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의 수비수는 바로 나야 나!

[신작 도서 리뷰] <세르히오 라모스>

검토 완료

김형욱(singenv)등록 2022.03.17 17:30
 

책 <세르히오 라모스> 표지.? ⓒ 브레인스토어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는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 '라 리가'의 명성이 무색하게 2008년 이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맥을 못췄다. 월드컵에선 1950년 제4회 대회 4강이 최고 성적이었고, 유로에선 1984년 제7회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명색이 축구 강국 중 하나였지만, 결코 우승 후보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8년 제13회 유로부터 일을 내기 시작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2008년 제13회 유로 우승, 2010년 제19회 월드컵 우승, 2012년 제14회 유로 우승. 축구 역사상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었다. 그나마 프랑스가 1998년 제16회 월드컵 우승, 2000년 제11회 유로 우승의 역사를 썼을 뿐이다. 혹자는, 브라질이 2002년 제17회 월드컵 우승 이후 2004년 제41회와 2007년 제42회 코파 아메리카 연속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3연패를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유로보다 코파의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 또한 코파의 경우 개최 연도가 들쭉날쭉 일정하지 못한 것도 있다. 

각설하고, 2008~2012 스페인 축구의 화려한 전성기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스쿼드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골키퍼에 카시야스가 있었고 수비에 푸욜과 피케와 라모스 등이 있었으며 미드필더에 차비와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와 알론소 등이 있었고 공격에 비야 등이 있었다. 가히 환상적인 조합, 이중 가장 최근 대회인 2022년 월드컵 예선에도 출전한 이는 단 한 명 부스케츠인데 그는 2009년에 데뷔했기에 전성기의 시작부터 함께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2020년 유로 대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역시 2008~2012 스페인 축구의 전성기 때 선수들은 없었다. 부스케츠만 빼고 말이다. 그때 부상의 악령을 떨치지 못한 많은 선수들이 차출되지 못했는데 최고참 베테랑 '세르히오 라모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건 부상 때문이 아닌 물갈이가 진짜 목적이었던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모스의 경우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 같다. 

21세기 수비수의 상징

세르히오 라모스라고 하면 21세기 수비수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로,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로 독보적 1위인 A매치 180회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축구의 전설이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활약하며 수비수로는 이룩하기 힘든 100골 신화를 만든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다. 이보다 더 골을 잘 막고 또 골을 잘 넣는 수비수가 있을까 싶다. '선수(選手)'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세르히오 라모스>(브레인스토어)로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1986년생으로 1996년에 세비야 FC 유스팀에 들어간다. 이미 뛰어난 실력으로 소문이 자자했었다고 한다. 2003~04 시즌에 B팀으로 정식 데뷔 후 이듬해 단번에 붙박이 주전으로 올라선다. 많은 경기에 와서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레알 마드리드의 눈에 띄어 전격적으로 이적한다. 그리고 2005~06 시즌부터 바로 레알 마드리드 붙박이 수비수가 된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거의 없는 걸로 보면, 일찍이 눈에 띄고 또 눈에 띄는 만큼 능력도 출중했으며 출중한 능력을 충분히 보여 줬던 것 같다.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아온 것이다. 라모스를 당연히 '센터백'으로 알고 있는데, 그의 프로 경력 초기엔 '라이트백'으로 자주 나왔다. 이때부터 이미 폭발적인 공격력과 더불어 가공할 만한 득점 포인트를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라모스의 레알 마드리드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데뷔 시즌부터 15년여 동안 해마다 몇 골씩 넣었고, 2018~19 시즌과 2019~2020 시즌엔 10골을 넘게 넣기도 했다. 총 101골로 레알 마드리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그에겐 화려함만 있는 게 아니다, 꾸준함도 있다. 데뷔 시즌인 2005~06 시즌부터 2019~20 시즌(2014~15 시즌만 33경기)까지 꾸준히 40경기 이상을 출전했다. 총 671경기 출전으로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4번째에 위치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기록으로 시선을 넓혀 보면, 챔피언스리그 10번째 우승의 순간과 전무후무한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순간에 함께했다. 단순히 주전으로 함께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그때그때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라모스가 골을 넣기도 했다. 이를 테면 2014년과 2016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헤더골을 넣었고, 영원한 라이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했을 때 경기 막판 결승골과 동점골을 넣기도 했다. 그야말로 순도 100% 골의 주인공 라모스였다. 

같은 시기, 주지한 것처럼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 부동의 수비수로도 명성을 날렸다. 2005년에 데뷔해 180회를 출전하며 23골을 넣었고, 월드컵 우승과 유로 우승을 일궜다. 모두 핵심 주전으로 출전한 몇 안 되는 선수들 중 한 명이 라모스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FIFA FIFPro 11'에 뽑혔으니 의심의 여지 없는 2010년대 세계 최고의 수비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와 레알 마드리드의 계약은 2021년까지였고 설왕설래 끝에 자유계약으로 풀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내규 상 30살 넘은 선수에겐 1년 재계약만 제시했는데, 라모스로선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2년+1년 옵션을 고수했다가 협상이 결렬되었다. 결국, 라모스는 파리 생제르망으로 적을 옮겼고 바르셀로나의 메시 또한 비슷한 시기에 와서 역사적인 조우를 이룰 수 있었다. 라모스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이었고 메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바르셀로나의 주장이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는 내리막길

언제까지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리고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포효하고 있을 것만 같은 라모스가 더 이상 두 곳에 없다는 게 이상하다. 한 세대가, 그것도 다시 나타나기 힘든 황금 세대가 이렇게 지는 건가 하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라모스와 나이도 비슷하고 전성기도 비슷한 '신계' 메시와 호날두가 어느 순간 갑자기 추락하고 있으니 더 신기한 것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클럽과 국대 경력에서 훨씬 더 화려함을 뽐낸 라모스였다. 

꾸준함의 대명사 라모스도 피해갈 수 없었던 건 '부상'이다. 세비야의 2004~05 시즌부터 거의 20년 가까이 공식 경기에서만 수백 경기를 뛰고 국대 경기까지 합치면 900경기 언저리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분출되어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2022년 3월 초 현재 2021~2022 시즌 들어 세 번째 부상이라는데, 과연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엄격한 자기관리로도 어찌할 수 없는 꾸준함의 역공일까?

라모스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파리 생제르망이 언제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니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거짓말처럼 다시 일어나 예전 폼을 되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대다수 축구 팬들은 그를 그라운드에서 다시 보길 원할 것이다. 그의 자신만만하고 누구보다 힘을 주는 파이팅을 다시 보고 싶을 것이다. 하여, 이 책 <세르히오 라모스>는 그를 돌아보는 의미보다 그를 응원하는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순간의 라모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세르히오 라모스>, (선수 에디터스, 한준, 미겔 앙헬 디아스 지음, 브레인스토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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