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가자고 엄마가 아빠에게 그랬어요.
"강화도는 아직 꽃이 하나도 안 피었는데 남쪽은 온통 꽃대궐이래. 꽃구경하러 갈까?"
강화도가 남쪽보다 봄이 늦게 오지만, 꽃이 하나도 안 피었다는 엄마 말은 좀 심했어요. 강화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거든요. 며칠 전에 냥이네 이모랑 뒷산에 갔는데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핀 걸 봤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꽃이 하나도 안 피었다고 해요.
▲ 비를 맞은 생강나무 꽃 ⓒ 이승숙
우리 집 뒷산은 진강산이에요. 강화에서는 마니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랍니다. 우리는 진강산에 가끔씩 가는데 산꼭대기까지는 가지 않고 산자락길을 따라 걸어요.
며칠 전에도 진강산에 갔어요. 군데군데 노랗게 꽃이 피어 있었어요. 이모가 생강나무 꽃이라고 했어요.
생강나무 꽃에서는 생강 냄새가 난대요. 그런데 내 코에는 냄새가 안 났어요.
"엄마, 생강 냄새가 안 나."
내 말을 듣고 이모가 그랬어요.
"은율아, 코를 바짝 꽃 가까이에 대 봐.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해 보는 거야. 어때? 생강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니?"
이모 말을 듣고 꽃 가까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봤어요. 생강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어요.
▲ 고양이 '냥이'와 친구 ⓒ 이승숙
'냥이네 이모'는 우리 엄마 친구예요. 이모 집에는 귀여운 고양이가 있는데 이름이 '냥이'에요. 그래서 이모를 '냥이네 이모'라고 불러요.
이모 집에는 냥이 말고도 동물 친구들이 많아요. 삽살개 '빠삐용'도 있고 날마다 알을 낳아주는 닭도 많아요. 그리고 또 '붕붕이'들도 있어요.
냥이도 빠삐용도 그리고 닭들도 무섭지 않은데 붕붕이들은 좀 무서워요. 붕붕이들을 보러 갈 때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해요. 붕붕이들은 자기 집 근처에 누가 오는 걸 싫어하거든요. 만약에 아무 준비 없이 붕붕이 집 근처에 갔다가는 단단히 혼쭐이 날 수 있어요. 화가 난 붕붕이들이 사정없이 달려들거든요.
▲ 민들레꽃에 앉은 꿀벌 ⓒ 이승숙
붕붕이들은 꿀벌이에요. 이모네 집에는 꿀벌들이 아주 많아요. 이모 남편인 김쌤이 벌을 치거든요.
김쌤은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선생님인데 저는 그냥 김쌤이라고 해요. 원래는 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만 그것보다는 김쌤이 더 친하게 느껴져서 저는 그렇게 불러요.
김쌤은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벌 치는 사람이라고 그래요. 양을 치는 사람을 '양치기'라고 하듯이 벌을 치는 사람은 '벌치기'겠네요.
벌치기'가 꼭 '별지기' 같이 들려요. 별이 좋아 별을 관찰하는 사람을 '별지기'라고 한다는데, 김쌤처럼 꿀벌이 좋아 벌을 치는 사람은 '벌지기'겠지요? '벌치기'는 벌을 돌보고 키운다는 뜻이지만 '벌지기'는 벌과 친구라는 뜻이니 저는 '벌지기'가 더 좋은 말 같아요.
▲ 벌통 하나에는 꿀벌들이 수만 마리 들어있다. ⓒ 이승숙
꿀벌들은 겨울에는 벌통 안에서 지내다가 봄이 오면 밖으로 나온다고 해요. 기온이 17도 이하로 내려가면 벌들은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대요. 날이 조금 따뜻해졌다고 밖에 나왔다가는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겨울동안에는 벌통 안에 꽁꽁 모여 함께 지내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밖으로 나와 꽃을 찾아 다닌대요.
날이 따뜻해지니 꽃들도 피기 시작합니다. 생강나무 꽃이 피었으니 꿀벌들도 밖으로 나왔을 것 같아요. 이모네 집 꿀벌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났을까요?
이모네 집에 가봐야겠어요. 꿀벌들이 지난겨울에 얼어죽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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