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이른 몰락, 당신은 행복한가?"

30년 넘게 바꾸지 않는 정치 불판, 고기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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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형(ku6699)등록 2022.07.10 14:22
예상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빠를 줄 몰랐다.
신임 대통령이 출범 2달 만에 40% 이하 지지율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당선자로서의 예열기간도 없이 망나니처럼 몰아치고 최소한의 여론 밀월기간조차 스스로 박차고 나가더니, 정신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앞으로도 더 그럴 것 같다. 좋은가? 솔직히 난 별로다. 윤 정부의 몰락이 걱정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성격과 실력의 다른 정당이 아무 반성 없이 다시 '대안'이라 큰 소리 치며 날뛸 것 같아서다.
 
1. 한국정치판은 참 쉽다. 함께 망하기!
사실 한국정치는 이해하기 참 쉽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당이 집권할 줄 안다는 말이 아니다. 아니, 사실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다만 변화와 발전은 없는 분노의 시소타기, 의미 없는 갈아타기가 있을 뿐이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만 아니라, 점점 세계정치의 일반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근대식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닐까?)
단지 여야가 뒤바뀌는 당연한 현상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다수 지지자들조차 그를 썩 좋아하거나 잘할 거라 믿어서가 아니라, 다만 그 반대편 후보보다 조금 덜 싫을 뿐이었다. 당선 돼 보니 역시 예상대로 못하는 거다. 그러면 5년 후 다시 분노의 갈아타기를 한다. 그런데 갈아탄 결과 역시 별 차이 없다는 걸 발견하고, 국민은 다시 분노의 갈아타기를 결심한다.
그러나 그렇게 5년, 10년, 15년, 20년을 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동안, 우리는 종말, 파국으로 달려가는 기후위기, 한반도 안보위기, 지방소멸, 다음세대 붕괴를 막을 '골든타임'을 '킬링타임'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러다가 분노한 국민들이 기존 정치로는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4차원적 독재적 포퓰리스트를 덜컥 집권시켜 한 번씩 판을 뒤엎어버릴지도 모른다. 미국의 트럼프나 어쩌면 한국이 보유한 허경영, 전광훈 같은 인물이다. 민주주의에 자해를 하는 것이다.
다른 자식들은 다 망해도 내 자식만은 명문대, 명문기업, 명문가로 대물림하고, 지방들은 폐가(弊家)처럼 무너져도 강남의 내 아파트만은 계속 오르는데 종부세도 안 내고, 지구는 10년을 예측하기 힘들어도 당장은 편하고 쾌적하면서도 값싼 환경만 누리려는 마음에 끊임없이 기름을 붓는 욕망정치. 지구촌,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 과제보다 당장 소비자로서의 국민의 욕구충족을 그 존재목적과 사명으로 여기는 기업정부. 국민을 무한욕망의 소비자로 만드는 정치는 망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윤석열만의 얼굴인가? 차이가 있다면 MB나 윤석열처럼 노골적이냐, 민주당처럼 결국은 따라가면서도 당장은 안 그런 것처럼 말하느냐의 차이 뿐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예전에는 말만 진보여도 진보라고 불러주었으나 젊은 세대는 그걸 위선이라 부르며 전자보다 더 싫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대선에 민주당이 졌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그걸 깊이 반성하며 뼈를 깎는 환골탈태에 힘쓰고 있는가?
현실 정치판에 대한 국민의 허망함은 크다. 보수정부라고 하는데 (가치에 대해)보수적이지 않고 기득권만 들이 판다. 진보정권이 탄생했다는데, 전혀 진보적이지 않고 그저 말만 화려하다. 그런데도 그들을 절대지지하는 각자의 광팬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그래서 상대의 몰락이 나의 지지가 아님을 착각하게 만든다. 대선 후 네 달이 넘도록 양당은 마치 자신들이 더 막장임을 증명하려는 듯 경쟁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나라는 병들고, 국민은 병든 마음의 분풀이로 국민들끼리 악담들을 주고 받는다.
 
2. 언제까지 낡은 불판에 탄 고기를 먹으려는가?
노회찬의 살아생전 "이제는 정치 불판을 갈아야 한다."던 외침이 답이다.
지금, 이 (두 거대양당 기득권정치)판이 좋은가? 그럼 소화도 안 되고, 질병만 일으키는 탄 고기 계속 먹자. 본래 사람은 대동소이하다. 나름 의미 있게 살아보고 싶은 선의와 남이야 어떻든 나만 잘되면 좋다는 악의가 함께 있다. 그런데 이 불판은 후자만 극대화하는 판이다. 이 판에 이재명, 이낙연을 갖다 넣든, 윤석열, 홍준표를 갖다 넣어도 선의보다는 악의만 더 드러나게 만드는 판이다.
그러면 이 불판이 처음부터 불량이었나? 아니다. 1987년에 처음 샀을 때만해도 상당히 좋은 불판이었다. 그때는 고기만 좋으면 됐다. 그러나 30년 넘게 쓰다 보니 이제는 꽃등심 한우를 구워도 금세 타고, 다 들러붙는다. 원래 불판이 나쁜 게 아니라, 불판 갈 때가 지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이 고기가 더 좋다, 저 마트 고기가 더 맛있다'며 고기와 마트 바꿀 타령만 한다. 물론 고기도 좋아야 한다. 곰팡이 하얗게 핀 3년 된 고기를 올리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이 불판은 방금 출고된 꽃등심 한우도 탄다는 게 문제다.
문제도 안다. 답도 안다. 대선 앞두고 마음이 급해진 민주당 172명 전원이 지금의 정치가 '기득권 양당정치, 진영정치, 승패정치, 승자독식정치, 내로남불정치, 소모적 대결정치'라고 스스로 고백했다. 그 대신 결선투표제, 비례대표제 등으로 소수당을 참여시키는 다당제 보장, 연립정당과 책임정치 실현하겠다고 다심했다. 국민의힘도 이를 부인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지난 네 달 동안 검수완박 논란, 청와대 이전, 김건희 패션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직업이 정치인이라는데 정치는 안 하고, 잡음만 일으킨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탄 고기를 먹고, 병이 악화되는 일만 남았다.
덧붙이는 글 제 페이스북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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