지 의심이 들었다. 아무리 무증상이라 해도 나름 예민한 인간인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을까? "학생의 동생이 확진 되었다고 하는데 저는 아무 증상이 없어요. 그래도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그건 본인이 판단하실 일이에요. 의심스러우시면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 접수를 받는 분이 무척 냉정하게 말씀하셔서 혼자 중얼거렸다. "의심도 별로 들지 않는 상태인데." 그래도 결과를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될 것이다. 그 후 주말 오후와 비슷하게 아침 일찍부터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기다렸다. 30~40분이 지나 양손에 비닐 장갑을 끼고 신분증을 제출하였는데 검사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알고 보니 이 줄은 PCR검사라고 하여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가족이나 지인들만 받을 수 있는 검사였다. 처음 접수할 때 받은 검사 키트를 가지고 집에 가서 스스로 검사를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한마디 안내를 받지 못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실수이기도 했지만 검사 장소가 너무 정신이 없다 보니 안내를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아무리 바빠도 불안한 사람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분명하게 안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검사 키트를 가지고 가서 집에서 검사하세요.' 라는 문구 하나만 있었어도 마음을 졸이며 두 번이나 검사소를 방문하지는 않았을 텐데. 더군다나 그 줄은 밀접 접촉자로 양성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 서 있는 곳이었는데. 검사소에서 기다리는 중에 코로나에 감염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자가 검사 키트도 동이 나서 약국에서 구할 수가 없다는 뉴스도 들었다. 검사소에 가면 바로 받으실 수 있으니 심각한 상황이라면 가까운 검사소에 방문하시길 권해드린다. 그리고 검사소에 방문하실 때는 가능한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빈 공터에도 차량이 가득해서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든 모양이었다. 접수처에서 어느 중년의 아버님 한 분이 다급하게 직원에게 질문을 하셨다. "가족이 7명인 데 그 중 네명이 어제 열이 40도까지 올랐어요. PCR 검사 받을 수 있나요?" "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오셔야 가능합니다." 아마 PCR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숫자가 폭발적이다 보니 검사를 해주는 요건조차 까다로운 것 같다. 하지만 대화 내용으로 보아 양성이 거의 확실한 것 같은데 검사 요건을 완화 시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분도 무척 걱정스러운 상태여서 마지막에는 화가 불끈 나시는 것 같았다. 허탕을 치고 다시 접수하는 곳으로 가서 다른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집에 가셔서 직접 검사하시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키트를 가지고 집에 와서 열어보니 안내문도 없고 면봉, 검사액, 기구 세 개가 달랑 들어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으로 자가 검사 키트 검사법을 검색해 보니 사진과 함께 검사 방법이 나와 있었다. 이 검사 키트에 사진으로 된 간단한 검사 방법이라도 하나 지면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 같다. 처음에 검사 키트를 열어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심히 당황스러웠다. 나보다 더 연세가 있으시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으시는 분은 자가 검사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자가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동봉된 긴 면봉을 양쪽 콧구멍에 넣어서 십여 차례 돌린 후 밀봉된 검사액에 담가서 흔들어 준다. 그 검사액을 키트에 4방울 부어주고 15분간 기다리면 빨간색으로 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음성은 한 줄, 양성은 두 줄이 생긴다. 해본 적은 없지만 임신 테스트기와 비슷한 기구이다. 휴우, 결과를 보니 한 줄이다. 무증상이었지만 음성임을 분명히 확인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도 수업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고 오로지 내가 해야 하는 수업이고 수업을 하는 만큼만 수입이 들어온다. 코로나 검사소에 가보니 마치 전쟁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랄까. 검사를 하는 과정이 면봉이 들어가면 코가 찌릿하게 아프니 어린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울만도 하다. 줄을 서 있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의 통화를 들어보니 가족, 친지들과 가족의 양성 사실을 알리고 안부를 주고받고 하는 것 같았다. 혹시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조심스레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조심하여 이 재난 영화 같기도 한 바이러스와의 전쟁 상황이 하루 빨리 종료되기를 기원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첨부파일 자가 검사키트 음성확인.jpg #자기키트검사법 #코로나검사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