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은 소비의 대상(對象)이 아니다

검토 완료

김홍구(servooreum)등록 2022.07.08 11:26
 제주에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기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주오름을 찾는 탐방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오름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제주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오름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든 모태이고, 하늘이 내려준 존귀한 선물이다. 이렇듯 오름은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름에서 생각하여야 할 것이 있다. '자연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지금 밟고 있는 땅과 그 지역 이웃들에게 어떠한 사람인지', '경이로운 자연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어떻게 자연을 보존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다. 따라서 제주오름과 이곳을 찾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와 오름에 관한 정책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풀어 보려 한다.


오름은 상품이 아니다

 지금 제주오름은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다. 매장을 둘러본 후 구매하는 쇼핑 아이템처럼, 어느덧 제주오름은 소셜미디어라는 매장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노출되어 소비되고 있다. 본인의 시간과 노력으로 오름을 오르는 게 뭐가 잘못이냐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러한 행태의 오름소비가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오름과 관련된 잘못되고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아졌다. 지금도 이 정보들은 계속 가공, 유통,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확산의 오류는 제주오름을 소비할수록 만족과 성취를 가진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오름을 알기 보다 자신만의 돋보이는 사진을 얻기 위해 오름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녀간 후 황폐해진 오름 환경과 남겨진 쓰레기, 그들의 배려 없는 생각과 무분별한 행위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탐방객이 있다. 그들은 제주사람, 제주문화, 제주자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오해들을 만들고 도무지 존중하려 들지 않는다. 즉, 제주오름은 시간과 돈, 노력을 써서 없앨 수 있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소비란 일반적으로 일정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지만 생산을 이끌어 내는 상호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제주오름에서 소비는 제주자연에 전혀 기여하지 않고 있는 비생산적인 것이다. 오름에 오는 사람중에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상품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의 가치가 아닌 자신의 기호를 위해 소비하고 그 누구나 해보는 것을 하지 못하면 마치 그 상품의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자괴감에 빠져드는 형태이다. 이런 소비 형태는 제주자연과 제주사람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별오름을 오르는 사람들 관광객이 새별오름을 줄지어 오르고 있다.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오름과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을까

 화산이 만들어 낸 생태자원의 보물덩어리 제주오름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공존은 여러 이상의 다른 종족들이 서로 차별하지 않고 함께 사이좋게 섞어 사는 것을 말하며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생활체가 함께 존재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우다. 여러 식물이 같은 장소와 공간에 살게 되면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식물이
사는 시기나 계절을 달리하면 경쟁을 피할 수 있다. 이를 공존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공존은 물과 양분 등의 이용에 제약을 받지 않아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생존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 사람이 들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람은 자신과 자신의 다음 세대를 위한 풍요로움을 간직하고자 노력하는 개체이다. 사람이 자연에 끼어들면 결국 파괴로 이어진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과 자연이 공존이 아닌 공생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종의 개체들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이익을 주고받으며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공생이다. 생명 종류가 다른 생물이 같은 곳에서 살며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살아야 하는 데 사람과 자연은 그럴 수가 없다. 사람이 그런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기적인 행동이 강하며 어쩌면 그것이 사람이 살아 가는 생명의 본질일 수도 있다. 식물은 사는 환경과 삶의 방식이 각기 다르므로 살아남기 위해서 삶의 에너지를 자신만을 위해 집중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공존과 공생을 통하여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사람은 이기적이라 자신에게 편리함만 찾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리공생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지 몰라도 행동으로 하기엔 너무 먼 이상향이다.

 그렇다면 서로 잘 어울려 모순됨이나 어긋남이 없는 삶을 자연과 사람이 동시에 누릴 수 있을까. 사람은 마음 깊은 곳에 생태나 환경과의 조화 속에 살고자 하는 감성이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으로 향하는 자연스런 감성을 깨닫는다면 자연과 조화되는 삶을 살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개발의 남용은 자연파괴를 불러 오지만 사람의 삶의 방식을 자연과 동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이 제주오름의 삶에 도움을 주며 오름 속으로 다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자연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자연환경보전법」제2조에 의하면 "자연환경"이라 함은 지하ㆍ지표(해양을 제외한다) 및 지상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의 상태(생태계 및 자연경관을 포함한다)를 말하고 있으며 "자연자산"이라 함은 인간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이용될 수 있는 유형ㆍ무형의 가치를 가진 자연상태의 생물과 비생물적인 것의 총체를 이르고 있다. 여기에 보면 생태자원이 단순한 생물자원이나 자연자원이 아니라 주변환경 및 인간의 활동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자원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인간의 활동을 위해 자연자원의 적절한 활용을 넘어 지나친 이용을 할 수 있게 한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화석연료의 경고, 급격한 기후변화, 인간이 편리하고자 생산하는 플라스틱, 인간을 위하여 자연을 해치는 난개발이 지금 시시각각 인간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 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인지하면서도 의식과 행동의 변화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제주오름에서 벌어지는 현상 중에 하나다. 과도한 탐방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름이 지나친 이용으로 인해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연자산을 인간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이용할 수 있게 정의하여 놓고 보니 제주오름을 그저 창고매장에 잔뜩 쌓여 있는 상품처럼 마음껏 선택하고 소비한다. 대중매체에 노출되는 어떠한 프로그램도 제주오름을 보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기고 이용하도록 그냥 내버려 둔다. 즉,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 없어지는 순간 그곳에 남는 것은 텅 빈 공허함과 쓸모없는 창고뿐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제주오름은 창고에 다시 채울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모하는 지구촌 환경에 대한 기록을 하는 캐나다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버틴스키가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manufactured landscapes : 제조된 자연의 풍경들>은 자본주의의 경제구조에서 벌어지는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가 자연환경을 얼마나 대규모로 무자비하게 파괴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환기시킴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엄청난 자연자원을 제공받고, 엄청난 양의 폐기물과 쓰레기를 쏟아내며 자연을 보존하기는커녕 파괴만 저지르는 실상을 들추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도 시작부터 끝까지 자연에 의존하면서도 그 모태인 자연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반생태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도 드물다.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사회에서 생각하여야 할 것은 사람의 근본적인 내면과 자연에 대한 감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쌓인 고민을 지금껏 자연에 내다 버리고 이용만 하였다. 자연을 누리는 데 익숙하지만 돌보고 아끼는 데는 무관심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자연 훼손이 나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제주에서조차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제주오름을 보존해야 한다면서도 그 훼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드물며 더군다나 선제적 보호를 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

 제주의 오름은 잘 보존한 후에 오름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이용을 하는 것이며 훼손될 요인을 미리 찾아 복원을 해야 한다. 여기에 맞춰 우선 오름 탐방 사전예약제를 몇 군데의 오름에서 시범 운영한 후에 오름 탐방총량제를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노력은 누가 해야 하는가

 물론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제주사람이 우선해야 한다. 내 집안에 있는 것을 누가 지키겠는가. 제주오름은 제주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사람이 먼저 제주오름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오름의 가치를 지키고 이끌어야 한다. 그 아름다운 가치를 스스로, 또는 타의로 짓밟아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이후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변화하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하면 제주사람이 제주오름이 내는 마지막 울부짖음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또한 제주오름을 찾는 탐방객의 의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의식적 행동이 제주오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오름 안에 있는 가치와 문화와 역사를 생각지 않고 그저 인생샷만 찍는 탐방객은 필요치 않다. 자신이 밟고 있는 오름이 훼손되는 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찍는 인생샷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연에서는 작은 것을 잘 바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오름의 주인은 오름에 살고 있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제주오름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양성이 가득해야 할 제주오름에 인간이라는 종만 가득하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금오름 훼손된 굼부리(분화구)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생태학자 베리 커모너는 생태학 제 1법칙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 작은 생태적 변화라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탐방객이 오름에 발자국을 남기는 행위가 쌓여 지금처럼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탐방객에게 스스로 오름을 보전하며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가능할까? 매우 불편한 탐방이 될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일까? 누구든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하고픈데 집단적 무관심으로 균일화되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제주오름도 하루쯤은 쉬고 싶지 않을까

 멈추지 않는 훼손으로 고통받는 오름을 위해 하루를 쉬는 것은 어떨까. 가능할까.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제주도의 환경정책은 오름을 보전하는 것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오름에서 많은 재선충 방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것에만 집중될 뿐이고 오름이 훼손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방제 매뉴얼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장비를 투입하여 오름사면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온갖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 소나무를 병충해로부터 예방하는 것도 좋지만 소나무가 있는 오름을 무자비하게 망가뜨리며 작업해서도 안된다. 지금까지 이렇게 훼손된 제주오름이 얼마나 많은 지 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훼손된 오름을 복원하는 경우도 없다. 그저 항의하면 복구하는 시늉만 한다. 즉, 오름에서 방재만 있고 환경보전과 보호는 없다. 이는 법정에서 정의가 없고 법률만 있는 것과 같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격이다.

백약이 재선충 방제작업으로 훼손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북오름 재선충 방제작업으로 훼손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올봄에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를 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질책을 맞고 전격 취소하였다. 당시 강원과 경북지역 산불로 피해가 많이 발생하자 뭇사람의 항의에 축제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없었다면 불을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새별오름을 위해 무엇을 하였을까. 지금까지 새별오름에서 20여 년간 들불축제를 하면서 새별오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생태나 자연환경 변화를 조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인화물질을 넣어 불을 지르기도 했고 수많은 폭죽을 터트려 화약의 잔재가 새별오름에 있었음에도 오름과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발표한 적이 전혀 없다. 심지어 이번에 불놓기를 취소하면서 이미 설치하였던 자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 있었다. 바로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비닐과 스펀지를 태우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설치한 짚더미 속에 사진과 같이 스펀지가 들어 있고 겉에는 비닐을 씌어 글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얼마나 한심한가. 이러고도 제주의 오름을 보존한다고 하는 것인가.

새별오름 들불축제 글자(22/3/20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새별오름 들불축제에 사용하려던 비닐(22/4/9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새별오름 들불축제에 사용하려던 스펀지 (22/4/9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제주도에는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는 오름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 하나가 물찻오름이다. 근거는 <자연공원법 제28조(출입금지등) ① 공원관리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원구역 중 일정한 지역을 자연공원특별보호구역 또는 임시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하여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 또는 차량의 통행을 금지ㆍ제한하거나, 일정한 지역을 탐방예약구간으로 지정하여 탐방객 수를 제한할 수 있다.> 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보존하려는 이유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이런 규정에 맞춰 노력하고 있을까. 2008년 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어 통제되어 온 물찻오름은 매 년마다 한시적으로 개방하여 큰 문제를 낳고 있다. 탐방로 전 구간에 걸쳐 무단으로 식생을 훼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도 제주도는 "제14회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를 어김없이 실시했다. 자연휴식년제를 처음 실시할 때부터 했다는 것이다. 물찻오름은 자연휴식년제로 보호받고 있다. 자연휴식년제는 "환경오염, 황폐화, 등산로 개설 등으로 훼손이 심한 곳, 혹은 보호가 필요한 희귀동식물 서식지 등에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복원, 자연을 되살리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매년 행사때 마다 물찻오름을 개방하고 탐방객의 편리를 위해 식생을 배어 식생복원을 더디게 하고 있다. 또한 이 기간 동안에 집중된 탐방객으로 인하여 탐방로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도리어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출입을 허용하려면 자연휴식년제를 왜 하는지 묻고 싶다. 자연휴식년제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호한다고 매 년마다 자연휴식년제를 연장하고 있다. 차라리 자연휴식년제를 없애 버리고 개방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 과거처럼 오름이 극도로 훼손되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오름을 보존할 수 있는 역설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작년에 무단으로 식생을 훼손한 단체에 행사 주관을 다시 주는 어리석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다시 같은 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형사소송법 제234조 ②항에보면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 하는 강제 의무 조항이 있다. 진정 제주오름과 제주자연을 보존할 의지가 있다면 달라져야 한다. 고발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런 의지가 존재하려면 철저한 자기비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자기비판에 인색한 개인이나 조직은 결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어찌 이런 곳에서 오름을 보존하기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주어진 여건에 안주하려는 자는 자기비판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관례에 갇혀 헤어나지 못한 채 자기만의 아성을 쌓으려 한다. 벗어나야 한다.

물찻오름 2021년 물찻오름 식생 무단 훼손(21/6/4 촬영)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물찻오름 2021년 물찻오름 식생 무단 훼손(21/6/4 촬영) ⓒ 김홍구

 

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오름 복구공사이다. 탐방로를 만들거나 복구를 할 경우 제대로 하지 않아 도리어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름은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복원해야 하는 것이다. 복구라는 이름으로 오름의 원형을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 어설픈 복구공사로 망가진 오름이 어디 한두 곳인가. 오름에 대한 복구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아름답다고 칭송하던 오름을 인간에 맞춰 꾸민 인공적인 자연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용눈이 잘못된 복구공사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백약이 잘못된 복구공사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제주도는 정말 오름을 잘 보존하고 있을까

 2022년 초에 5년마다 만들어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기본계획>이 제시되었다. 제주도에서 오름 보전 및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에 '제주도 오름종합계획'을 마련했지만 지난 5년 동안 훼손된 오름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훼손 정도도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이유가 무엇일까. 5년 전에 만들어진 오름종합계획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그리고 올해 만들어진 오름기본계획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런 문제를 찾자면 2017년에 만들어진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조례는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오름을 효과적으로 보전ㆍ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오름의 훼손을 방지하고, 오름과 관련된 자연환경적 자원과 인문환경적 자원 등의 지속가능한 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6조(기본계획 수립)에 보면 5년마다 오름의 보전ㆍ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그 계획에는 제주오름의 보전ㆍ관리를 위한 기본방향 및 목표설정, 관리 현황, 복원 방안, 지원 사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제8조(기초조사)에는 5년마다 오름의 자연생태계ㆍ지형ㆍ지질 및 훼손 현황과 토지이용 실태변화 등 사회ㆍ경제적 현황 등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정밀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5년마다 오름 기본계획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사만 할 뿐이다. 제주오름을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오름의 보전ㆍ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오름 보전ㆍ관리위원회" 설치·운영할 수 있음(제9조)에도 지금까지 한번도 운영한 적이 없다. 제17조(오름 관련 민간단체의 육성ㆍ지원)에 오름의 보전ㆍ관리 사업을 추진하는 비영리민간단체를 육성하고,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전무하다. 또한 제20조에는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시행규칙으로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6년이 지나도록 만들어야 할 시행규칙조차 없다는 것이다.

 계획과 조례가 존재함에도 이렇듯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행이 안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는 보여주기식 행정이고 되도록이면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자연휴식년제에 오름에 출입하는 무단 탐방객 실태를 한 번이라도 조사한 적이 있었는지, 절울이(송악산)를 부분 개방하면서 개방 전후의 환경이나 생태변화를 연구하고 대책을 세운 적이 있는가. 조례는 강제력이 있어야 하며 계획은 계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강제력이 없는 조례나 실행력이 부족한 계획은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특별한 것이 무엇일까. 육지와 다른 특별한 것은 '자연'뿐이다. 그 자연에서 만들어진 문화와 제주사람이 특별한 것이다. 그 특별한 것을 일반화시키려 하지 않는 것이 특별한 것이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러한 오름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생태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연환경보전법에 있는 것처럼 인간이 중심이 되고 자연이 대상이 되는 사고방식이 전제되고 있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연의 소비는 결국 인간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제대로 위하는 규칙이 인간을 위한 현명한 일이다. 진정 누구를 위한 지속가능성이고 환경보존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결국 환경에 대한 인식과 의식의 변화는 모든 국가와 인류의 문제이며 책임과 역할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변화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제주도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새별오름 몰려드는 탐방객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제주오름에도 권리가 있다

 제주오름에 오는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과 다름을 보러 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고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밟고 있는 땅의 소중함을 알아야 바라보는 하늘의 풍광이 아름답다. 오름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마음껏 이용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제주오름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며 다음엔 사라질지 모른다.
오름은 제주사람의 탄생과 삶, 죽음까지도 함께 한다. 삶이란 생명이 간신히 붙어 있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오름에는 진솔한 제주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추억으로 이어져 쌓인다. 제주오름에서 자신의 추억만 만들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면 이전부터 쌓아져 있던 다른 사람의 추억마저 파괴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이 오름에도 권리가 있다. 어찌 보면 오름을 위한다고 하는 모든 행위가 도리어 오름을 망각하고 훼손하는 행위가 되었다. 사람은 지금까지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여 왔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공존이었으며 이러한 사람 중심의 자연관이 지배하기에 제주오름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오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존재는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뿐이다. 사람의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면 왜곡을 낳는다. 자연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자연의 마음을 받고 싶다면 자신의 마음에 자연을 향한 따스한 온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생태학자 베리 커모너의 생태학 제3법칙은 "자연이 가장 잘 안다."이다. 이는 자연생태계에 가해진 인간의 인위적 변화는 그 어떤 것이라도 해롭다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자연이 스스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의 역할이 절실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한정된 지구에 의지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제주오름의 가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존재의 가치다. 오름이 있어 제주가 있다. 제주오름은 우리 모두에게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보존의 대상이다. 따라서 오름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며 우리의 옳음이다. 

아름다운 제주오름 이런 풍광이 지속되기를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덧붙이는 글 기사가 채택된다면 글쓴이는 <김홍구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대표>로 해 주십시오.
중복기사 없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