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비를 탈탈 털어서 연구하고 있어요." 영월 곤충연구소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대암 소장은 본인이 겪은 고충을 토대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을 짚어줬다. 그는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의 예산 결정과 지원금 지급 방식에 있어서 1년이라는 기간을 단위로 한 일괄적인 지급이 아닌 상호 조율에 의한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2018년부터 2027년까지 복원이 시급한 멸종위기종 25종을 대상으로 서식지 보전 및 종 복원 목표를 골자로 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대암 소장은 "멸종위기종의 부화기가 일정하지 않고 각 개체마다 시시각각 달라진다."며 "환경부와 연구원 사이 장기적인 조율 하에 시기적절한 지원금의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환경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려면 50%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며 "50%의 금액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모든 지원을 감당할 수 없다'며 "해외 선진국처럼 기부금 제도를 마련 및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기부금 제도를 모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환경단체나 생태복원사업에 지원을 하면 정부는 세금을 절감시켜주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선순환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22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자연생태 보전 금액은 총 8155억원으로 정부총예산 중 약 1%에 불과하다. 국회 내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문제는 뒷전… 환경위원회로 분리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국회 내에서 환경 분야와 노동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가 환경노동위원회라는 같은 단위로 묶여져 있어 환경 분야의 법안들에 소홀해지는 것도 문제야." 이대암 소장이 또다른 의제를 꺼냈다. 그는 "우리나라는 환경부는 있지만 국회에 환경위원회라는 환경 관련 독립부서가 없다"며 "국회에 다 분과가 있는데, 환경노동위원회라고 해서 노동과 같이 묶어져 있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대한 토의는 뒷전이다. 다 노동문제로 떠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 15일에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진 주요 소재는 요소수 대란 사태와 대장동 사건 등으로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한 토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국회 환노위의 경우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반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우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환노위가 두 가지 범주의 이슈에 대해서 다룰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분야의 법안들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환경 분야 입법안에 관련해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노위의 최근계류의안은 지난 14일을 기준으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한 5가지 법안 모두 노동 분야에 관련된 법안들이었다. 이대암 소장은 '노동위원회와 환경위원회로 분리해서 환경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도적 변화를 촉구했다. 결국 해결 주체는 정치권이 돼야…정치구조 개혁 통해 다양한 목소리 반영돼야 할 것 앞서 제시한 두 제도적 변화 모두 정치권의 역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소수정당들이 생물다양성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구조로의 개혁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우진 교수는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정당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완전 비례대표제로 가면 군소정당 의사가 확보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그러나 비례대표제라고 해서 자동으로 다양한 민의가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정치엘리트 간 의석재배분만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진 교수는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라는 서적을 통해 정치구조 개혁 방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명부 비례대표제'와 '다수결 입법 규칙'이 조합된 대통령제를 채택하면 정치 양극화가 해소되고 협치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분야 실무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들도 정치권의 역할과 정치구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DMZ 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정치권이 생물다양성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대암 소장은 "나도 나 혼자 하면 되는 줄 알고 여태까지 했지만, 정치권이 항상 걸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에 대해 개념이 있는 국회의원, 즉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2012년 3월 4일 창당된 이래로 환경 보존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왔다. 그러나 현재 녹색당의 국회 의석 수는 한 석도 없다. 이숲 녹색당 예비 후보는 "정치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비례성을 확보, 확대하는 일관 연관되어 있다. 소수정당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서서, 그동안 양당정치에선 터져 나오지 못했던 다양한 목소리, 즉 민의가 반영되는 것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한편 지난 3월 초 진행된 20대 대선에서도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힘 양 거대정당 후보들의 공약에는 민생과 청년 관련 공약들이 대거 주를 이뤘다. 생물다양성 보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는 선거 기간 내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승자독식형 선거제도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끌어오는데 있어서 효율적이지 못한 공약들은 거대 양당에게 외면 받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숲 예비 후보는 '현재 승자독식형 선거제도는 양당정치만을 강화하고 고착화시킬 뿐이다.'고 설명했다. 독일 녹색당의 약진 … 그 비결은? 그렇다면 바다 건너 독일 녹색당의 사정은 어떠할까. 지난 해 9월 26일 실시된 독일 연방 의회 총선거에서 녹색당은 지난 선거보다 5.8% 높은 14.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총 735석 중 118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4월 녹색당이 아날레나 베르보크를 총리로 지명한 직후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퉜기 때문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 녹색당의 약진을 가능하게 했다. 이 선거 제도는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가 결합된 형태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지역구 대표와 비례대표 비중이 50대 50으로 5.3대 1의 비율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 비해 비례성이 훨씬 높다. 독일 선거제도는 정당 투표의 득표율이 비례대표 의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총 의석에 적용된다. 독일의 선거제도에서는 배정받은 의석수에 비해 당선자의 수가 많은 경우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비례성을 유지하기 위해 초과된 의석수를 부여하는 '보정의석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한편 독일 연방의회는 현재 녹색당을 포함한 6개의 정당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정당들은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 현재 독일 연립정부는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이 연합한 연립정권으로 구성돼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생물 다양성 보존 정책 펼쳐질지 불투명하다는 지적 일어 윤석열 당선인이 5월 10일 대통령직에 부임하기 이전까지 약 보름이라는 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없다. 대선후보 시절의 공약집에도 생물다양성에 관련된 공약은 전무한 상태다. 윤 당선인이 생물다양성 이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녹색당 이숲 예비후보는 "윤석열 정권은 뚜렷한 생물다양성 정책 및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면서도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오히려 한국 사회 전반의 국토개발에 대한 인식이 아직 고도성장기의 관성을 버리지 못해 기본적으로 반 생태적이라는 자가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결국 행정관료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것이 가장 절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DMZ 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서식지 파괴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환경 정책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5월 10일부터 임기가 시작될 윤석열 정권이 생물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생물다양성 #이대암 #환경노동위원회 #녹색당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