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판정 검사,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획일적인 규정, 국민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개정되고 바뀌어야

검토 완료

임지훈(pacem1004)등록 2023.05.26 09:12
수도권에 살고 있는 K씨는 최근 아들 둘의 군 복무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K씨가 엄마이자 부모로서 겪고 있는 고통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병역 판정 검사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1. 병역 면제 사유의 질병 발생해도 특별한 사유 없으면 몇 개월 경과 보고 판단

 K씨의 큰 아들 L씨는 공익 판정을 받아 현재 23개월간 산업특례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허리가 아파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실시했고 병역 면제 요건에 해당하는 희귀 질환 판정을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MRI검사까지 다시 시행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희귀질환 판정을 받은 L씨는 병무청에 검사결과를 제출하고 재검을 요청했다. 병무청은 재검 절차를 안내했고 L씨는 병무청의 안내에 따라 성실하게 재검(재병역 판정 검사)을 받았다.

 종합병원에서 받은 각종 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병무청에 상담을 요청한 L씨는 당연히 5급 즉 병역 면제 판정이 나올지 알고 발표를 기다렸다. 그러나 병무청은 몇 달 뒤 다시 신체검사를 받자고 제안해왔다. 검사를 한 병무청 소속 의사는 "몇 달 동안 L씨의 허리를 좀 더 지켜보고 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으로 더 이상의 병역관련 활동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종합병원 의사의 진단서까지 제출한 L씨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2.  입영률 저하를 우려해 병역 기피나 면탈자 예방을 위한 경직된 규정을 병역 이행자에게 그대로 적용

L씨의 경우, 앞으로 허리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몇 개월 동안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병무청의 담당 의사는 왜 " 좀 더 경과를 지켜보고 면제 여부를 결정하자"고 말했을까

고의로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면탈하려는 잠재적 범죄자가 늘어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직된 규정을 병역 의무를 수행 중인 당사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저출산 효과로 병역 대상자인 성인 남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병역 규정의 경직화를 불러오고 있다.

96.6%, 2021년 한 해 동안 병역 의무 대상자 중 현역을 포함해 여러 형태로 입영한 사람의 비율이다. 이 가운데 현역으로 입영한 비율은 지난 2020년 말 기준으로 81.2%. 병역 의무 대상자 열 명 중의 8명은 현역으로 입대하고 있다. 면제 기준을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적용하면 더  낮아지는 입영률과 심화될 병역 부족현상을 감당해야 한다. 병무당국의 엄격한 기준 적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문제는 당사자인 개인이 입는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3. 1차 재검 결과는 사실상 의사의 재량에 달려

당분간 질환의 경과를 지켜보자는 병무당국의 입장에 L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유학생이라 현지 학업 일정을 감안해 신속한 판정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병무청 소속 담당의사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사정을 딱하게 여긴 병무청 관계자 한 사람이 조용히 L씨에게 말했다. " 1차 재검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어 병무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2차 재검을 요청하세요."

L씨는 어쩔 수 없이 재검을 다시 요청했다. 동시에 국민권익위회 등에 민원을 제출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일까? 병무청에서 전화가 한 통 오더니  한 달 뒤 대구에 있는 중앙병역 판정 검사소(병무청 중앙신체 검사소)를 직접 방문해 재검을 받았다. 중앙 병역 판정 검사소는  의사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아닌 다수의 의사들이 참여하는 중앙 신체등급 심의위원회를 열어 판정을 하는 곳이다. L씨에 대해 중앙 병역 판정 검사소는 민간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해보자가 제안을 했다. 검사 시기는 중앙병역 판정 검사소를 방문 시점 이 후 두 달. L씨는 병무청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검사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고 3주만에 종합병원에서 했던 검사를 똑같이 다시 했다. 며칠 뒤  병무척은 L씨에게 문자 메시지로 병역면제 판정을 전달했다.

4. 1차 검사부터 2차 검사, 최종 판정까지 3개월... 그 부담은 오로지 입영대상자와 병역 의무 수행자의 몫

L씨가 종합병원의 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병역 면제 판정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개월.  연내 복학을 하고 현지로 돌아가겠다는 L씨의 계획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L씨는 현재 복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학기를 기다리고 있다. 병무청의 판정이 조금만 빨리 진행되었다면 바로 복학을 하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L씨는 이렇게 말한다." 몸에 이상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도 속상한데,면제 판정까지 병무청이 자신을 마치 고의로 병역 면제를 추진하는 사람처럼 의심하고 다루는 느낌을 받아 더 속상했다"

L씨는 "종합병원에서 받은 정밀 신체검사 결과를 제출했는데 똑같은 검사를 몇 달 뒤 다시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의사가 몇 달 지나도 나아지기 어려운 질병임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 한 두달 경과를 지켜보자고 말하는 것을 보고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5. L씨 같은 피해자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일정 수준의 입영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병무청의 의무다. 그러나 그 의무를 지키기 위해 선량한 시민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 특히 그 피해를 누구에게 하소연하지 못한다면 이제 그 규정은 바꿔져야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아들이 병역 면제 판정을 받기까지 과정을 지켜본 L씨 엄마 K씨는  속상함을 이렇게 표현한다." 산업요원으로 일하다 몸이 망가져 속상해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위로는 못해줄 망정 죄인 취급하며 몇 달 동안 여기저기 가라오라하고 이것 저것 내라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병무청의 일방적 행동에 솔직히 화가 납니다."  K씨가 되묻는다." 어쩔수 없이 병역 의무 면제 받으면 무조건 죄인입니까" 
 
덧붙이는 글 병역 의무 수행 중 면제 판정을 받기까지 병무당국의 경직된 규정 적용을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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