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필립 골드버그가 새 주한 미 대사로 지명되었다. 미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어떤 인물인가. 필립 골드버그의 주한 미 대사 지명 이후 언론 보도들은 주로 오바마 정부 때 미 국무부 유엔 대북 제재(1874호)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 있었던 것(2009~2010년)에 주목하면서 그가 대북 강경파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미국 관리치고 대북 강경파 아닌 사람이 있나. 이전 주한 미 대사들인 해리 해리스나, 버시바우나 성김은 대북 강경파가 아니었나. 마치 이전 다른 대사들은 대북 강경파가 아니었던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런 언론 보도는 쓸데없다 느껴진다. 그런데 언론 보도가 그런 것도 이해가 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복잡한 시기에 한국 대사로 오는 자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궁금해,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고 찾다 보니 특이한 경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2008년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 볼리비아 미국 대사를 볼리비아 정부를 대상으로 음모를 꾸미고 반정부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였다는 이유로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추방'하였다는 것인데, 주 볼리비아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이다. '까다로운 정부들을 상대로 신중하고 치밀한 외교를 펼쳐온 노련한 외교관'이었다는 것이 필립 골드버그에 대한 세간의 대체적인 평가인데,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외교관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무슨 일을 했는지 대략 감이 오는 대목이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하나 더 재밌는 경력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담당 차관보를 맡은 것이다. 정보조사국은 미 국무부 산하 정보기관이다.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과 함께 미국의 핵심 정보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이러니 뭐 하는 데인 좀 감이 온다. 여기 담당 차관보는 그냥 정보조사국 국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필립 골드버그는 영화 본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것과 같은 사건들을 기획·집행하는 미국 3대 핵심 정보기관 중 하나의 수장 자리를 4년 정도 꿰차고 있었던 거다. 그런 이 사람의 경력 중 가장 특이한 점인 볼리비아 추방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아무 데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가장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정보조사국 담당 차관보 경력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외교관이나 정치인의 경력은 조금만 찾아보면 일목요연하게 시간 순서별로 다 나와 있지만, 이 사람의 경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걸 모아서 짜깁기하지 않는 한 전체를 하나로 이어서 볼 수가 없다. 철저히 음지에서 살아온 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자가 지금 같은 복잡한 시기에 한국에 와서 할 일이란 건 뻔하다. 대북 전단 뿌리는 탈북자들한테 자금 지원하고, 극우 집회 돈 대주고, 국민의 민주개혁과 평화통일 지향에 찬물을 끼얹는 반개혁·반통일 집회 조작을 일삼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을 대북·대중국 적대 행동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데 보다 필요한 일들이고, 이런 일에는 아무래도 천조국 간판을 믿고 항공모함 들이밀며 무력 시위나 하던 군인 출신 해리스보다는 남의 나라 대사로 가 있으면서 반정부 세력에 자금 지원하던 경력의 소유자가 더 어울리는 건 분명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년 이상 공석이던 주한 미 대사 자리에 지금 필립 골드버그를 지명한 건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하니, 앞으로 미국과 윤석열 당선인이 짝짜꿍을 맞춰 어떤 대북 적대 강경 행보를 보여줄지 무척 기대된다. 헌데 북-미 강 대 강 충돌 국면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작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나면서 아프간이 제국의 무덤이란 말이 다시 회자가 되었는데, 그것은 몰락하는 제국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생중계의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제는 한반도에서 미 제국주의가 몰락의 종지부를 찍는 것을 볼 차례다. 덧붙이는 글 개인 SNS에 올린 글을 약간 손을 봐 송고합니다. 이 글을 다룬 기사가 자주시보에 실렸습니다. #필립골드버그 #주한미대사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